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쓰레기봉투 토막 살인사건
2006년 1월10일 오전 9시20분쯤이었다. 충남 천안시 성환읍 성월2길 대성하이츠빌라 쓰레기 적치장에서 토막 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됐다.
고물 수집상인 신아무개씨(43)가 쓰레기 더미를 뒤지다가 헌옷이 잔뜩 들어있는 흰색 쓰레기봉투(50ℓ)가 나왔다.
헌옷은 일반 파지나 고철보다 단가가 높았다. 신씨는 헌옷을 살펴보기 위해 봉투를 들었는데, 뭐가 들었는지 묵직했다. 봉투를 뜯고 열었더니 헌옷에 둘둘 싸인 검은 비닐봉지가 나왔다. 아무래도 이상한 물체였다.
신씨는 조심스럽게 검은 비닐봉지를 풀어보고는 경악하고 말았다. 그 안에서 토막 난 시신 일부가 나왔던 것이다. 신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서 보니 시신은 참혹한 모습이었다. 예리한 흉기로 목과 다리 등 관절 부분이 잘려 7부분으로 잘려 있었고, 얼굴과 다리는 있었지만 팔과 몸통은 없어진 상태였다. 지문이 있을 만한 부분은 따로 유기한 것으로 보였다.
경찰은 나머지 토막 난 부분을 찾기 위해 쓰레기 적치장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더 이상의 시신 부위나 소지품 등은 나오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경부압박질식사(목 졸림)로 추정됐다.
시신의 목에는 엄지손가락 자국과 피가 몰리며 생긴 울혈이 남아있었다. 피해자의 연령은 45~50세, 키는 150~160cm 정도이며, 계란형 얼굴이다. 국과수는 사망시간에 대해서는 발견하기 약 1~2일 정도 경과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시신이 잘려나간 부분에 주목했다.
시신의 훼손부위는 일반인이 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정교하고 깔끔하게 관절부위만 절단돼 있었다. 누가 봐도 전문가 솜씨였다. 경찰은 범인이 의료업계에 종사하거나 아니면 가축을 도축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추정했다. 시신 토막에 사용한 흉기도 일반 가정에서 쓰는 칼보다는 도축용으로 특수하게 제작한 칼에 더 가깝다고 나왔다.
이를 토대로 인근에 위치한 도축업체와 정육점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유력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와 미귀가자 신고 명단과 대조작업을 벌였지만 허사였다. 경찰은 탐문 범위를 확대해 성환과 직산, 성거 등 변사체를 발견한 인근 주민 등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역시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피해자는 치과 치료를 받은 흔적이 있었다. 윗 앞니와 왼쪽 아래 어금니 3개를 발치한 후 보철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천안에 있는 치과에서 10만 건 이상의 치과 진료기록을 확보했다. 이를 분석하면 피해자의 신원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위해 치기공 기술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했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하지 못해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도대체 피해자는 누구일까. 피해자가 누군지만 알면 사건은 금세 해결될 수 있었다. 문제는 양손이 발견되지 않아 지문 대조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시신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앞니에 ‘v자형 홈’이 있었는데, 이것은 중국인이나 중국동포(조선족)의 식습관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해바라기씨를 자주 까서 먹는 식습관이 있었다. 이때 씨껍질을 앞니를 이용해 벗기는데 이것으로 인해 홈이 파이는 특징이 있다.
경찰은 또 시신을 감싸고 있던 헌옷 11점(상의 5점, 바지 6점)의 출처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였다. 대부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제품이었다. 한국에서 OEM 주문을 통해 제작한 것이 아닌 중국 내에서 생산돼 유통되는 것이었다.
경찰은 여러 정황상 피해자가 한국인 보다는 중국인이나 중국동포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성환읍의 경우 지리 특성상 평택과 가까워 중국인이나 중국 동포의 입국이 잦았다. 인근에는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살던 지역인 것도 이를 뒷받침했다.
시신과 함께 발견된 헌옷 중에는 범인의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주로 건설현장에서 쓰이는 페인트와 폴리우레탄 부스러기가 묻은 남성용 바지였다. 또 국내에서 발견된 여성용 ‘빨간 트레이닝 바지’도 있었다. 2005년 12월에 근처 대형마트에서 한정판매가 됐던 제품이었다. 구매자를 추적하면 신원 확인이 가능할 수 있었다.
경찰이 해당 마트에서 확인해보니 이 바지를 구매한 사람은 총 9명이었다. 이중 7명은 카드로 계산해서 손쉽게 추적이 가능했다. 현금 구매자인 한 명도 확인했다. 이제 나머지 한 명만 확인하면 피해자의 신원은 금방 드러날 듯 했다.
이 구매자가 누군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 CCTV와 목격자였다. 하지만 기간이 오래 지나다보니 CCTV 기록은 지워진 상태였다. 구매자를 목격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빨간 바지 구매자를 찾는 데는 실패했다.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변사체의 사진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었다. 피해자는 계란형 얼굴로 이마가 넓고 쌍꺼풀이 없다. 입이 돌출됐으며 미간사이에 옅은 점이 있다.

경찰은 몽타주가 실린 전단지를 천안은 물론 인근지역인 아산, 평택, 안성 등까지 약 5만장을 배포했다. ‘특명 공개수배’ KBS1 ‘강력반 X-파일 끝까지 간다’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피해자의 신원을 수배했으나 범인은커녕 피해자의 신원조차 밝혀지지 않은 채 오리무중에 빠졌다.
현재 피해자의 시신은 무연고자로 분류돼 천안시 동남구의 ‘무연고 묘지’에 매장돼 있다. 누군가의 아내이자 어머니였을 피해자는 과연 누구일까. 경찰은 아직 이 의문을 풀지 못했다. 이 여인과 관련한 제보는 천안서북경찰서(041-536-1325)로 하면 된다.
범인이 남긴 단서들
1.범인은 면식범이다
범인이 시신을 토막 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시신 유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과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면 금세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것을 두려워하는 불안 심리다. 이 사건의 경우 지문 채취가 불가능하게 손이 있는 팔을 잘랐다. 범인은 피해자와 잘 아는 면식범일 확률이 아주 높은 것이다.
2.범행 장소는 시신 유기된 곳 근처다
범인은 토막 낸 시신을 검은 비닐봉투에 넣은 후 밀봉했다. 그것을 다시 헌옷(피해자의 옷 등)으로 감쌌다. 그런 다음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유기했다. 시신과 피해자의 옷을 한꺼번에 버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쓰레기로 보인다.
범인은 피해자를 어디에서 살해한 후 어떻게 옮겼을까. 전문가들은 시신유기 장소로 쓰레기장을 선택한 것은 차량 보다는 걸어서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쓰레기 차가 수거해서 처리하면 흔적이 남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즉 시신유기 현장 가까운 곳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후 인적이 드문 새벽시간에 쓰레기장에 유기했다고 보여진다.
3.피해자는 한국에 입국한 지 얼마 안 됐다
피해자의 시신이 유기될 때 머리 부분은 쓰레기봉투에 들어있었다. 훼손된 것도 아니다. 경찰은 사체의 사진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어 배포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공개 수배했다.
그런데도 피해자를 알고 있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것은 국내에는 피해자를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찰과 방송프로그램 제작진은 전 세계 35개국에 발행되고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과 재중동포가 많이 보는 중국어신문 ‘대기원시보’에 피해자의 신원 제보 광고를 냈지만 유력한 제보는 없었다.
피해자가 한국에 입국한 지 오래되고 식당 등에 취업해서 일했다면 피해자에 대한 제보가 없다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또 쓰레기봉투에 있는 피해자의 옷은 아주 적었다. 이중 국내에서 산 빨간 트레이닝 바지는 구입일자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추리를 뒷받침 한다.
4.범행 장소는 정육점이나 정육식당이 의심된다
시신이 토막 난 형태 등을 보면 범인은 도축‧발골 일을 했던 기술자일 확률이 높다. 일반 식당의 경우 손질된 고기를 구매하지만 정육점이나 정육식당의 경우 도축한 가축을 최소한의 손질만해서 가져온다. 판매할 때는 고기와 뼈를 분리해서 판다.
식당 중 상당수는 작은 딸린 방이 있다. 국내에 입국한지 얼마 안 되는 외국인 종업원의 경우 마땅한 거처가 없기 때문에 일과 후에는 식당의 딸린 방에서 기거하기도 한다. 이때 식당 주인이나 종업원이 성폭행을 시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사건 피해자의 경우도 이 같은 일을 당했을 수 있다. 피해자가 본격 식당 일을 시작하기 전에 누군가에게 성폭행을 하거나 성폭행 시도과정에서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 피해자의 몸통이 쓰레기통에서 나오지 않은 것도 성폭행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정육점이나 정육식당의 경우 시체를 처리하기가 용이하다. 정육 해체 공간이 구비돼 있고, 시신을 해체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의심을 피할 수가 있다. 발견되지 않은 토막 낸 몸통과 팔의 경우 일반 고기처럼 정육 처리됐을 수 있다.
피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다량의 물이 필요하지만 식당에서 다량의 물을 썼다고 해서 의심 받지는 않는다. 또 피해자는 50ℓ의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졌다. 평소 일반 가정에서는 이렇게 큰 쓰레기봉투가 필요하지 않다. 경찰은 사건 전후 50ℓ쓰레기봉투 판매와 구매자에 대해서도 조사해지만 별다른 것이 없었다.
반면 식당의 경우는 평소 이 정도 크기의 쓰레기봉투를 구입해 놓기 때문에 경찰 용의선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리일 뿐이며, 범행 장소는 의외의 장소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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