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심령·공포

보이지 않는 공포 ‘도리스 바이더’ 폴터가이스트 사건


현대 과학과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여전히 물리학의 법칙이나 객관적인 데이터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이 존재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물체의 정체불명의 이동,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미지의 환영, 그리고 주관적 체감을 넘어 물리적 흔적까지 남기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은 오랫동안 인류의 호기심과 공포를 동시에 자극해 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현상을 단순한 환각이나 누군가의 장난, 혹은 착각이 만든 해프닝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우연으로 돌리기에는 너무나 또렷하고, 환각으로 치부하기에는 눈앞에 뚜렷한 물증을 남기는 순간들이 존재한다. 이성으로 무장한 과학자들조차 현장에서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던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 그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1974년 미국에서 일어났다.

허공을 가르는 접시, 방 안을 채운 초록색 빛

그해 여름,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작고 평범한 단독주택에서 상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네 아이를 혼자 키우던 여성 도리스 바이더(38, Doris Bither)는 집 안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공에서 느닷없이 물건이 날아다니고 벽 속에서 누군가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집 안의 물건이 벽으로 날아가 박히는가 하면, 방 안의 기온이 순식간에 영하에 가깝게 떨어지기도 했다. 아이들도 밤마다 무언가에 짓눌려 비명을 지르며 깨어나기 일쑤였다.

정체불명의 빛이 도리스 바이더를 감싸는 모습이 연구팀 카메라에 포착됐다.

도리스가 가장 큰 공포를 느낀 것은 직접적인 신체 공격이었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집 안에는 총 3개의 기괴한 형체가 나타났다. 두 개체는 작고 흐릿한 모양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거대한 체구를 가진 형상이었다. 작은 두 개체가 도리스의 팔다리를 붙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막으면, 거대한 형상이 그녀를 강제로 누르고 폭행을 가했다.


실제로 그녀의 팔과 다리, 등에는 설명하기 힘든 멍 자국과 손가락 모양의 상처가 수시로 생겨났다. 어린 자녀들도 어머니가 허공에서 무언가와 몸싸움을 벌이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옆에서 목격했다.

사건이 점차 심각해지자 도리스는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의 초심리학 연구소에 도움을 요청했다. 배리 태프 박사와 조사관 케리 게이너 박사를 필두로 한 전문가와 학생 연구팀이 해당 주택에 투입되었다. 조사팀은 각종 정밀 측정 장비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집 내부에 설치했다.

연구팀은 처음에는 이 사건을 도리스의 정신적,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착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집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의 생각은 완전히 뒤엎어졌다.

실내 온도가 갑자기 떨어지며 찬 바람이 불었다. 아무도 손대지 않은 찬장 문이 열리더니 접시와 냄비가 허공으로 튀어나왔다. 냄비는 마치 누군가 던진 것처럼 벽에 부딪혀 찌그러졌다.

가장 놀라운 광경은 방 한가운데서 일어났다. 갑자기 공중에서 안개 같은 초록색 빛 덩어리가 나타났다. 빛은 점차 사람의 형상처럼 뭉쳐졌고, 이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한 연구원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연구팀 카메라에 포착된 정체불명의 빛.

조사 기간 동안 연구진이 가져온 고가의 정밀 장비들은 유독 이 집 안에서만 이상하게 작동을 멈추는 경우가 많았다. 배터리를 새로 바꾸어 끼워도 불과 몇 분 만에 방전되기 일쑤였고, 카메라 셔터가 뻑뻑해지며 누르지 못하는 현상이 되풀이되었다.

연구진이 현장에서 찍은 다수의 폴라로이드 사진에는 공중에 원형으로 떠다니는 수수께끼의 빛(오브)과, 도리스 주변을 휘감는 이상 빛의 궤적이 뚜렷하게 인화되어 나왔다. 당시 과학 장비를 동원해 초자연 현상을 직접 포착하려 했던 이 시도는 심령 연구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기록으로 남았다.


‘과학계의 반론’ 착시인가, 진짜인가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은 현상을 조사하던 연구원과 과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연구팀의 케리 케이너 박사는 실제 집 안에 기괴한 에너지나 외부 존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반해 배리 태프 박사는 이를 전통적인 ‘악령에 의한 빙의’로 보지 않았다. 그는 도리스라는 인물 자체가 일종의 ‘에너지 발생기’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도리스 바이더.

도리스는 불우한 성장 과정과 경제적 빈곤, 싱글맘으로서 겪는 심각한 생활고로 인해 만성적인 스트레스와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태프 박사는 이처럼 압축된 불안과 분노 같은 강력한 무의식적 에너지가 외부 물리력으로 발현되는 일종의 ‘염력적 폴터가이스트'(RSPK) 현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현대 과학계와 회의론자들은 사진과 증언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회의론자들은 사진에 찍힌 빛의 아우라가 폴라로이드 플래시 빛이 내부 렌즈에 반사되어 생긴 현상이거나, 인화 과정의 화학적 오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통제된 실험실이 아닌 일반 가정집이라는 환경 특성상 변수가 너무 많았으며, 조사팀이 초자연 현상이라는 결론을 미리 내리고 현장을 바라보는 ‘확증 편향’에 빠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았다. 도리스가 겪었다고 주장한 환영과 상처 역시 극심한 스트레스 및 알코올 의존에서 비롯된 자해나 정신적 환각의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얼마 뒤 도리스는 해당 주택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했다. 그렇다고 괴로움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았다. 도리스의 증언에 따르면, 장소를 몇 번이나 옮겼음에도 작고 흐릿한 빛과 기이한 소리는 한동안 그녀의 주변을 계속 따라다녔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모두 자라고 도리스의 건강이 악화하면서 현상은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녀는 1999년 세상을 떠났다.

도리스 바이더가 살던 문제의 집.

도리스의 컬버시티의 옛 집에는 이후 다른 임대인과 가족들이 들어와 살았다. 이후 그 집에서 눈에 보이는 공격이나 빛 같은 거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도리스 바이더 사건은 단순한 ‘귀신 이야기’를 넘어 몇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첫째는 인간의 심리적 트라우마와 무의식이 물리적 세계나 신체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둘째는 객관성과 검증을 지향하는 현대 과학이 주관적이고 이상적인 개인의 경험을 어디까지 입증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한계이다.


1974년 컬버시티의 그 집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 사건은 인간의 심리적 고통, 미지의 현상에 대한 열망, 그리고 이를 과학으로 규명하려 했던 시도가 복합적으로 교차한 20세기 최고의 초자연 미스터리로 기억되고 있다.
1982년 개봉한 공포 영화 <엔티티>(The Entity)는 이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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