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상습 성추행’ 배우 조민기 사망사건
1965년 11월5일 서울에서 태어났고, 본명은 조병기다. 큰아버지가 결핵으로 39세에 요절한 배우 조항(조항의)이며, 사촌형이 조형기다. 서라벌중학교와 서라벌고등학교를 거쳐 청주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왔다.
1982년부터 극단 ‘신협’ 단원으로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 영화 <사의 찬미>(1991)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조민기는 1993년 MBC 22기 공채 탤런트에 합격하면서 본격적인 방송활동을 시작한다. 그가 배우로 진로를 결정할 때 집안의 반대가 많았지만 사촌지간인 배우 조형기가 많은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기는 선과 악을 넘나드는 변화무쌍한 캐릭터로 현대극과 사극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했다.
드라마는 MBC <베스트극장-누군가를 사랑하려는 이유>(1992), <까레이스키>(1994>, <사랑과 야망>(2006), <에덴의 동쪽>(2008), <선덕여왕>(2009), <투윅스>(2015), SBS <도시남녀>(1996), <7인의 신부>(1998), <사랑과 야망>(2006), KBS <거침없는 사랑>(2002), <노란손수건>(2003), <오렌지 마말레이드>(2015) 등 약 50여 편의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사랑과 야망’에서는 극도로 냉정하고 이기적이지만 어딘가 인간적인 장남 박태준 역을 맡아 독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그의 연기력은 ‘에덴의 동쪽’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태성그룹의 신태환 회장을 연기하며 악역 중의 최고 악역으로 불릴 만큼 악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선덕여왕’에서는 유약하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굳은 심지를 보여준 선덕여왕의 아버지 진평왕으로 열연했다.



‘투윅스’에서는 사채업과 건설업을 하면서 야심 가득한 문일석 역을 맡았다. ‘화정’은 혼돈의 조선시대, 정치판의 여러 군상들을 통해 인간이 가진 권력에 대한 욕망과 질투를 그렸다. 조민기는 조선시대 인조 정권의 최고 악인인 김자점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이처럼 조민기는 선과 악의 관점에서 모두 팬을 만족시키는 흔치 않은 배우였다. 그의 연기력은 각고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시청자들에게도 찬사를 받았다.
영화에서도 그의 연기력을 입증했다. <백치애인>(1992), <첫사랑>(1993), <남자의 향기>(1998>, <해부학 교실>(2007), <변호인>(2013> 등에서 비중있는 조연으로 출연했다.
1996년 ‘SBS 연기대상’, 2001년 ‘MBC 연기대상’, 2002년 ‘KBS 연기대상’, 2008년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남자 우수상을 받으면서 화려한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조민기는 또 각종 TV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줬다. SBS <야심만만2>(2009), MBC <공감토크쇼 놀러와>(2009), KBS <해피투게더 시즌3>(2009),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2017) 등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자신만의 확고한 세계를 각인시켰다. 특히 2015년에는 딸과 SBS TV 예능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해 자상한 딸바보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며 대중의 호감을 얻었다.

조민기는 본업인 연기 외에도 사진작가로서 역량도 인정받았다. 2009년 8월에는 서울 남산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아시아 탑 갤러리 호텔 아트페어’(AHAF) 전시회에 전문 사진작가로 초청됐었다. 이밖에 다수의 국내외 사진전에 초청돼 자신의 사진작품을 전시했다.
2010년 3월에는 모교인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조교수로 채용됐고, 2015년에는 부교수로 승진하면서 탄탄대로를 걷는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이력도 성추문과 함께 사라지며 한순간에 몰락의 길을 걷는다.
2018년 2월2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폭력 의혹이 제기됐다. 익명의 게시자는 “청주대 교수였던 연예인이 몇 년간 여학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학교의 조사가 이뤄졌고, 혐의가 인정돼 교수직을 박탈당했다”고 알렸고, 이후 청주대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엄청난 파장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조민기는 소속사를 통해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라며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2월21일 청주대 출신 연극배우 송하늘이 실명으로 조민기의 성추행을 주장하면서 피해 학생들과 목격자의 폭로가 잇따랐다. 송하늘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민기와의 일련의 사건들을 자세히 언급했다.
그는 “잊고 지내려 애썼지만 조민기 교수가 억울하다며 내놓은 공식입장을 듣고 분노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며 “저와 친구들, 수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성추행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송하늘은 2013년 청주대학교 입학 당시부터 선배들로부터 ‘조민기 교수를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조민기의 범행은 주로 그가 예술대학 캠퍼스 근처에 얻은 오피스텔에서 이뤄졌다. 한 번은 조민기의 오피스텔에 불려가 술을 마시고 자고 가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송하늘은 “저와 친구는 집에 가겠다고 했지만 조민기 교수는 저희 둘을 억지로 침대에 눕게 했고 저항하려 했지만 힘이 너무 강해 누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침대에 눕혀진 저의 배 위에 올라타서 ‘이거 비싼거야’라며 로션을 발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 사람은 저와 제 친구 사이에 몸을 우겨넣고 누웠다. 팔을 쓰다듬기도 하고 돌아누워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도 하고 옆구리에 손을 걸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지만 역시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조민기는 송하늘과 당시 남자친구를 불러 술을 먹었고, 남자친구가 잠든 사이에 은밀히 성관계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다. “조민기 교수는 남자친구인 00이랑 섹스 어떻게 하냐,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하냐는 등의 성적인 질문들을 농담이라는 식으로 쏟아내고 너무 수치스럽고 부끄러웠지만 웃음으로 어물쩡 넘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시간이 흐르고 남자친구를 깨우려 했더니 저를 침대 곁으로 불러 홱 가슴을 만졌다. 당황해서 몸을 빼자 ‘생각보다 작다’며 웃어넘기려 했고 수치스럽고 불쾌하고 창피해서 어지럽고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조민기는 팀 회식과 같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의 허벅지를 만지거나 쓰다듬고 얼굴을 만지는 등의 행위도 일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조씨의 눈밖에 난 학생들에게는 ‘제재’가 잇따랐다. 술에 취한 선배를 조씨의 오피스텔에서 데리고 나갔던 A씨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그 다음날부터 학교에서 조씨를 마주치면 저를 은근히 무시하거나 눈치를 줬다”며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제게 면박이나 창피를 주는 일도 잦았다”고 말했다.
조민기는 팀 회식이나 학과 MT, 공연 연습 과정에서도 가해 행위를 일삼았다. 2차로 간 노래방에서 그는 취한 상태에서 여학생들을 억지로 일으켜 춤을 추게 하거나 강제로 신체 접촉을 했다. 연습 과정에서는 “가슴이 작아 배역을 하기에 무리가 있으니 뽕을 채워라”는 등의 성적 농담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졸업생 B씨도 청주대 홈페이지를 통해 조씨의 가해 행위를 고발했다. 조씨의 오피스텔에 혼자 불려가 술을 마신 뒤 강제로 추행당했다는 것이다.
폭로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청주대를 졸업하고 연희단거리패에 1년간 몸담았다고 밝힌 C씨는 “용기를 내 글을 올려 준 학생들이 쓴 내용은 사실”이라며 “조씨는 마치 청주 안덕벌과 예술대가 자신의 왕국인 것처럼 행동했고 그의 이름을 따 학생들은 학교를 ‘밍키 월드’라 불렀다”는 글을 올렸다.
C씨는 “조씨가 학과장인 동시에 연예인, 수업을 총괄하는 교수였기 때문에 영향력이 막강했다”며 “그의 심기를 건드리면 학생 누구든 불링(특정 대상을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당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청주대 연극학과 11학번 재학생과 졸업생 38명도 공동성명을 통해 “조민기 교수의 성폭력과 위계에 의한 폭력은 실제로 존재했으며 우리 모두가 그 사실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조민기는 일부 언론을 통해 인터뷰에 나섰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해명에 여론은 더 싸늘해졌다. 이후에는 성폭행 미수 의혹이 불거지고 음란한 대화가 담긴 카카오톡 대화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대중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소속사 역시 그와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출연할 예정이었던 OCN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도 하차됐다.
조민기는 성폭력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만인 2월27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저로 인해 상처를 입은 모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앞으로 제 잘못에 대하여 법적, 사회적 모든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 늦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은 일생동안 제 잘못을 반성하고, 자숙하며 살겠다”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너무 늦은 반성이었다.

막다른 길에 몰린 조민기는 경찰 소환을 통보받고 출석을 사흘 앞둔 3월9일 오후 4시5분쯤, 거주지인 서울 광진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지하주차장 옆 창고에서 아내에게 숨진 채 발견된다. 이로써 데뷔 25년 만에 파란만장했던 그의 연기 생활과 52년의 삶도 막을 내렸다.
조민기는 A4 용지 6장 분량의 유서를 남겼다. “그동안 같이 공부했던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유족의 입장을 고려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한 언론매체에 의해 조민기가 사망 전 작성한 손편지가 공개됐다.
모든 장례 절차와 발인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장지는 서울추모공원. 경찰은 성추행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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