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습격’ 러시아 첼랴빈스크 운석우 추락사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밖의 우주는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넓고 고요해 보인다.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과 밤하늘을 수놓는 별들은 언제나 제자리를 지키며 인류에게 평온함을 선물한다.
하지만 그 고요한 어둠 속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소행성과 우주 돌멩이들이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대다수는 지구를 비켜 가거나 대기권에서 흔적도 없이 타버리지만, 아주 가끔은 인류가 미처 준비하기도 전에 상상을 초월하는 우주의 조각이 지구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인류는 언제 어디서 날아올지 모르는 위험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3년 겨울, 러시아의 한 도시가 겪은 일은 우주가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 곳인지를 인류의 머릿속에 똑똑히 각인시켜 주었다.
태양보다 밝은 빛, 얼어붙은 도시를 깨우다
그해 2월15일 금요일 오전 9시15분. 러시아 우랄산맥 인근의 산업 도시 첼랴빈스크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겨울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영하의 추위 속에서 시민들은 출근 버스에 올랐고, 아이들은 학교 수업을 준비하던 시간이었다. 그 순간, 하늘 한편에서 어마어마한 불덩어리가 나타났다.

눈을 멀게 할 만큼 강렬한 빛이었다. 하늘을 가로지른 이 물체는 순식간에 태양보다 30배나 더 밝은 빛을 내뿜었다. 영하 15도(℃)의 차가운 도시는 순식간에 한여름 대낮처럼 환해졌고, 지상에 있던 사람들은 얼굴에 뜨거운 열기를 느꼈다. 긴 연기 꼬리를 남기며 날아가던 불덩어리는 지상에서 약 30킬로미터(km) 떨어진 상공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이 천체의 정체는 지구 대기권으로 진입한 소행성이었다. 대기권에 들어올 당시 이 돌덩어리의 지름은 약 20미터(m), 무게는 무려 1만 3000톤(t)에 달했다. 속도는 초속 19킬로미터(km)로, 소리보다 수십 배나 빨랐다. 너무 빠른 속도로 대기와 부딪히다 보니, 엄청난 압력과 마찰열을 견디지 못하고 공중에서 부서져 버린 것이다.
소행성이 폭발하면서 뿜어낸 에너지는 약 500킬로톤(kt)이었다. 이는 과거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했던 원자폭탄의 30배가 넘는 위력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폭발 직후에 찾아왔다.

빛은 소리보다 빠르다. 하늘에서 강한 폭발이 일어났지만, 지상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시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창문 앞으로 몰려들었다. 하늘에 길게 남은 하얀 연기 궤적을 구경하거나,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약 2분에서 3분의 시간이 흐른 뒤, 마침내 강력한 바람과 진동을 동반한 충격파가 지상에 도달했다.
“쾅! 쾅! 쾅!”
전쟁터의 폭격 소리와 같은 굉음이 도시 전체를 뒤흔들었다. 강한 공기의 압력이 도시를 덮치면서 건물 7000여 채의 유리창을 한순간에 산산조각 내버렸다. 아파트 창문이 통째로 뜯겨 나가고, 대형 공장의 지붕이 무너져 내렸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아파트 창문 앞에 서서 하늘을 구경하던 주민 1600여 명이 깨진 유리 파편에 맞아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도시는 큰 혼란에 빠졌다. 만약 폭발이 조금만 더 낮은 고도에서 일어났다면, 도시는 더 큰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레이더도 몰랐던 기습, 왜 아무도 몰랐을까
이 사건은 인류 역사상 매우 독특한 기록을 남겼다. 우주에서 떨어진 천체로 인해 이토록 많은 사람이 다치고 건물이 부서진 것은 현대 과학이 발전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과학계에서는 이 사건을 두고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사실 사건이 일어난 그 날은 전 세계 천문학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던 날이었다. 지름 30미터(m) 크기의 또 다른 소행성인 ‘2012 DA14’가 지구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갈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소행성을 감시하느라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에서 첼랴빈스크 운석이 기습적으로 날아왔다. 완전히 별개의 두 소행성이 같은 날 지구를 찾아온 것이다. 전 세계의 천문대와 방위 기구가 하늘을 꼼꼼하게 감시하고 있었음에도, 이 운석의 접근을 단 1초 전까지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비밀은 운석이 날아온 방향에 있었다. 이 운석은 태양을 등지고 지구를 향해 돌진했다. 지구에서 우주를 관측할 때 태양 빛이 너무 강하면 그 주변의 작은 물체들은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자동차를 운전할 때 맞은편 차량의 상향등 때문에 눈이 부셔 앞이 안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인류가 가진 최첨단 레이더와 망원경 시스템이 태양이라는 거대한 눈부심 앞에 무력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순간이었다. 과학자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지구 주변을 도는 소행성과 운석을 감시하는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이 생생하게 기록될 수 있었던 것은 러시아의 독특한 도로 문화 덕분이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교통사고 시비나 보험 사기를 막기 위해 거의 모든 차량에 블랙박스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있었다. 이 때문에 소행성이 하늘을 가르며 타오르는 모습, 도심의 유리창이 깨져 나가는 순간 등이 수많은 각도에서 영상으로 촬영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이 영상들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사람들은 우주의 위험이 더 이상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님을 똑똑히 깨닫게 되었다. 과학자들에게도 이 영상들은 소행성의 진입 각도와 속도, 성분을 분석할 수 있는 귀중한 연구 자료가 되었다.
폭발 이후 운석의 파편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가장 큰 조각은 첼랴빈스크에서 서쪽으로 약 70킬로미터(km) 떨어진 체바르쿨 호수에 떨어졌다. 두꺼운 얼음판이 깨지며 지름 8미터(m)의 거대한 구멍이 뚫렸다.

러시아 정부는 즉시 수중 탐사대를 파견했다. 영하 20도(°C)를 넘나드는 추위 속에서 수중 전문 잠수부들이 진흙바닥을 샅샅이 뒤졌다. 결국 사건 발생 몇 달 뒤, 호수 바닥에서 무게 약 570킬로미터그램(kg)에 달하는 운석 덩어리를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
조사 결과 이 돌은 약 45억 년 전, 태양계가 처음 만들어질 때 함께 생성된 물질로 밝혀졌다. 지구의 역사보다도 오래된 우주의 조각이 러시아의 한 차가운 호수 바닥에 내려앉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운석 조각이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자, 현지 주민들은 물론 전 세계의 ‘운석 사냥꾼’들이 첼랴빈스크로 몰려들었다. 과학적 가치가 높은 운석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소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밭이나 마당에서 작은 돌멩이 크기의 파편을 찾아내 수백만 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은 진품 여부를 확인하는 감정 기준을 긴급히 마련해야 했다.
우주가 보낸 경고장, 우리는 안전한가
첼랴빈스크 사건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인류에게 큰 숙제를 남겼다. 만약 이 운석의 크기가 20미터(m)가 아니라 100미터(m)였다면, 또 대기권에서 폭발하지 않고 그대로 지상에 충돌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혹은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 한복판에 떨어졌다면 그 결과는 어땠을까. 그랬다면 도시 하나가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우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역동적이며, 지구는 언제든 외계 물체의 방문을 받을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첼랴빈스크 하늘에 새겨졌던 거대한 연기 기둥은, 인류가 발을 붙이고 사는 이 푸른 행성이 우주라는 거대한 바다 속에서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겨울 아침을 흔들었던 굉음은 사라진 지 오래고, 깨진 유리창들도 모두 새것으로 갈아 끼워졌다. 하지만 첼랴빈스크의 푸른 하늘은 지금도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네고 있다. 광활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누리는 이 평화가, 어쩌면 언제든 한 순간에 깨질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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