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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를 개종시키려던 전도사의 최후


인간의 강한 신념은 때로 불가능해 보이는 기적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이성이 마비된 맹목적인 믿음은 종종 치명적인 비극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특히 종교적 망상은 스스로를 신의 특별한 대리인으로 착각하게 하거나, 현실의 물리적인 법칙마저 믿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위험한 착각을 심어준다. 자연의 섭리와 생태계의 법칙마저 자신의 신앙 아래 무릎 꿇릴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인간은 가장 무모하고 위태로운 선택을 감행하게 된다.

2004년 11월3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시립동물원에서 벌어진 사건은 이러한 종교적 망상이 얼마나 허황되고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사자 우리로 걸어 들어간 남자

이날 평화롭던 동물원의 오후가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수많은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남자가 2.4m 높이의 콘크리트 벽을 넘어 야생 사자 방사장 안으로 뛰어내린 것이다. 그의 손에는 성경책이 들려 있었다.

남자의 이름은 천중허(당시 46세). 그는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종교적 망상에 깊게 사로잡힌 상태였다. 그는 자신을 ‘신의 전령’이라 믿었고, 동물원의 맹수들에게 복음을 전파하겠다는 기상천외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그가 마주한 상대는 몸무게가 150kg이 넘는 아프리카 사자 부부였다. 사자들은 난데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침입자를 향해 으르렁거리며 경계 태세를 취했다. 그러나 천씨는 조금의 두려움도 없는 듯했다. 그는 사자들을 똑바로 매섭게 노려보며 양손을 하늘로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사자들을 향해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예수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무릎을 꿇고 회개하라! 신의 구원이 너희에게 임할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비명을 질렀고, 동물원은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였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사자는 침입자를 즉시 사냥했을 것이다. 하지만 천 씨의 당당하고 기이한 태도는 오히려 사자들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야생 동물은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대상을 마주하면 경계심을 품기 때문이다.

대치는 약 10분간 이어졌다. 천씨는 끊임없이 종교적인 구호를 외쳤고, 사자들은 그의 주위를 맴돌며 기회를 엿보았다. 사자에게 수십 cm 거리까지 접근해 옷을 흔들기도 했다.

결국 수사자가 먼저 움직였다. 천씨가 등을 돌리려는 순간, 수사자가 앞발을 뻗어 그의 허벅지를 깊숙이 물었다. 천씨는 바닥에 쓰러졌지만, 놀랍게도 반항하거나 도망치지 않았다. 오히려 쓰러진 상태에서도 사자를 향해 손을 뻗으며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수사자는 그의 오른쪽 재킷을 물어뜯어 찢어발겼고, 암사자 역시 주위를 맴돌며 그를 압박했다.

그럼에도 사자들은 치명적인 목덜미를 노리지 않았다. 그저 침입자의 기세를 꺾으려는 듯한 경고성 공격만 반복했다. 천씨는 피를 흘리면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켰다. 망상이 고통을 완전히 압도한 순간이었다.


물대포와 마취총, 40분 만의 긴박한 구조 작전

신고를 받은 동물원 사육사들과 경찰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흥분한 사자들 때문에 쉽게 우리 안으로 진입할 수 없었다. 경찰은 공중을 향해 실탄을 발사하며 사자들을 위협했고, 사육사들은 대형 소방 호스로 강력한 물줄기를 쏘아 사자들을 격리하려 애썼다.

물줄기가 사자들의 얼굴을 강타하자 맹수들은 마침내 천씨에게서 몇 걸음 물러섰다. 그 틈을 타 방사정 외부에서 사자들을 향해 마취총 두 발이 발사되었다. 마취 약운이 퍼지며 사자들이 비틀거리기 시작하자, 대기하던 구조대원들이 재빨리 우리 안으로 진입했다. 천씨가 사자 우리에 들어간 지 약 40분 만에 상황이 종료된 것이다.

천씨는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는 허벅지와 부근에 깊은 상처를 입었고 많은 피를 흘렸으나, 다행히 뼈나 주요 동맥을 다치지 않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이 사건은 전 세계에 보도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전문가들은 천 씨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결정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냈다.

당시 타이베이 동물원의 사자들은 사건이 일어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이미 엄청난 양의 고기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배가 가득 찬 사자들에게 천 씨는 ‘먹잇감’이 아니라, 단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시끄럽고 이상한 생명체’에 불과했던 것이다. 만약 사자들이 굶주린 상태였다면, 구조대는 그의 생명을 구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치료를 마친 천씨는 이후 정신과 의사들의 정밀 진단을 받았고, 지속적인 치료를 받게 되었다. 그는 병상에서도 자신이 사자들을 해치지 않고 개종시키려 했던 행동이 옳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동물원 측은 사자들의 야생성을 억누른 채 관람객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방사장의 안전 벽을 대폭 강화했다. 맹수를 신앙으로 굴복시키려 했던 한 남자의 무모한 시도는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인간의 맹목적인 신념이 자연의 섭리 앞에 얼마나 나약하고 기이하게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기록으로 남았다.


맹수의 우리 안에서 울려 퍼진 신의 이름은 과연 누구를 위한 구원이었을까. 인간이 세운 철창 속에서 배부른 사자들은 그저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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