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병으로 괴로워하던 ‘개그우먼 박지선’ 사망사건
1984년 11월3일 인천광역시 부평구에서 2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인천 연수여고를 나와 고려대 교육학과를 졸업했다. 국어교육을 이수해 국어 정교사 자격증이 있다.
박지선은 전교에서 1등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외모로 인해 여고생 시절 선생님에게 “너 같은 애는 공부 밖에 살 길이 없어”라는 말을 듣고 열심히 공부해서 고려대에 입학했다.
대학 4학년 때는 친구 따라 강남가듯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무릎나온 추리닝’을 입고 커다란 가방을 등에 지고 노량진 학원가를 누볐다.
그러다 주입식 교육의 노예였던 것에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자신을 되돌아보기 시작했고 ‘내가 가장 행복했던 게 언제였지?’라고 생각하다가 반에서 친구들을 모아놓고 웃겼을 때를 떠올렸다.
박지선은 학창시절 ‘끼’가 상당했다. 사람들 웃기고 소위 ‘또라이 짓’하는 것도 좋아했다. 대학 때 프리젠테이션이며 조모임을 할 때도 어떻게 하면 점수 잘 받을까 대신에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웃길까를 고민했다.
결국 박지선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웃기는 것’이라는 결론을 냈다. 그 길을 위해 임용고시를 접고 개그맨이 되기로 결심한다.
2007년 KBS <개그콘서트>에 응시했다. 평소 자신의 성격인 ‘오지랖 넓은 여자’를 콘셉트로 대본을 짜 1인 5역을 연기해 합격했다. 공채 22기로 정식 개그맨이 된 박지선은 동기들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시작부터 빨랐다.
KBS 22기 신인개그맨 연수 시절, PD 앞에서 했던 무심한 자기소개로 사람들을 웃기는 바람에 그대로 KBS <폭소클럽2>에 투입돼 〈고해성사〉 〈모두에게 사랑받는 여자〉 코너에 출연했다. 정식 개그 무대에서 몸 풀기를 끝낸 박지선은 <개그콘서트>에서 끼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개그전사 300〉에서 부작용녀 역을 맡아 주목 받은 그녀는 <3인3색> 코너로 독립시켜 무대에 올랐다. 깜찍한 ‘성형전’, 예쁘장한 ‘성형후’에 이어 등장, “부작용이올시다”라고 기선을 제압하던 박지선은 ‘조선왕조부록’의 ‘싸다구’ 원빈마마로 입지를 굳혔다.

2009년에는 “참 쉽죠잉~?” 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었다. 2009년 KBS 2TV 퀴즈 쇼 <1대100>에서 우승을 차지하는가 하면, 2017년 MBC TV <면가왕>에서 높은 수준의 가창력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재능을 뽐내기도 했다.
2011년 MBC 시트콤 <하이킥 짧은다리의 역습>에서 박하선의 동료 영어교사 역할로 출연했다. 극중에서는 주로 못생긴 외모에 남자복까지 없는 신세를 한탄하거나 노처녀 히스테리를 부리는 모습이 많이 나오며, 특유의 재미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박지선의 개그에는 특징이 하나 있었다.
자신의 못생긴 외모를 ‘못난이 캐릭터’로 승화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멋과 웃음을 만들어냈다. 그녀는 이걸 개그에 십분 활용해 외모 덕을 톡톡히 봤다는 평가를 들었다.
박지선의 말투도 ‘천냥금’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인기 원동력으로 “사투리가 짬뽕된 말투”를 꼽기도 했다. 느릿느릿하지만 감칠맛나는 박지선의 말투엔 지역이 뒤섞인 집안 내력 탓이 크다. 할머니는 강원도 정선 출신, 어머니는 충청도 사투리를 쓰고 아버지는 부산 사투리를 쓴다.
박지선은 또 독특한 ‘돌고래 창법’(돌고래와 같은 초음파 소리)을 필살기로 삼아 대중을 압도했다.

박지선은 상복이 많은 개그우먼이다. 데뷔 첫해에 바로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 때 동기 개그맨 박성광에게 “성광 오빠, 사랑해!! 내마음을 받아줘!!” 라고 고백했는데, 박성광이 인상 쓰는 모습이 그대로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 뒤에도 상복은 이어졌다. 2008년 우수상, 2010년 최우수상을 수상했는데, 개그콘서트에서 사상 최초로 KBS 연예대상에서 신인상, 우수상, 최우수상을 모두 수상한 개그우먼이 됐다.
이밖에 제10회 대한민국영상대전 개그맨부문 포토제틱상(2009), 2011년 제18회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희극인상(2011), SBS 연예대상 라디오 DJ상(2012) 등을 수상했다.
박지선은 각종 행사에서 MC로도 맹활약했다. 2020년 9월에는 JTBC 월화드라마 <18 어게인> 제작발표회, 10월에는 JTBC 수목드라마 <사생활> 제작발표회 등과 가요 쇼케이스 행사의 MC를 맡아 매끄러운 진행 실력을 선보였다.

고정 출연은 같은해 3월 종영한 EBS1 <고양이를 부탁해 시즌4>가 박지선의 마지막 고정 출연 프로그램이다.
2019년 7월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최초의 셀럽 자기님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박지선은 “라디오도 하며 잘 지내고 있다. ‘무한도전-토토가’ 덕분에 덕후 이미지가 생겨 팬미팅 사회로 많이 불러주신다”고 근황을 전했다.
박지선은 개그우먼을 천생직업으로 여겼다. 그녀가 남긴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저는 제가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독특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생긴 얼굴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잖아요” “저는 남을 웃길 수 있다는 게 제일 행복해요. 앞으로도 어떤 선택을 하든 제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겁니다”

이런 박지선에게도 남몰래 고민이 있었다. 그녀는 방송 출연 때 분장을 하지 않은 ‘쌩얼’로 나왔다. 피부 질환 때문에 얼굴에 뭔가 바르면 트러플이 생겼기 때문이다.
언론 인터뷰를 보면 고2 겨울방학 때 피부과를 갔다가 여드름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공부할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아 피부를 단기간에 여러 번 벗겨내는 시술을 받았는데 이게 문제가 됐다.
이후 아프고 붓고 진물이 나서 휴학을 해야 할 정도로 피부가 엉망이 됐다.
이걸 겪은 이후 스킨로션도 바르지 못할 상태가 됐다. 대학 때는 체질개선을 시도했지만 온몸으로 번지고 더 아파져서 1년을 휴학했다. 더 이상 개선이 안 되는 만성질환이 된 것이다. 햇빛 알레르기도 있어서 해가 뜨는 날에는 늘 양산을 쓰고 다녀야 했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피부를 “보호막이 없는 피부”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웃고 있었지만 ‘피부 질환’은 자신을 내내 괴롭혔다고 토로했다. 피부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2020년 11월2일, 박지선에 대한 비보가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이날 오후 1시44분쯤, 박지선은 서울 마포구 자택에서 모친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된다. 모녀가 전화 받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박지선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이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모녀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인천에 살던 모친은 서울로 올라와 딸과 함께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어머니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성격의 메모가 발견됐다.
이 메모에는 ‘딸이 피부병 때문에 힘들어했으며, 최근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피부병이 악화해 더 힘들어했다. 딸만 혼자 보낼 수 없다.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들의 유해는 발인식을 거쳐 인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 안치됐다.
대중에게 환한 웃음을 선사했던 박지선, 그녀는 생일을 하루 앞두고 36살에 하늘의 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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