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파주 조건만남 엽기 토막 살인사건


미혼여성인 고아무개씨(36)는 가끔 인터넷 채팅방에 들어가 뭇 남성들과 채팅을 했다. 가끔 이렇게 만난 남성들과 성매매를 하며 돈을 벌었다.

유부남인 조아무개씨(50)도 호기심에 채팅방에 자주 들어갔다. 인터넷 유료채팅 사이트인 ‘클럽0000’을 이용했다. 두 사람이 한 채팅방에서’ 만난 것은 2014년 5월25일이다. 고씨가 먼저 “우리 애인할까요?”라고 제의했고, 조씨는 젊은 여성의 제안에 “좋지요!”라고 응답했다. 채팅창에서는 성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은 주고받지 않았다.

하루 뒤인 5월26일 오후 8시쯤 조씨와 고씨는 파주 소재 통일전망대 인근 도로상에서 만났다. 고씨는 검은색 미니스커트에 하이힐을 착용한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조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근처에 세워놓고 고씨의 외제 승용차에 옮겨 탔다.

두 사람의 만남은 속전속결이었다.

처음 만난 지 10분 만에 파주의 한 무인모텔로 이동했다. 채팅한 지 하루 만에, 그것도 만나자마자 바로 모텔로 들어온 두 사람. 조씨는 젊은 여성과의 짜릿한 순간을 상상했을지 모르지만 고씨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의 목적은 ‘성관계’가 아니라 ‘돈’이었다. 고씨의 핸드백에는 30cm 정도의 회칼이 숨겨져 있었다. 조씨가 방심하면 순간적으로 흉기를 꺼내 찌를 참이었다.

조씨의 시선이 흐트러지자 고씨는 준비해간 흉기로 사정없이 찔렀다. 무방비 상태였던 조씨는 방어할 틈도 없이 목과 가슴 등 무려 30여 곳을 난자당했다. 결국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한 순간의 쾌락을 위한 ‘조건만남’의 비극이었다.


조씨를 죽이는데 성공한 고씨는 시신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고민됐다. 어떻게든 모텔 안에서 주차장에 있는 자신의 승용차까지만 옮기면 될 것 같았다. 여행용 가방에 시신을 넣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그만한 크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듯 했다. 고씨는 시신을 토막 낸 후 각각 옮기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

인근 상점에서 전기톱과 여행용 가방, 세제 등을 구입했다. 조씨의 시신을 끙끙대며 욕실로 옮기고는 전기톱을 이용해 훼손하기 시작했다. 가방에 들어갈 수 있게 하반신만 톱으로 잘랐다.

범인이 시신을 토막내는 것은 완전범죄를 노리기 위해서다. 보통은 여섯 토막을 낸다. 이때 지문 채취를 막기 위해 손가락이나 손마디를 자르기도 한다. 고씨가 시신을 토막 낸 것은 완전범죄를 노렸다기 보다 이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고씨는 몸통 부분은 검은색 여행용 가방에 담았고, 다리 부분은 비닐로 겹겹이 둘러쌌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시신에 남은 피는 최대한 제거했다. 상점에서 구입한 세제를 이용해 모텔 곳곳에 있는 핏자국을 닦아내며 살인의 흔적도 지웠다. 고씨는 시신을 옮길 준비를 다 했지만 곧바로 실행하지 않고 이틀 밤을 모텔에서 함께 잤다.

그사이 숨진 조씨의 주머니를 뒤져 지갑과 신용카드를 챙겼다.

범행 이튿날에는 경기도 일산의 한 귀금속점에 찾아갔다. 그곳에서 반지와 목걸이를 300만원을 주고 구매했다. 결제는 조씨의 신용카드로 했다. 이것도 좀 어설프다. 피해자의 신용카드를 조회해보면 누가 사용했는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고씨는 또 얼마 후 같은 곳에 가서 500만원 어치의 귀금속을 추가로 구매하려고 했다. 귀금속 주인에게 고씨의 행동이 정상적으로 보일 리가 없다. 카드 명의자와 고씨가 동일인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고씨에게 “신분증 좀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거부했다.


귀금속 주인은 이전의 결제내역까지 모두 취소했다.

귀금속 구매에 실패한 고씨는 모텔로 돌아와 시신 유기에 나섰다. 5월28일 오전 7시55분쯤 모텔방에 있던 시신을 가까스로 옮겨 승용차 트렁크에 실었다. 시신을 곧바로 유기하는 대신 모텔에서 20여분 거리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차를 몰았다.

이곳에서 이틀을 더 보냈다. 고씨는 조씨의 시신을 차 트렁크에 실어놓은 상태에서 다른 남성과 인터넷 채팅으로 만나 성관계를 가졌다. 그런다음 집에서 컴퓨터로 시신을 유기할 곳을 물색했다. 대략 유기 장소를 정한 고씨는 5월30일 밤 승용차를 몰고 집에서 나온다.

비닐로 감쌌던 다리 부분은 오후 9시쯤 파주시 조리읍의 한 농수로에 버린 후 풀로 덮어놨다. 그 다음에는 인천으로 방향을 잡았다. 11시가 넘어 남동공단에 도착했고, ㅅ공장 담벼락에 다다르자 트렁크에 있던 가방을 꺼내 유기했다. 이때가 오후 11시56분이었다.

채팅으로 조씨를 만난 지 4일 만에 살해에서 시신유기까지 끝마친 것이다.

고씨의 범행은 계획적이었지만 치밀하지는 못했다. 범행이 들통나는 데 걸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5월31일 오전 8시30분쯤 야간 근무를 마치고 나온 ㅅ공장 직원은 담벼락에 있는 여행용 가방을 발견하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가방 안을 열어보니 비닐로 싸인 사람 몸통이 나왔다. 소스라치게 놀란 그는 112에 “여행용 가방 안에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 들어있다”고 신고했다. 남동공단을 담당하는 인천 남동경찰서 강력5팀이 현장에 출동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우선 피해자의 지문을 채취해 신원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시신유기 지점이 공단인데다 골목길이었다는 점에서 ‘외국인 노동자’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신원 조회 결과는 달랐다. 그는 파주인근 고양시에 거주하는 일용직 노동자인 조씨였다. 경찰은 여행용 가방이 발견된 곳의 인근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다. 전날 밤 고씨의 차량이 시신 유기 장소에 있던 것이 포착됐고, 그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했다.

고씨는 집에서 외출하려다 잠복해 있던 형사들에게 긴급 체포됐다. 고씨는 범행을 순순히 인정했다. 다만 범행동기를 묻는 질문에 “조씨가 모텔에서 강제로 성폭행하려고 해서 호신용으로 갖고 있던 칼로 찔렀다”며 우발적이라고 주장했지만 거짓말이었다.

고씨는 신용불량자인데다 수 천 만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개인 재산도 없었고, 살고 있는 집은 제3자 명의였다. 백수건달에 빚쟁이 였지만 외제차를 굴리고, 명품으로 치장하고 다녔다. 고씨 본인 명의로 된 5000만원이 넘는 중형 외제차(크라이슬러)는 2012년쯤 출고했지만 할부금이 연체된 상태였다.

고씨의 SNS에 게시된 사진들.

허영심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돈에 쪼들리던 고씨는 채팅창에서 ‘조건만남’이라는 미끼를 던져 남자를 유혹했다. 고씨가 쳐놓은 그물에 조씨가 걸려든 것이다. 언론매체들은 범행동기를 ‘귀금속 구매’라고 했으나 고씨가 필요했던 것은 현금이었지 귀금속이 아니었다.


다만 조씨의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해 현금 인출이 불가능했다.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이 현금화가 가능한 귀금속을 구매한 후 되파는 것이었다. 경찰은 숨진 조씨의 차량에서 그의 소지품(휴대전화, 지갑 등)을 발견했는데, 지갑은 텅텅 비어있었다. 이것 또한 고씨가 숨겨놓은 것이다.

고씨의 범행을 역추적해보면 이해 안 되는 게 몇 가지 있었다.

특히 시신유기 과정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고씨는 인적이 드문 파주 농수로에 시신을 한꺼번에 유기하지 않고, 두 곳에 분산했다. 이중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금방 확인할 수 있는 몸통을 버린 곳은 파주에서 약 44km나 떨어진 인천 남동공단 공장 담벼락이다.

승용차로 1시간 거리인데다 고씨가 유기한 곳은 공장 정문 바로 옆이다. 필자가 직접 현장에 가보니 사람과 차량이 쉴새없이 드나들고 있어 시신 유기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고씨는 왜 파주 인근지역도 아닌 인천 ‘남동공단’을 떠올린 것일까.

이에 대해 “나도 여기에 왜 왔는지 모르겠다. 검색하다가 ‘남동공단’을 검색했고 그러다가 왔다”고 말했다. 고씨의 컴퓨터에서는 ‘인천 수도권 매립지’와 ‘남동공단’ 등을 검색한 기록이 나왔다.

고씨는 인천 남동공단 공장 담벼락에도 토막난 시신을 유기했다. 필자의 손이 가리키고 있는 곳이 시신 유기장소다.

고씨의 범행수법은 초범으로 보기에는 잔인하고 엽기적이다. 경찰도 이를 의심해 고씨의 전과조회를 했지만 ‘도로교통법 위반’ 외에는 없었다.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도 없었다.


필자가 고씨에 대해 알아보니 그녀의 삶은 평탄치 않았다. 가족이 있었지만 왕래를 끊고 단절하다시피 살았다. 나중에 소식을 듣고 경찰서로 찾아온 가족의 면회도 거절할 정도였다.

대학은 중퇴했다. 본인은 의류매장 종업원으로 일했다고 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다. 고씨의 외모를 본 사람들은 “남자에게 호감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고씨를 조사한 경찰관은 ‘자기부정’이 강했다고 말했다. 송명수 인천 남동경찰서 강력5팀장은 “처음 조사받을 때는 범행을 시인하고 그 과정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다 나중에는 ‘내가 한 거 같지 않고 남이 한 것 같다’며 자기가 말한 것을 모두 부정했다”고 전했다.

현장검증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송 팀장은 “시신을 찌르고 훼손하는 장면을 본인이 연출하지 못하겠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내가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범행을 부인하기 위한 수단이다”고 말했다.

고씨는 경찰에 체포된 후 한 번도 감정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보통은 조사나 현장검증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거나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는 하는데, 고씨는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씨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고 재판에 회부됐다.

1심 재판부는 “고씨의 범행의 경위 수법의 잔혹함, 정황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매우 중하다”며 “고씨가 반성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는 점, 피해자 및 유족들에 대한 아무런 피해회복도 이뤄지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유지했고, 2015년 8월 대법원은 원심을 유지해 징역 30년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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