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상태로 조리하면 안 되는 음식 8가지
바쁜 일상 속에서 냉동실은 그야말로 구원투수 같은 존재입니다. 먹다 남은 재료를 오래 보관하거나, 미리 손질해둔 음식을 꺼내 손쉽게 요리할 수 있어서 참 편리합니다. 우리는 흔히 얼려둔 재료를 꺼내 그대로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집어넣는 요리 방식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해동하는 과정을 기다리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고, 불의 열기로 익히면 알아서 녹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냉동실에서 꺼낸 음식에 바로 열을 가하는 행동이 때로는 음식의 맛을 망치거나 심지어 건강을 위협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재료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얼어붙은 상태 그대로 조리하면, 재료 속 수분이 겉으로 뿜어져 나와 튀김옷을 눅눅하게 만들거나 속은 전혀 익지 않은 채 겉만 까맣게 타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또한 재료 내부의 조직이 파괴되어 본래의 훌륭한 식감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얼린 채로 뜨거운 불 위에 올렸던 수많은 재료 중에는, 사실 차가운 얼음 옷을 제대로 벗겨낸 뒤에야 제맛을 내는 숨은 주인공들이 많습니다. 오늘 저녁 여러분의 식탁 위에 올라갈 그 재료도 혹시 냉동실에서 곧바로 뜨거운 팬으로 직행할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겉은 까맣게 타는데 속은 서리태처럼 얼어붙는 두꺼운 고기
두툼한 돼지고기 목살이나 소고기 스테이크는 절대로 얼어있는 상태 그대로 뜨거운 팬에 올리면 안 됩니다. 고기가 얼어있으면 열이 안쪽까지 전달되는 데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속까지 익히려고 불 위에 오래 두다 보면 겉부분은 바삭함을 넘어 까맣게 타버리기 일쑤입니다. 반대로 겉면이 적당히 익은 것 같아 불을 줄이고 꺼내면, 정작 중심부는 차가운 육즙과 함께 핏물이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또한 갑작스러운 열 자극을 받으면 육즙이 손실되어 고기가 신발 밑창처럼 뻑뻑해집니다. 고기는 반드시 냉장실에서 천천히 해동하여 속까지 미지근한 상태로 만든 뒤 조리해야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2.기름밭에서 시한폭탄으로 변신하는 얼어붙은 해산물
냉동 오징어나 새우, 생선 등을 얼음이 서린 상태로 기름이 끌어오르는 팬에 넣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해산물 겉면에 붙어있는 미세한 얼음 알갱이와 결빙층은 뜨거운 기름을 만나자마자 폭발적으로 증발합니다. 이 과정에서 펄펄 끓는 기름이 사방으로 강하게 튀어 올라 심각한 화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해산물 속 수분이 갑자기 흘러나오면 기름의 온도가 순식간에 떨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재료가 바삭하게 튀겨지는 대신 기름을 잔뜩 머금은 채 축 늘어지게 됩니다. 해산물은 조리 전 찬물에 담가 가볍게 해동한 뒤, 키친타올로 물기를 완벽하게 제거하고 요리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 맛있습니다.

3.식탁 위에 스펀지를 올리게 만드는 덩어리 두부
두부는 수분 함량이 매우 높은 식품이라 얼리는 과정에서 내부의 물이 확장하며 미세한 구멍들을 만들어냅니다. 이렇게 얼어붙은 두부를 해동 없이 그대로 찌개에 넣거나 팬에 구우면, 내부의 얼음이 녹으면서 질감이 기묘하게 변합니다. 부드럽고 고소했던 두부 특유의 질감은 사라지고, 마치 질긴 스펀지를 씹는 듯한 퍼석한 식감만 남게 됩니다.
또한 두부 속에서 빠져나온 과도한 물이 국물이나 양념의 간을 밍밍하게 망치기도 합니다. 얼린 두부를 요리에 활용할 때는 미리 자연 해동을 시킨 후, 손바닥으로 지그시 눌러 내부의 물기를 충분히 짜낸 뒤 조리하는 편이 좋습니다.
4.질김의 끝판왕으로 변해버리는 쫄깃한 문어와 낙지
문어나 낙지, 쭈꾸미 같은 연체류는 조직이 매우 섬세한 편입니다. 얼어있는 상태의 연체류를 끓는 물이나 뜨거운 양념에 바로 넣으면 수축이 급격하게 일어납니다. 수분이 순식간에 빠져나가면서 고무줄처럼 질기고 딱딱한 식감으로 변해버립니다. 연체류 특유의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을 즐기기 위해서는 느긋한 해동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냉장실에서 기온 차를 줄여가며 천천히 녹인 후, 짧은 시간 동안 재빠르게 익혀 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급하다고 얼린 채로 냄비에 투하하면 턱이 아플 정도로 질긴 요리를 맛보게 됩니다.
5.아삭함은 사라지고 흐물거리만 남는 냉동 채소
파나 마늘, 버섯 같은 채소류를 미리 손질해서 얼려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얼어있는 채소를 그대로 기름에 볶으면 채소 세포벽 속에 있던 물이 한꺼번에 터져 나옵니다. 바삭하고 아삭하게 볶아져야 할 요리가 순식간에 채수물에 자작하게 잠긴 수프처럼 변해버립니다.
특히 버섯이나 호박 같은 재료는 얼어있는 채로 열을 가하면 특유의 향도 날아가고 특유의 식감도 흐물흐물해집니다. 채소류는 가급적 생것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얼린 채소를 써야 한다면 해동 과정을 거치지 않고 국이나 찌개처럼 수분이 많은 요리에만 제한적으로 넣는 편을 추천합니다.
6.기름을 물처럼 흡수하여 눅눅해지는 튀김 옷을 입은 냉동 만두
냉동 만두는 많은 사람들이 해동 없이 바로 프라이팬에 올리는 대표적인 음식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꽁꽁 얼어붙은 상태의 만두를 팬에 넣으면 만두 표면의 서리가 기름과 만나 온도를 뚝 떨어뜨립니다. 이 때문에 만두 피가 바삭하게 튀겨지는 대신, 낮아진 온도의 기름을 스펀지처럼 온통 흡수해 버립니다.
결국 겉은 기름을 한가득 머금어 느끼하고 눅눅해지며, 속은 미처 다 익지 않아 미지근한 상태가 됩니다. 만두를 구울 때는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살짝 돌려 겉면의 얼음을 녹이거나, 약한 불에서 천천히 익히기 시작해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구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7.불판 위에서 국물 요리로 변하는 얼린 소불고기
양념에 재워둔 소불고기를 얼린 채로 곧바로 뜨거운 팬에 올리면 요리의 성격 자체가 바뀌어 버립니다. 불고기 양념 속에 포함된 수분과 고기 자체의 얼음이 동시에 녹아내리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고기를 고소하게 볶아내야 하는 불판이 순식간에 불고기 전골 냄비처럼 수분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이렇게 수분 속에서 고기가 익으면 양념이 고기에 깊게 베이지 않고 겉돌게 되며, 고기 자체도 부드러움보다는 퍽퍽해지기 쉽습니다. 양념 육류는 조리 전날 냉장실로 옮겨 천천히 양념과 고기 조직이 자연스럽게 녹아내리도록 기다린 후 볶는 편이 훨씬 풍미가 좋습니다.

8.노란 노른자가 굳어버리는 통째로 얼린 계란
계란을 실수로 얼리거나 장기 보관을 위해 통째로 냉동실에 넣었다가 그대로 조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껍질째 얼은 계란을 그대로 삶거나 프라이를 하려고 깨뜨리면 노른자의 성질이 완전히 변해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계란 노른자는 얼어붙는 과정에서 단백질 변성이 일어나 젤리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립니다.
해동을 하더라도 원래의 매끄럽고 부드러운 상태로 돌아오지 않으며, 열을 가하면 점성이 사라져 퍽퍽하고 이질적인 식감을 냅니다. 계란은 가급적 생것으로 조리하는 것이 가장 좋으며, 혹시 얼렸다면 날것 그대로 조리하기보다 풀어낸 뒤 지단이나 계란말이 형태로 만들어 사용하는 편을 추천합니다.
오늘도 우리는 식사 준비를 위해 무심코 냉동실 문을 열고 감각에 의존해 재료를 꺼냅니다. 꽁꽁 얼어붙은 재료에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온기를 되찾아주는 일은, 단순한 과정을 넘어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정성껏 끌어내는 시간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찬찬히 기다려준 그 짧은 찰나의 시간이, 오늘 저녁 식탁의 풍미를 온전히 바꾸어 놓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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