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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주혁’ 의문의 차량 전복 사망사건

1972년 10월3일 서울 강남에서 배우 김무생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시절 꿈은 수의사였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배우로 진로를 바꿨다. 이유는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불현듯 연기가 하고 싶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심한 반대에 부딪치며 갈등을 겪으면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가 나온 동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1997년 영화 <도시비화>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1998년 SBS 공채 8기 탤런트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다.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SBS드라마 <카이스트>(1999)와 <프라하의 연인>(2005), MBC드라마 <사랑은 아무나 하나>(2000) 등 로맨틱한 이미지로 많은 여성 팬을 얻었다.

전도연과 함께 한 ‘프라하의 연인’으로 크게 인기를 끌며 인지도를 높였고, 2005년 SBS 연기대상(남자 최우수 연기상), 2006년 제42회 백상예술대상(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다.

김주혁은 영화 <세이 예스>(2001), <싱글즈>(2003), <홍반장>(2004),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아내가 결혼했다>(2008) 등의 작품을 통해 다양한 캐릭터를 넘나들었다.

‘홍반장’은 엄정화와 함께 출연한 코미디 멜로물이다. 극중 김주혁은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모두 꿰고 있는 홍반장(홍두식) 역을 맡았다. 이때 보여준 따뜻한 동네 반장의 모습에 매료된 팬들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꼽고 있다.

이후 <청연>(2005), <사랑따윈 필요 없어>(2006) 등의 영화에 계속 출연했고, 손예진과 호흡을 맞춘 <아내가 결혼했다>(2008)로 제29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달달한 커플 연기로 베스트 커플상을 받았다. 춘향전의 스토리를 비튼 <방자전>(2010)에서는 조여정과의 수위 높은 검열삭제 신을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김주혁은 아버지의 후광 없이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연기 잘하는 배우’로 거듭났다. 이후에는 아버지에게도 인정받고 당당히 연기생활을 이어갔다.

2005년 1월에는 부자가 CF를 찍었는데, 이것은 아버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찍은 작품이 됐다. 온라인 자동차보험 대한화재 하우머치 CF로 깊은 정이 묻어나는 부성애를 묘사해 대중에게 아직까지도 깊게 각인된 광고로 꼽힌다.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스크린을 떠나 주로 드라마에 주력했다.

MBC 드라마 <무신>(2012)에서는 고려 무신 김준 역을 맡아 사극 액션 연기를 펼쳤고 <구암 허준>(2013)에서는 명의 허준으로 분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아버지 김무생도 1975년 MBC 드라마 <집념>에서 허준으로 열연했다는 것이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주혁은 예능예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2013년부터 2년간 KBS 2TV <1박2일> 시즌3에 고정 출연해 ‘포텐'(잠재력)이 터지며 맹활약했다. 점잖고 과묵해 보이는 기존 이미지와 달리 굉장히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다.

친근한 이미지로 ‘구탱이형’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대중적 호감도와 친근감을 쌓았다. 이 여세를 몰아 2014년 KBS 연예대상(쇼/오락부문 남자 신인상), 2015년 KBS 연예대상(버라이어티부문 최고 엔터테이너상)을 거머쥐었다.

김주혁은 2015년 11월 ‘1박2일’에서 하차하는데, 그의 마지막 촬영분은 ‘김주혁 특집’으로 편성됐다. 그를 향한 동료들의 영상 편지와 솔직한 대담으로 꾸며졌다. 김주혁은 “배우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1박2일’을 하차했지만, 예능을 한 것이 연기 인생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스크린으로 복귀해서는 연기에 집중했다. 영화 <좋아해줘>(2015)에서 겉으로는 무뚝뚝해도 다정한 정성찬 역을 맡아 다시 한 번 로맨틱 코미디물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2016년 11월 개봉한 홍상수 감독의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는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유영과 사랑을 싹 틔웠다. 두 사람은 17살 차이가 나지만 세대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성격이 잘 맞았고 영화 촬영 중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연인으로 발전했다고 전해졌다.

악역을 연기한 영화 <비밀은 없다>(2016), <공조>(2017), <석조저택 살인사건>(2017)은 서늘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로 변신하며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배우 손예진과 호흡을 맞춘 ‘비밀은 없다’에서 냉정한 정치인 김종찬 역을 맡아 감정을 억누르며 절제하는 연기로 호평 받았다.

‘공조’는 김주역 연기 인생의 또 다른 터닝포인트였다. 영화 자체는 완성도가 떨어졌지만 악역 차기성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이 작품은 780만명에 이르는 관객을 동원해 김주역 주연작 중 최고 흥행작이 됐다.

김주혁은 이 영화를 통해 영화에서 처음 조연상(더 서울 어워즈)을 받았다. 수상소감에서 그는 “연기생활 20년 만인데 영화에서 상을 처음 받아본다. 로맨틱 코미디 물을 많이 해 악역 연기에 갈증이 있었다”고 말했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는 경성 최고의 재력가로 분해 다시 한 번 악역에 도전했다.

2017년 9월부터 천우희와 호흡을 맞춘 tvN 드라마 <아르곤>에서는 정직한 보도를 추구하는 기자 김백진 역을 맡아 시대가 바라는 참 언론인으로 시청자들에게 희망을 줬다.

같은해 김주혁은 영화 <독전>, <흥부>, <창궐>에 잇따라 캐스팅돼 동분서주하며 촬영에 임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인해 유작이 되고 말았다. (아래 기사 참조)

고인의 빈소는 서울 풍납동 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이곳에는 문근영, 유준상, 김소연, 최민식, 송강호, 손현주, 엄정화, 유재석 등 많은 배우들이 조문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1박2일에서 활동했던 차태현과 데프콘은 누구보다 큰 슬픔을 드러내며 상주 노릇까지 자처했다.

고인의 연인이었던 이유영은 부산에서 예능 방송을 촬영하다 급히 상경해 김주역의 영정 앞에서 오열했다. 그녀는 식음을 전폐하고 끝까지 빈소를 지켰다. 고인의 유해는 충남 서산시 대산읍에 위치한 가족 납골묘에 안치됐다.

2018년 제55회 대종상 시상식에서 그의 유작인 ‘독전’으로 남우조연상과 특별상을 사후 수상했다. 제39회 청룡영화상(2018)에 이어 제55회 백상예술대상(2019) 시상식에서도 같은 작품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이로써 김주혁은 3대 주요 영화 시상식에서 모두 남우조연상을 받게 됐다. 앞서 2018년에는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국무총리 표창) 수상자로 결정됐다.

그러나 팬들은 김주혁의 연기를 더 볼 수 없다는 것에 망연자실해 했고, 지금도 그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의문의 차량 전복사고

2017년 10월 30일 오후 4시50분쯤, 김주혁은 벤츠 SUV(G63 AMG)를 운전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영동대로 2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벤츠가 옆 차로를 주행하던 그랜저의 우측면을 들이받았다. 벤츠는 잠시 멈추는가 싶더니 오른쪽 화단을 넘어 그대로 인도로 돌진했다. 이어 인근 아이파크 아파트 벽면에 부딪힌 뒤 2m 계단아래 출입구 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차량은 계단 아래 옆으로 넘어진 상태에서 전복됐다.

인도에는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엿볼 수 있었다. 50m 가량의 스키드 마크(급브레이크 등으로 인해 길 위에 생긴 검은 타이어 자국)가 선명하게 나 있었던 것이다. 사고 당시 영상에는 김주혁이 몰던 차량이 비정상적으로 돌진하는 장면이 그대로 찍혔다.

사고 목격자가 급히 119에 신고했다. 얼마 후 구급대가 도착해보니 차량 안에는 운전자(김주혁)가 의식을 잃은 상태로 있었다.

구급대원들은 응급조치를 한 다음 인근 건국대병원으로 후송했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했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결국 사고 두 시간 만인 오후 6시40분쯤 김주혁은 45세의 나이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사망원인은 ‘강한 충격으로 인한 머리뼈 손상’이다.

경찰은 사고경위 조사에 나섰다. 김주혁이 최초 들이받은 그랜저 운전자를 불러 사고 경위를 조사했다. 그는 경찰에서 “벤츠 운전자가 뒤에서 추돌 후 가슴을 움켜잡더니 갑자기 돌진해 아파트 벽면을 들이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씨는 가슴을 운전대에 기댄 채 손으론 운전대 손잡이를 쥐고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주혁의 차량에는 블랙박스가 있었지만 음성기능이 꺼져 있어 정확한 사고 경위는 파악할 수 없었다. 이후 온라인에서는 ‘음주운전’과 ‘급발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1차 추돌 후 가슴을 움켜잡았다”는 목격자의 말에 따라 운전 중 ‘심근경색’으로 인해 정신을 잃은 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심근경색은 심장 근육이 갑자기 혈액을 공급 받지 못해 괴사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부검결과 알코올 등 약물이나 독물은 검출되지 않았다. 김주혁이 탑승한 차량에 급발진 등 결함도 발견되지 않았다.

심장 검사에서도 심장동맥 손상이나 혈관이상, 염증 등이 없어 심근경색이나 심장전도계의 이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 즉 사고 당시 김주혁의 몸에도, 차량에도 둘 다 이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김주혁은 왜 시내도로에서 갑자기 질주하며 앞서가던 차량을 들이받았던 것일까. 이 의문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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