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간’ 머리 기르고 안 감은 90대 베트남 노인
베트남 남부의 젖줄이라 불리는 메콩강 삼각주 지역에는 남다른 모습으로 평생을 살아간 한 남성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응우옌 반 찌엔. 90대를 훌쩍 넘긴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의 머리 위에는 몸길이의 서너 배에 달하는 거대한 머리카락 뭉치가 얹혀 있었다.
무려 8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머리카락을 단 한 번도 깎지 않고, 빗지 않으며, 감지도 않은 결과였다. 그의 머리카락 길이는 약 5미터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그를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만, 그에게 머리카락은 단순한 신체의 일부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목숨이자, 세상과 소통하는 영적인 통로였다.
소년의 인생을 바꾼 학교의 지시
찌엔이 머리카락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3학년, 불과 12살 때부터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그는 평범하게 머리를 빗고 관리하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학교에서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자르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꼈다. “사람이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온 것은 무엇이든 손대지 않고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강한 이끌림이 있었다. 결국 그는 머리카락을 지키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길을 선택했다.

그때부터 찌엔은 머리카락에 가위나 빗을 대지 않았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머리카락과 자신의 목숨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굳게 믿었다. 만약 머리카락을 자르거나 훼손하면 자신이 곧바로 숨을 거두거나 큰 불행이 닥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이 믿음은 8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물 한방울 묻히지 않은 5미터의 머리카락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머리카락은 자라나는 수준을 넘어 서로 엉키고 설키기 시작했다. 빗질을 하지 않고 감지도 않다 보니 머리카락들은 하나의 거대하고 단단한 덩어리로 뭉쳐졌다. 찌엔은 “머리카락이 단순히 머리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머리 그 자체가 되었다”고 말하곤 했다.
평생 머리를 감지 않았다고 하면 흔히 심한 냄새나 먼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그는 나름의 철저한 방식으로 머리카락을 관리했다. 물을 대면 오히려 머리카락에 부패가 일어나거나 영적인 힘이 사라진다고 믿었기에, 오직 건조함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주황색 스카프였다. 그는 커다란 주황색 천으로 뱀처럼 똬리를 튼 머리카락 뭉치를 꼼꼼하게 감싸 안았다. 이렇게 하면 외부의 오염을 막으면서도 머리카락을 항상 마르고 깨끗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다. 길을 걸을 때면 이 거대한 주황색 터번이 그의 상징처럼 보였다.
이 기이한 생활은 찌엔 혼자만의 힘으로 이어온 것이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아버지를 돕는 60대의 다섯째 아들, 루옴이 있었다. 루옴 역시 아버지가 가진 믿음을 온전히 지지하고 존중했다.
루옴은 어린 시절 머리카락을 인위적으로 끈으로 묶어 정리하려다가 갑자기 목숨을 잃은 동네 남성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한 신비롭고 괴이한 일들은 그가 아버지를 돕게 만든 계기가 되었다.
루옴은 거대한 머리카락 무게 때문에 목과 척추에 무리가 가는 아버지를 위해, 매일 머리카락 뭉치를 받쳐주고 정돈해 주는 일을 군말 없이 도맡았다. 부자에게 머리카락 관리는 단순한 수고가 아니라, 하루하루 아버지의 명줄을 이어가는 경건한 의식과도 같았다.

금지된 믿음 속에서 찾은 소명
찌엔이 이토록 머리카락에 집착한 배경에는 독특한 영적 세계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베트남 메콩강 유역에서 생겨난 신흥 종교인 ‘코코넛교(두아)’의 신자였다. 코코넛교는 과거 창시자가 다른 음식은 일절 먹지 않고 오직 코코넛 즙과 살만 먹으며 수행하고 생명력을 유지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종교는 세상에 아홉 개의 큰 권능과 일곱 명의 신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평화와 자연주의를 내세웠으나, 베트남 정부는 이들을 정식 종교로 인정하지 않고 활동을 금지했다.
사회적인 시선은 차가웠지만, 찌엔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신성한 힘으로부터 직접 부름을 받았다고 확신했다. 주황색 천으로 머리를 감싸고 머리카락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이 하늘이 자신에게 부여한 단 하나의 소명이자 선택받은 자의 증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괴짜라고 부르기도 했고, 위생적이지 못하다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찌엔은 타인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었다.
외신을 통해 전 세계에 놀라움을 안겼던 그는, 2023년 95세를 일기로 조용히 생을 마감했다. 눈을 감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의 머리맡에는 80년 세월의 무게가 담긴 5미터의 머리카락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한 인간이 자신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평생 동안 치러낸 독특한 실천은, 메콩강의 흐르는 물줄기처럼 잔잔하면서도 깊은 인상을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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