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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하이힐 신은 귀신 ‘매덤 코이코이’의 비밀


어스름한 밤, 아프리카의 한 기숙학교 복도에 정적이 흐르면 어김없이 의문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콘크리트 바닥을 강하게 내리치는 단단한 구두 굽 소리. 딱, 딱, 딱.
학생들은 이 소리가 들리는 순간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쓰고 숨을 죽인다. 소리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귀신, 바로 ‘매덤 코이코이'(Madam Koi Koi)다.

어둠 속에서 찾아오는 구두 발자국

그녀는 과거 한 기숙학교의 교사였다고 전해진다. 늘 멋내기를 좋아했고, 특히 빨간색 하이힐을 자주 신었다. 걸을 때마다 구두 굽이 바닥을 때리는 소리를 현지 아이들은 ‘코이, 코이’라고 표현했다. 학생들은 그녀가 다가오는 소리만 듣고도 금방 누구인지 알아챘다.

문제는 그녀의 성격이었다. 학생들을 거칠게 다루면서 자그마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다. 때로는 과도하게 손찌검을 했다. 아이들은 그녀를 두려워하면서도 미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가혹한 지도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이 밤중에 그녀를 공격하는 일이 발생한다. 아이들은 그녀를 몰래 찾아가 구타했고, 그 과정에서 붉은 하이힐 한 쪽이 벗겨졌다. 그녀는 그날 밤 목숨을 잃고 말았는데, 죽기 전 자신의 구두를 빼앗은 학생들과 자신을 지켜주지 않은 학교를 향해 원망을 품었다. 그 이후로 그녀의 영혼은 밤마다 학교 복도를 헤매기 시작했다. 벗겨진 한 쪽 구두를 찾고, 자신을 공격한 학생들에게 되갚아주기 위해서다.

아이들이 교사를 찾아가 공격하는 모습(AI 생성 이미지).

이 소문은 삽시간에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주로 밤에 불이 꺼진 기숙사나 화장실에서 힘을 얻었다. 밤 10시가 넘어 기숙사의 불이 꺼지면 아이들은 침대에 누워 숨을 죽인다. 소리는 복도 끝에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멀리서 들리던 소리가 점점 방 앞으로 가까워진다.

그녀는 문 앞까지 다가와 잠시 멈춰 선다. 그리고 방 안에 있는 아이들이 잠들었는지, 아니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지 확인한다. 아이들은 눈을 감은 채 그 소리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린다. 규칙을 어기면 해코지 대상이 될 수 있다. 늦은 시간까지 잠을 자지 않고 소란을 피우는 아이, 밤중에 혼자 화장실에 가는 아이, 혹은 날이 밝기도 전에 너무 일찍 교실에 들어간 아이가 있으면, 이들의 뒤에 나타난다.

그녀는 문을 두드리거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기도 한다. 이때 눈을 뜨거나 뒤를 돌아보면 안 된다. 뒤를 돌아본 아이는 행방불명이 되거나 정신을 잃는다는 말이 돌았다. 규칙 기반 공포의 형태를 띤 이 규칙들은 학생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며 공포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아이들은 밤에 화장실에 갈 때 혼자 가지 못하고 친구 여러 명과 함께 움직였다. 발소리가 들리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을 죽였다. 10cm가 넘는 뾰족한 구두 굽 소리가 내 침대 옆에서 멈추지 않기를 바라면서.

복도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쓴 아이들(AI 생성 이미지).

이 괴담은 나이지리아에서 시작되어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메룬 등 서아프리카와 중앙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가나에서는 ‘매덤 하이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탄자니아에서는 ‘미스 콘코코’라는 이름으로 변했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는 비슷한 느낌을 주는 ‘핑키 핑키’라는 소문이 생겼다. 나라마다 이름은 조금씩 달랐지만, 빨간 신발을 신고 밤마다 찾아와 규칙을 따지고 틀어쥐려 한다는 점은 똑같았다. 수많은 아프리카의 아이들이 서로 다른 나라에 살면서도 똑같은 구두 소리에 떨며 밤을 보낸 것이다.

이렇게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아프리카 특유의 기숙학교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부모와 떨어져 엄격한 규율 속에서 생활해야 하는 어린 학생들에게 기숙사는 낯설고 불안한 공간이다.

학교라는 공간이 낳은 공포

당시 나이지리아나 가나 같은 국가의 기숙학교는 엄격한 규율로 운영되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을 몇 명 안 되는 교사가 관리해야 했다. 통제는 쉽지 않았다. 이때 매덤 코이코이 이야기는 아주 좋은 통제 수단이 되었다. 교사와 선배들은 밤늦게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길들이기 위해 이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기숙사 관리를 맡은 선배들은 밤에 일부러 구두를 신고 복도를 걸어 다니며 “코이, 코이” 소리를 내기도 했다. 아이들은 진짜 귀신이 온 줄 알고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다. 결국 이 소문은 어른들과 선배들이 만들어 낸 규율의 도구였던 셈이다.

엄격한 규율로 운영되던 아프리카 기숙학교(AI 생성 이미지).

또 하나는 어두운 시설이다. 당시 아프리카의 많은 학교는 전력이 부족해 밤마다 불이 자주 꺼졌다. 어두컴컴한 복도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는 아이들에게 공포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나뭇가지가 창문을 문지르는 소리나 바람 소리가 마치 구두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민속학자들은 매덤 코이코이 전설이 통제적이고 압박감 넘치는 교육 환경에서 비롯된 학생들의 심리적 불안과 엄격한 교사에 대한 반발심이 결합하여 형성된 집단적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기숙사 사감이나 교사가 밤중에 몰래 돌아다니며 아이들을 감시할 때 나던 구두 소리가 아이들의 공포심과 결합해 전설로 자리 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엄격한 통제와 어둠이 만들어낸 불안이 하나의 커다란 형상을 만들어낸 셈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학교 괴담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는 이 존재 때문에 학생들이 집단으로 놀라 응급실로 실려 가거나, 학교가 문을 닫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시간이 흘러 이 소문은 대중문화의 소재가 되었다. 책과 영화로 만들어졌고, 인터넷 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어릴 적 이 소문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되어 그 시절을 웃으며 이야기한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여전히 꺼지지 않는 소리

지금도 아프리카의 어느 기숙학교에서는 불이 꺼지면 아이들이 나란히 누워 이 이야기를 나눈다. 어른들은 그저 아이들의 철없는 소문이라고 말한다.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가짜 이야기라고도 한다.

하지만 오늘 밤도 소등 시간이 지나고 불이 꺼지면, 어두운 복도 저편에서 차가운 바닥을 울리는 소리가 조용히 시작될지도 모른다.

“코이… 코이… 코이…”


그 소리가 진짜 바람 소리인지, 아니면 잃어버린 구두 한 쪽을 찾아 헤매는 발걸음 소리인지는 오직 눈을 감고 있는 아이들만이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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