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사건한반도

임진강으로 월북하려다 초병에게 사살된 남성


2013년 9월1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서북방 최전방 지역에서 한 남성이 초병들에게 목격된다.

그는 임진각에서 5~6km쯤 떨어진 자유로변 민간인 출입통제 지역 근처를 배회하고 있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초병들은 이 남성을 집중 감시하기 시작한다. 오후 2시32분쯤 남성은 임진강 지류 탄포천에 설치된 철책을 넘은 후 그대로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를 감시하고 있던 초병들은 통문(철책)을 열고 육성으로 세 차례 “남쪽으로 돌아오라”고 권유했다. 남성은 경고를 무시하고 북쪽으로 헤엄쳐 월북하려고 했다.

부유물(스티로폼)을 갖고 수영을 하면 순식간에 북으로 갈 수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곳은 강폭이 800m로 비교적 좁아 80~90년대 북한 주민들이 많이 월남해 오던 곳이었다.

임진강만 건너면 바로 북한 땅이다. 해당 부대의 대대장은 즉시 초병 30여 명에게 발포 명령을 내렸고 K-2 소총과 K-3 기관총 등의 화기로 수 백발의 집중 사격을 퍼부었다.

얼마 후 남성의 몸이 물위로 떠올랐다. 초병들이 물속에서 꺼내고 보니 그의 몸에는 부표 역할을 하는 스티로폼이 묶여 있었다. 몸에서는 과자 등의 비상용 식량도 나왔다.


신분을 알 수 있는 증명도 있었다.

‘남00씨’의 여권이 나왔고, 나이는 47세였다. 남씨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같은 해 6월 일본에서 정치난민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하고 나서 강제 추방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합동조사 결과 남씨의 여권은 본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남씨의 행동은 좀 의아하다. 월북하려는 사람이 해가 중천에 떠있는 훤한 시간에 임진강 지류 탄포천에 설치된 철책을 넘었다.

이 시간이면 은폐 엄폐를 아무리 잘 해도 발견될 확률이 아주 높다. 강 주변에는 첨단 감시 장비들이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물에 뜨기 쉽게 하려고 했겠지만, 몸에 스티로폼을 달아 초병에게는 확실한 표적이 됐다.

군 당국은 “접전지역에서 통제에 불응하고 도주하는 자에 대해서는 사격하게 돼 있다”며 적절한 대응이라고 밝혔다.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갑론을박이 있었다. “초병 복무규율을 따져 다소 무리한 대응이 아니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심지어 실질적으로 사형이 없어진 마당에 백주대낮에 비무장한 사람을 사살한 것은 ‘살인 행위’라는 네티즌도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여론은 초병의 대응을 적절했다고 판단했다.

초병 입장에서는 북한군인지 민간인인지 아니면 간첩인지, 확인하기 어려웠고 발포하기 전 몇 차례 경고도 했다.

만약 그대로 뒀다면 남씨는 물길을 헤엄쳐 북한으로 넘어갔을 확률이 높다. 이렇게 되면 언론에서는 월북하는 것을 뻔히 바라만 보고 놓쳤다며 군의 기강해이를 문제 삼았을 것이다.


최전방의 경우 절차상 수화에 응하지 않고 도주하면 적군으로 간주돼 발포를 하도록 돼 있다. 군 당국은 초병의 대응이 적절했다며 해당 장병들을 포상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