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버뮤다 삼각지대 ‘호이아 바치우 숲’의 비밀
동유럽의 오래된 역사와 전설을 품은 루마니아 트란실바니아 지방은 소설 <드라큘라>의 배경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중심도시 클루지나포카 인근으로 들어서면 유독 서늘한 고요가 흐르는 곳이 있다.
울창한 나무들이 만든 그늘 아래로 깊숙이 들어서면 모습을 드러내는 ‘호이아 바치우'(Hoia Baciu) 숲이다. 세계에서 기이한 현상이 가장 많이 보고되는 장소 중 하나로, 초자연 현상 연구가들과 언론 사이에서는 ‘유럽의 버뮤다 삼각지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양 200마리와 함께 사라진 양치기
‘호이아 바치우’라는 이름은 오래전 이 지역에 살던 한 양치기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현지에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과거 ‘바치우’라는 이름의 양치기가 양 200마리를 몰고 숲 안으로 들어간 뒤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수색대가 숲 속을 샅샅이 뒤졌지만, 양치기는 물론 단 한 마리의 양도 찾지 못했다. 이후 주민들은 숲에 그의 이름을 붙이고 출입을 꺼리기 시작했다.

이곳을 둘러싼 이상 기류는 비단 옛 전설에만 머물지 않는다. 숲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길을 잃고 며칠 동안 헤매는 일이 끊이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숲에 들어간 기억은 분명한데 어떻게 나왔는지는혀 기억하지 못하는 시공간의 공백을 겪기도 했다. 지역 사회에 떠도는 도시전설 중에는 숲에서 길을 잃은 다섯 살 어린아이가 5년 뒤 똑같은 옷을 입은 채 발견되었다는 기이한 소문까지 존재한다. 아이는 시간이 전혀 지나지 않은 듯 모습이 그대로였고, 본인 역시 잠시 길을 잃었던 것으로 느꼈다고 전해진다.
오래된 소문과 전설 외에도, 숲에 들어서는 순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묘한 풍경들이 펼쳐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나무들의 형태다. 보통의 나무는 햇빛을 받기 위해 하늘을 향해 곧게 자란다. 하지만 이곳의 갈참나무와 활엽수들은 하나같이 기괴하게 굽어 있다. 줄기가 땅을 향해 휘어졌다 다시 올라가거나, 시계 방향으로 완전히 비틀려 꽈배기처럼 꼬인 모습이다.지면에서부터 마치 무언가에 눌리거나 당겨진 것처럼 활 모양으로 굽어져 있다.
과학자들은 식물 생장에 영향을 주는 바람이나 토양 성분을 조사했으나, 인근의 다른 숲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일부 수목학자들은 눈의 하중이나 유전적 변이 등 환경적 요인을 원인으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오직 이 숲의 특정 구역에서만 나무들이 기형적인 곡선을 그리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바람의 영향이나 지형적 요인으로 설명하기에는 변형된 형태가 지나치게 정교하고 균일하다.

더욱 수수께끼인 장소는 숲 중앙에 위치한 ‘더 클리어링’이라 불리는 완벽한 원형의 공터다. 지름 약 30m에 달하는 이 공간에는 풀이나 나무가 전혀 자라지 않는다. 토양 분석 결과 주변 흙과 영양 성분이나 화학적 차이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이 구역에서만 모든 생명이 성장을 멈춘 것이다. 수목학자와 토양학자들이 수십 년간 진행한 연구에서 풀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명확한 이유를 밝혀내지 못했다.
카메라에 잡힌 정체불명의 비행체
1960년대에 접어들며 이 숲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된다. 군용 기상학자였던 에밀 바르네아가 숲을 방문했다가 정체불명의 물체를 목격하고 사진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1968년 8월18일, 그는 친구들과 함께 숲의 원형 빈터 근처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하늘에서 반짝이는 물체를 발견했다. 금속성 광택을 띤 은빛 원반형 물체가 아무런 소리도 없이 공터 위를 비행하다가, 천천히 상승한 뒤 엄청난 속도로 하늘 넘어 사라졌다. 바르네아는 즉시 카메라를 들어 이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당시 루마니아는 암울했던 차우셰스쿠 독재 정권 시절이었다.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기록이나 보고는 사회를 교란하려는 불순한 선전 활동으로 오인받아 엄벌에 처해질 위험이 컸다. 하지만 그가 목숨을 걸고 공개한 사진은 세계 유수의 언론에 보도되었다.
사진의 조작 여부를 두고 열띤 논쟁이 이어지자 전문가들이 사진 분석에 나섰고, 이중 노출이나 합성 흔적이 없는 ‘진짜 사진’으로 판정했다. 이후 세계 각지의 초자연 현상 연구가와 심령 방송 취재진이 잇따라 방문하며 호이아 바치우는 명실상부한 미스터리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
호이아 바치우 숲을 찾은 방문객들은 단순한 시각적 기이함을 넘어 신체적인 이상 징후를 직접 경험하곤 한다. 숲에 들어선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각한 두통이나 구토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으며,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지거나 피부에 원인 모를 발진이 생기기도 한다.
숲을 조사하러 들어간 탐험가나 취재진은 전자 기기의 먹통 현상을 자주 겪는다. 완전히 충전해 간 카메라 배터리가 숲에 들어서자마자 몇 분 만에 방전되거나, 디지털시계의 시간이 멈추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영국 BBC와 미국 디스커버리(Discovery) 채널 등 해외 유명 방송국 취재진이 이곳을 찾았을 때도, 몇몇 스태프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어지럼증을 호소하거나 숲에서 나온 뒤 피부에 기묘한 발진과 긁힌 자국이 남았다고 증언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숲 지하에 형성된 특수한 지자기장이 사람의 뇌파나 전자기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추정한다. 하지만 특정 구역에서만 자력선이 이상 변동을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생물학자 알렉산드루 시프트는 평생에 걸쳐 이 숲을 조사하며 수천 장의 사진과 측정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러나 1993년 그가 세상을 떠난 직후, 집에 보관되어 있던 연구 자료의 대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가져간 것인지, 관리 소홀로 분실된 것인지조차 밝혀지지 않았다.
그가 남긴 자료 중 아주 일부만 동료 연구자인 아드리안 파트루트 교수에게 전달되었다. 파트루트 교수는 시프트의 연구를 이어받아 조사를 계속한 끝에, 숲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징후들이 일정한 주기성을 띤다는 점을 발견했다. 특정 기후 조건과 달의 주기, 그리고 지자기 변동이 맞아떨어지는 시기에 이상 현상이 집중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 역시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을 완벽히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오늘날 호이아 바치우 숲은 수많은 모험가와 과학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탐사지가 되었으며, 심야 시간대에 숲을 둘러보는 이색 관광 상품이 판매되기도 한다.
현대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과거의 수많은 신비가 해명되고 있지만, 이 숲은 여전히 인간의 지식 테두리 밖에 서 있다. 기이하게 굽어진 나무들과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원형의 빈터는 인간이 구축한 문명 너머에 아직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자연의 영역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차가운 안개가 숲을 감싸 안을 때, 호이아 바치우는 오늘도 자신만의 비밀을 고요히 간직한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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