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수 전설’ 포프 릭 괴물과 죽음의 철교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조용한 마을에는 거대한 철도교 하나가 계곡 위를 가로 지른다. 높이 27m, 길이 235m에 달하는 이 철교의 공식 명칭은 ‘포프 릭 교량'(Pope Lick Trestle)이지만,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옥의 문’이라는 으스스한 별칭으로 불린다.
이곳에는 ‘포프 릭 괴물’이 살고 있다는 괴담이 전해진다. 주민들의 목격담에 따르면 괴물은 인간의 상체와 염소의 하체를 가진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에는 날카로운 뿔이 돋아 있고, 온몸은 거친 털로 뒤덮여 있다.
괴물의 공격 방식은 영악하다. 철교 아래 어둠 속에 숨어 있다가, 다리 근처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똑같이 흉내 낸다. 이 목소리에 홀린 이들은 철교 위 선로로 걸어 올라가고, 결국 다가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는다는 내용이다.

최면을 거는 염소 인간
포프 릭 괴물의 기원은 공식적인 기록에는 나오지 않지만 기괴한 뒷이야기가 전해진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9세기 후반 이 지역을 지나던 서커스 유람 열차의 추락 사고다. 당시 열차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희귀한 동물과 기형적인 외모를 가진 이들이 타고 있었다. 열차가 선로를 이탈해 전복되면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때 탈출한 괴상한 형상의 존재가 포프 릭의 숲속으로 숨어들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야기는 한 농부의 잔혹한 복수극에서 시작된다. 동물을 학대하던 현지 농부가 사탄과의 계약을 통해 염소의 형상으로 변했고, 죽은 후에도 영혼이 구천을 떠돌며 철교 주변을 맴돈다는 전설이다.
이 두 이야기는 형태는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 소외당하고 버려진 존재가 철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을 통해 세상에 복수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진짜 비극은 괴물의 존재 여부가 아니다. 1980년대 들어 이 전설을 바탕으로 한 단편 영화가 제작되면서, 포프 릭 교량은 미스터리를 쫓는 젊은이들의 성지가 되었다. 그뒤 담력을 시험하겠다며 밤마다 철교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수많은 젊은이가 이 가상의 괴담을 쫓아 철교 위로 올라갔다가 달리는 기차에 치이거나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괴담의 실체를 보려다 돌아오지 못한 청춘들
1986년 1월에는 19세 청년 데이비드 웨인 브라이언트가 친구들과 철교를 찾았다가 다가오는 열차를 피하기 위해 다리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숨을 거두었다. 1994년에는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다리를 건너던 30대 남성이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비극은 최근까지도 계속되었다. 2016년 4월, 오하이오주에서 괴물 전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원정을 온 26세 여성 로켈 베인이 남자친구 데이비드 니와 함께 철교 위에 올랐다. 이들은 다리 한가운데서 갑자기 나타난 화물 열차를 발견했다. 데이비드는 다리 옆 구조물에 간신히 매달려 목숨을 건졌으나, 베인은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2019년 5월에는 15세 소녀 사바나 브라이트가 같은 이유로 철교 위를 걷다가 열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일이 일어나 지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기차가 오지 않는 시간이라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노후화된 철교의 틈새로 발이 빠지거나, 밤눈이 어두워 발을 헛디뎌 추락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특히 포프 릭 교량은 한 번 올라갔다가 기차를 만나면 살아남기가 어렵다. 폭이 좁고 양옆에 대피 공간이 없는 구조여서 일단 철로에 진입하면 기차가 올 때 양옆으로 피할 수 있는 공간이 전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소리의 착시다. 철교 주변의 지형과 철강 구조물의 특성 때문에 기차가 수백 미터 앞까지 다가오기 전에는 엔진 소리나 경적 소리가 다리 위 사람에게 잘 들리지 않는다. 소리를 듣고 열차가 오는 것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대피하기에 늦은 상황이 된다.
결국 다리 위에서 열차와 마주친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뿐이다. 시속 80km가 넘는 속도로 달리는 화물 열차와 정면으로 충돌하거나, 약 20m 아래의 딱딱한 계곡 바닥으로 뛰어내리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생존 확률은 극히 낮다. 철교 자체가 사람을 가두고 목숨을 앗아가는 거대한 덫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라지지 않는 그림자
이처럼 사고가 반복되자 노퍽 서던 철도 회사와 루이빌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철도 회사는 다리 진입로 주변에 높이 2.4m에 달하는 철제 보안 펜스를 겹겹이 설치하고 무단 침입 시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경고판을 곳곳에 붙였다.
그러나 철교 주변에 울타리를 세우는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과 철도 회사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일부 주민들은 과도한 울타리가 자연경관을 해친다고 반대했고, 철도 회사는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맞섰다. 사고가 날 때마다 철도 기관사들이 겪는 정신적 트라우마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다.
기차를 멈추려고 급제동을 걸어도 육중한 화물 열차는 수백 미터 뒤에야 멈춰 서기 때문에, 기관사들은 선로 위의 사람을 보고도 구조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

사망자 유족들은 다리를 아예 철거하거나 사람이 걸을 수 있는 인도교로 개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 노선은 미국 동부를 연결하는 핵심 물류선이어서 철거는 불가능했다. 유족들은 괴담을 무분별하게 유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공포 체험 방송들을 대상으로 항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가짜 뉴스와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는 주장이다.
괴물이 산다는 소문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인터넷을 떠돌며 새로운 이들을 유혹한다. 인간의 호기심이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는 여전히 철교 밑 어둠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초자연적인 괴물이 아니라, 근거 없는 소문에 이끌려 위험한 선로 위로 거침없이 발을 내딛는 인간의 무모함이다. 오늘도 포프 릭의 철교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차가운 철강의 몸체로 거대한 열차를 받아내며 그 자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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