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심장 이식받아 아들 살리고 ‘3명에게’ 장기기증 후 떠난 엄마


대전 동구에 살던 김춘희씨는 1남3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21살에 결혼해 1남1녀를 낳아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평소 밝고 상냥한 성격이었던 그는 텔레마케터로 직장생활을 했다. 김씨는 힘든 업무 속에서도 아이들을 꼬박꼬박 챙겼다.

그의 고교생(16) 아들은 몸이 아팠다. 희귀 심장병 판정을 받아 투병 생활을 해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 기능이 나빠졌다. 병원에서는 심장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다고 했다.

심장은 살아있는 사람이 떼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 뇌사 상태에 빠져 죽음에 이르는 길에서 기증을 해줘야만 이식이 가능하다. 부모에게는 이것만이 아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김씨 가족은 힘든 기다림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기적처럼 심장을 기증받아 이식 수술을 받게 됐다. 아들의 몸이 나날이 회복돼 가자 김씨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고 가족에게 “나도 기회가 되면 장기를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약 일 년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 날 이번에는 김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뇌사 상태에 빠졌다. 깨어날 희망이 없었기에 가족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고통 속에서 누군가의 기증만을 간절히 기다리던 마음을 이젠 반대의 입장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가족은 슬픔속에서도 숭고한 생명나눔에 뜻을 모았다.

김씨 남편은 “아들이 받았던 새 생명처럼 아내가 누군가를 살려서 그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냐”며 “제게 이제 남은 건 자식뿐인데, 특히 딸이 엄마의 뜻을 잘 따르자고 해서 그렇게 결정했다”고 전했다.

김씨의 딸은 “엄마와 친구 같은 사이로 대화도 많이 하고 늘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아왔다. 올해 대학을 서울로 가게 돼 엄마와 멀어진다는 것이 너무 싫었었는데, 이렇게 다시는 못할 곳으로 갔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기증으로 내 동생이 살아났듯이 기증으로 엄마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서 산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먼저 가족들에게 제안했다”고 말했다.

대전성모병원 의료진은 김씨의 간장과 좌우 신장을 적출해 다른 환자에게 이식했다. 이렇게 김씨는 아들의 심장 이식을 받은 지 약 10개월 만에 자신의 장기를 세 사람에게 주고 하늘 나라로 떠났다. 향년 42세.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뇌사 장기기증은 누군가에게 새 삶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양 측면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이처럼 숭고한 생명나눔을 결정해주신 기증자와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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