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앓다 7명 살리고 떠난 20살 청년 장준엽씨
충북 청주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난 장준엽씨.
초등학교 4학년이던 지난 2011년부터 약물로도 조절되지 않는 뇌전증(간질)을 앓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태권도 선수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태권도와 복싱을 배우며 체력을 키울 정도로 건강했다.
뇌전증을 앓기 시작한 후에는 멀쩡하다가도 갑자기 의식을 잃고 나무토막처럼 쓰러져 몸을 다치기 일쑤였다. 아버지는 헬스장 등을 운영하며 아들을 위해 17년 동안 고아원 등 봉사활동을 빼놓지 않았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졸업한 준엽씨는 대학 진학을 꿈꿨다. 그리고 서울 아산병원에서 뇌수술이 예정돼 있었다. 수술이 잘 되면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대학도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던 2022년 4월22일 장씨는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고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다.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됐고 결국 뇌사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깨어날 가망이 없다고 했다.
갑자기 이별을 해야만 했던 가족. 아버지는 아들이 아프게만 살아왔던 것을 떠올리며 가슴이 무너지는 듯 했다. 그렇다고 닥친 현실을 부정할 수도 없었다.
오랜 고심 끝에 장기기증을 결심하고 이런 뜻을 의료진에게 알렸다.
아버지 장영수씨는 “다른 생명을 살리겠다는 숭고한 의미의 기증보다는 살아날 가망이 없는 아들이 빨리 편안해졌으면 하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수술 전 아버지는 누워있는 아들의 귀에 대고 “우리 준엽이, 더 이상 아픔 없는 천국으로 가서 행복하게 잘 쉬어”라며 “살아 생전에는 친구가 없었지만 하늘에서는 좋은 친구들하고 즐겁게 잘 지내. 네 동생이 멋진 어른이 되고, 아빠도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찾으러 갈게”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어 충북대병원 의료진은 장씨의 몸에서 심장, 폐, 간(분할), 췌장, 신장(좌·우)을 적출해 죽음의 문턱에서 고통받고 있던 환자들에게 이식했다. 준엽씨는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20세.

갑작스러운 죽음에 영정 사진이 없어 아버지와 부산 여행갔을 때의 사진으로 대신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측은 “장준엽씨 가족은 장씨가 아프기 시작한 시점부터 매일 어디가 아픈지 일기를 쓰고, 잦은 수술과 병간호 속에서도 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도록 매일 등교를 도왔다”며 “사랑하는 아들이 짧게 살아온 만큼 다른 이에게 가서 잘 지내길 바란다며 기증을 결심해주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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