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실종사건

김천 직지사 이후재씨 실종사건


경상북도 김천시 대항면 황악산은 김천시에서 서쪽으로 12km 떨어진 소백산맥 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그 안에는 신라시대의 고찰 ‘직지사’가 있다. 절 주위의 울창한 소나무와 깊은 계곡의 맑은 물이 조화를 이루며 절경을 이뤄 해마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2011년 3월18일 오전 9시10분쯤 이후재씨(37)는 “운동하러 간다”며 김천시내의 집을 나섰다. 이씨는 직지사로 방향을 잡았다. 오후 1시54분 직지사 인근 주차장에서 어머니(61)와 통화했고 “황악산 직지사에 있다”며 위치를 알렸다.

같은 날 오후 6시10분에는 아버지(72)에게 ‘전화가 안 돼요’, 다시 오후 7시에는 아내(36)에게 ‘전화 안 됨’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2분 뒤 아내와 전화 연결이 됐다. 이때도 “산에서 내려가는 중”이라고 말했고, 40분 뒤인 오후 7시42분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차 안 인데 집에 가는 중이니까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했다.

이것이 이씨와 가족의 마지막 통화였다. 통화내용을 보면 특이한 것은 없다.

아침에 운동 삼아 집에서 나와 황악산에 올랐고, 직지사에 들렀다가 차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금방 집에 들어올 줄 알았던 이씨는 감감무소식이었다. 휴대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렇게 이씨는 행방불명됐다.

이씨 부모는 아들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연락이 끊기자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김천경찰서 실종전담팀이 이씨의 행적을 역추적하기 시작했다. 먼저 이씨의 휴대전화가 끊긴 곳을 찾았다.

그랬더니 이씨가 실종 당일 어머니와 첫 번째 통화(오후 1시54분)한 곳은 직지사에서 약 800m쯤 떨어진 주차장이었다. 그가 집을 나선 지 약 5시간 후에 이곳에서 전화한 것을 보면 황악산에 올라와서 직지사 근방까지 갔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씨가 어머니와 두 번째 통화(오후 7시42분)한 곳은 대항면 덕천네거리에 있는 한 모텔 부근의 기지국 반경이다. 이곳은 직지사에서 약 4km 떨어진 곳이다. 직지사에서 이씨 집까지의 거리가 12km 정도 되는데, 이곳은 집으로 가는 방향이다.

이씨의 동선이 집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지사에서 덕천네거리까지는 승용차로 이동해도 5분 정도가 걸린다. 몸이 성치 않은 이씨가 걸어가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르는 거리다. 이씨는 분명 어머니에게 “차를 타고 간다”고 했기 때문에 걸어가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다른 사람의 차를 타지 않았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마침 직지사를 오가는 버스가 운행 중이었고, 버스 안에는 폐쇄회로(CC)TV가 장착돼 있었다. 만약 이씨가 버스를 탔다면 CCTV에 그의 모습이 찍혔어야 한다.

경찰과 부모는 버스 회사를 찾아가 이씨가 승차했을 시간대의 버스 CCTV를 살폈다. 버스회사에서도 같은 시간대의 CCTV를 모두 확인했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씨가 탑승한 기록은 없었다.

버스 기사들도 하나같이 이씨와 비슷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씨가 차를 탔다면 버스는 타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이씨 부모는 신호가 끊긴 기지국 주변의 모텔을 일일이 방문해 아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모텔 주인들은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 비슷한 사람이 모텔을 찾았거나 봤다는 사람은 없었다.

이씨 부모는 직지사 인근에서 전단지를 나눠주며 목격자를 찾았지만 헛수고였다. 아들을 봤다는 사람도, 비슷한 흔적도 찾지 못했다. 한 자락 희망마저도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다.

경찰은 이씨의 출입국 기록, 인터넷 접속기록, 금융기록, 계좌거래내역 등을 샅샅이 뒤졌지만, 특별한 것은 없었다. 실종 당일 이후 기록이 전무했다. ‘범죄 관련성’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이다.

이씨 실종과 관련해 가족에게 협박이나 돈을 요구하는 등 범죄와 관련된 정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살’이나 ‘가출’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이씨 부모는 “그럴 일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왜냐면 이씨는 ‘급성 림프성 백혈병’에 걸려 2년여 간 투병생활을 했다. 부모에 따르면 약 20일 정도 식물인간으로 있으면서 생사를 오갔다. 다행히 골수이식을 받은 후 회복되면서 활기가 넘쳤다.

이씨는 병상에 있으면서도 고비 때마다 악착같이 살려고 발버둥을 쳤다.


삶에 대한 애착이 누구보다 강했다고 한다. 이씨에게는 아내와 어린 아들이 있다. 암에 걸려서도 살고 싶은 욕망이 컸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남겨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가족의 말이다. 자살 징후도 없었다. 더군다나 이씨는 직장 복직을 앞두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가출 가능성도 희박하다. 이씨가 가출하려고 집을 나갔다면 최소한 옷가지 등은 챙겨갔어야 한다. 이씨의 실종 당일 소지품은 지갑(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신용카드)이 전부였다.

이씨는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따로 챙겨간 약도 없었다. 현재 이씨의 가족들은 속만 태우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그야말로 연기처럼 사라진 탓에 생사를 가늠할 만한 단서도 전무하다. 그저 어디에선가 살아있기를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이후재씨는 키 180cm, 체중 80kg의 건장한 체격이다.

목에는 인공호흡기 관을 삽입할 때 생긴 흉터가 선명하게 나 있다. 수술로 머리를 깎은 탓에 머리에는 뜨개질한 빵모자(위쪽은 흰색, 아래는 검정색)를 썼다. 이씨를 알고 있거나 비슷한 사람을 목격했다면 김천경찰서(054-433-0112)로 제보하면 된다.

의문점

1.의문의 휴대전화 신호
이후재씨가 실종된 후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가족들과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 다음날 의문의 휴대전화 신호가 잡혔다. 이를 확인한 경찰이 이씨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을 했다. 그랬더니 30초쯤 신호가 가다 끊겼다. 누군가 배터리를 분리한 것이다. 그 뒤에 다시 배터리를 장착시킨 상태에서 전원이 들어왔다.
이때 휴대전화의 위치가 포착됐는데, 그곳은 이씨의 행적이 끊겼던 덕천네거리 부근이었다. 그러니까 이씨 본인 아니면 누군가 강제로 휴대전화 배터리를 분리했고, 다시 작동했다는 것이다.
그게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씨 본인이라면 이렇게까지 하면서 가족에게 연락 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에 제3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게 누구냐가 이씨 실종의 실마리를 푸는 열쇠다.

2.납치 가능성
이씨가 자살이나 가출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납치’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이씨가 납치당했다면 그것은 행적이 끊긴 덕천네거리일 가능성이 높다. 이씨가 버스를 기다리거나 덕천네거리 부근에 있을 때 누군가 접근한 후 승용차에 태웠을 수 있다.
이씨는 차 안에 탑승한 후 어머니에게 전화해서 “집에 가는 중”이라고 말했을 것으로 보인다. 건장한 체격의 이씨가 쉽게 제압당했다면 납치범이 최소 2명 이상일 수 있다.그런데 여기서 모순이 생긴다.


이씨가 납치당했다면 그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족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전화 한 통 없었다. 경찰도 이런 것 때문에 ‘범죄 관련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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