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년 만에 발견된 고대 ‘비밀 무덤’
아일랜드 서쪽 끝자락, 푸른 바다와 거친 절벽이 맞닿은 케리주의 딩글 반도는 본래 옛 조상들이 남긴 흔적이 많기로 이름난 곳이다. 이곳에서 땅을 일구며 살아가는 50대 남성 농부 패트릭은 2021년 4월23일, 평소와 다름없이 밭을 정리하고 있었다. 땅을 더 쓸모 있게 만들고자 굴착기를 몰고 돌을 고르던 참이었다.
밭 한가운데 자리 잡은 커다란 돌 하나가 눈에 띄었다. 패트릭이 굴착기 앞날로 그 거대한 돌을 천천히 들어 올린 순간, 둔탁한 소리와 함께 땅 밑으로 깊은 구멍이 나타났다. 돌판 아래에 단단히 숨겨져 있던 어두운 방, 고대의 무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굴착기 끝에 걸린 돌판, 그 아래 펼쳐진 지하 세계
농부의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온 아일랜드 국립박물관 소속 고고학자들은 마주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돌판 밑에는 사방을 돌로 정교하게 쌓아 만든 방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고고학자들은 조심스럽게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 흙먼지가 가라앉은 바닥에서는 사람의 것으로 보이는 뼈 조각이 발견되었다. 그 곁에는 아주 매끄럽고 둥글게 다듬어진 타원형 돌 몇 개가 함께 놓여 있었다. 요즈음의 물건이라 해도 믿을 만큼 매끄러운 돌들이었으나, 용도는 당장 알기 어려웠다.
조사를 이끈 여성 고고학자 메리 박사(40대)는 무덤의 짜임새와 뼈의 상태를 살핀 뒤 고개를 끄덕였다. 돌방의 구조로 보아 이 무덤은 적어도 2500년 전, 길게는 4000년 전인 청동기 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땅속 깊은 곳에 완벽하게 묻혀 있었던 점을 생각하면, 인류가 글을 쓰기 훨씬 전인 더 먼 옛날의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뒤를 이었다.
이 무덤이 학계를 놀라게 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수천 년 동안 단 한 번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물을 노리는 도굴꾼들의 감시를 피한 것은 물론, 기나긴 세월 동안 무너진 곳 하나 없이 처음 만들어진 상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메리 박사는 “돌방의 보존 상태가 아주 훌륭하다”며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은 채 온전히 보존된 무덤을 발견하는 것은 고고학자에게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적 같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발견된 고대 무덤들은 대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거나 이미 알맹이가 사라진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곳은 옛사람들이 장례를 치르고 돌문을 닫았던 그날의 공기가 그대로 갇혀 있는 듯했다. 무덤 안의 유물들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죽은 이를 어떻게 떠나보냈는지,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살았는지 밝혀낼 소중한 열쇠가 되어줄 것이다.

무덤의 위치는 왜 비밀에 부쳐졌을까
아일랜드 국립박물관 측은 조사를 마친 뒤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이 무덤이 있는 정확한 위치를 세상에 알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유적지를 온전하게 지켜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호기심에 가득 찬 구경꾼들이 몰려들거나 땅의 원래 주인이 입을 피해를 막으려는 뜻도 담겼다.
오늘도 딩글 반도의 바람은 거세게 불고, 농부는 다시 밭을 일군다. 발밑에 수천 년 전 조상들의 숨결이 잠들어 있다는 사실을 안 채로 말이다. 비밀의 방은 다시 차가운 돌판 뒤로 모습을 감추었지만, 그곳이 품은 먼 옛날의 이야기는 이제 막 땅 위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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