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건강

여름철 식탁 위 위험한 만남 ‘상극 음식’ 9가지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면 자연스럽게 차갑고 달콤한 음식을 찾게 됩니다. 시원한 냉면 한 그릇에 곁들이는 만두, 달콤한 수박 한 조각, 그리고 길거리에서 파는 고소한 옥수수까지 여름 식탁은 늘 반가운 먹거리로 가득합니다. 뜨거운 햇살 아래 지친 몸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무심코 이 음식들을 조합해 함께 먹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싱싱하고 맛있는 제철 재료라 할지라도, 어떤 음식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몸에 이로울 수도 있고 도리어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각각 따로 먹을 때는 건강에 도움을 주는 훌륭한 재료들이 한데 섞이면서 서로의 영양소를 파괴하거나 소화를 방해하는 일들이 일어납니다. 몸을 시원하게 해 줄 것이라 믿었던 한 끼가 오히려 속을 더부룩하게 만들고 배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무심결에 같이 먹었던 여름철 대표 음식들 사이에는 사실 상극인 관계가 숨어 있습니다. 매년 여름마다 반복해서 즐기던 그 조합들이 과연 내 몸 안에서 어떤 반응을 일으키고 있었는지 알게 되면, 오늘 저녁 식탁의 풍경이 조금은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1.장어와 복숭아, 스태미나의 배신
여름철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대표 보양식인 장어를 구워 먹는 사람이 많습니다. 장어를 맛있게 먹은 뒤 후식으로 제철을 맞은 상큼한 복숭아를 곁들이면 깔끔한 마무리가 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이 두 음식의 만남은 장 건강에 큰 부담을 줍니다. 장어는 지방 함량이 매우 높은 음식이라 소화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반면 복숭아에 들어 있는 유기산 성분은 소화 효소의 활동을 저해하고 장을 자극합니다. 결과적으로 장어의 높은 지방과 복숭아의 유기산이 장 안에서 엉켜 소화 장애를 일으키고 갑작스러운 설사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수박과 튀김, 물과 기름의 위험한 만남
여름을 대표하는 과일인 수박은 수분 함량이 90퍼센트 이상으로 높아서 갈증 해소에 제격입니다. 야외에서 튀김이나 치킨 같은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느끼함을 달래려고 시원한 수박을 같이 먹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름진 튀김류는 원래 소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수분의 양이 매우 많은 수박을 함께 먹으면 위액이 묽어지게 됩니다. 희석된 위액은 기름진 음식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하고, 결국 소화 기관에 큰 과부하를 주어 배탈이나 위장 장애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3.맥주와 땅콩, 고소함 뒤에 숨은 간의 눈물
열대야가 찾아온 여름밤에 시원한 맥주 한 잔과 고소한 땅콩은 가장 간편하고 인기 있는 안주 조합으로 꼽힙니다. 그렇지만 맥주와 땅콩은 모두 성질이 찬 편에 속하며 차가운 맥주를 연속해서 마시면 위장이 쉽게 자극을 받습니다. 또한 땅콩은 기름기가 많고 지방 함량이 높아서 차가운 맥주와 함께 들어가면 소화가 매우 잘 되지 않는 특성이 있습니다.
게다가 두 음식 모두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부담을 주므로, 다음 날 숙취와 피로감을 더 크게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4.옥수수와 조개, 시골길의 뜻밖의 경고
여름철 별미로 손꼽히는 찰옥수수를 먹고 나서 저녁에 시원한 조개탕이나 조개구이를 즐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옥수수는 소화되는 시간이 상당히 긴 고섬유질 식품입니다. 조개는 단백질이 풍부하지만 유통 과정에서 균이 생기기 쉽고 소화가 아주 잘 되는 편은 아닙니다.
소화가 더딘 옥수수를 먹은 직후에 조개를 먹게 되면, 위장 안에 음식이 오래 머물게 되면서 배탈이나 식중독균에 노출될 위험이 크게 올라갑니다. 소화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상하기 쉬운 패류가 들어가면 탈이 나기 쉽습니다.

5.토마토와 설탕, 달콤함이 앗아간 영양소
여름철 잘 익은 토마토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얇게 썰어 설탕을 듬뿍 뿌려 먹는 방식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달콤한 맛은 좋아질지 몰라도 영양학적으로는 아쉬운 조합입니다. 토마토에는 비타민 B군과 다양한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인체에 들어온 설탕을 분해하고 대사하기 위해서는 비타민 B가 다량 소비됩니다.
결과적으로 토마토가 가진 유익한 비타민 B 성분이 설탕을 소화하는 데 모두 쓰여 버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영양 가치가 크게 떨어지는 편입니다.

6.삼계탕과 닭발, 과유불급의 열기
여름철 이열치열로 뜨끈한 삼계탕을 먹으면서 매콤한 닭발이나 양념 요리를 사이드로 곁들이기도 합니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인삼, 황기, 찹쌀 등은 몸에 열을 불어넣어 기운을 돋우는 성질이 강합니다. 여기에 캡사이신이 풍부한 매운 양념이 더해지면 몸속의 열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게 됩니다.
평소에 열이 많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는 피부 트러블이나 두통을 유발할 수 있으며, 위벽을 강하게 자극해 속쓰림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7.오이와 당근, 색감 속에 숨겨진 비타민 파괴
여름철 시원한 오이무침이나 등산용 간식으로 오이와 당근을 함께 채 썰어 준비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아삭아삭한 식감과 알록달록한 색감이 잘 어우러지지만 영양학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당근에는 아스코르비나아제라는 비타민 C 분해 효소가 들어 있습니다. 칼질을 통해 오이와 당근이 섞이는 과정에서 오이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비타민 C가 빠르게 파괴되는 편입니다.
두 재료를 꼭 함께 쓰고 싶다면 식초를 살짝 첨가해 비타민 C 파괴를 막아주는 편을 추천합니다.

8.냉면과 팥빙수, 찬 기운의 폭주
여름철 대표 시원한 음식인 냉면을 얼큰하게 먹은 뒤, 입가심으로 차가운 팥빙수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살얼음이 동동 뜬 냉면 육수로 이미 위장의 온도가 크게 떨어진 상태에서, 곧바로 얼음 덩어리인 빙수가 들어가면 위장의 기능이 순간적으로 굳어지게 됩니다.
위장 내부의 혈액 순환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소화 효소 분비가 멈추고, 급체나 심한 복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찬 음식과 찬 음식의 만남은 몸속 생체 리듬을 크게 깨뜨리는 편입니다.

9.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시리얼, 뼈 건강을 누르는 카페인
무더운 아침에 시원한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고 곧바로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일상은 매연 유행하는 식단입니다. 시리얼과 함께 섭취한 우유의 칼슘은 우리 몸에 들어와 뼈를 튼튼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커피 속에 다량 들어 있는 카페인과 탄닌 성분은 장에서 칼슘이 흡수되는 과정을 강력하게 방해합니다.
소화되지 못한 칼슘은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되므로, 우유가 주는 영양적 이점이 크게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맛있는 음식들이 서로를 밀어내는 까닭을 알고 나면, 우리가 누리던 소소한 즐거움이 조금은 조심스러워지기도 합니다. 혀를 즐겁게 하는 달콤함과 시원함 뒤에는 항상 몸의 소리 없는 인내와 노력이 담겨 있습니다.

계절이 주는 풍성한 먹거리를 온전히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쩌면 서로의 자리를 조금씩 넓혀주는 일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하루는 익숙했던 조합에서 벗어나 각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따로 천천히 음미해 보는 편을 추천합니다. 음식을 향한 자그마한 배려가 당신의 여름날을 훨씬 더 가볍고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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