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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농구선수 정상헌 처형 살인사건


농구 유망주가 팀을 이탈하는 등 적응을 못하다가 결국 처형을 죽인 살인범으로 전락했다.

경복고 재학시절 휘문고 방성윤과 고교 랭킹 1~2위를 다툴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던 정상헌. 그는 192cm의 장신으로, 농구선수로서는 타고난 체격이다. 여기에다 넓은 시야에 스피드, 어시스트와 득점력까지 겸비했다. 대학에서도 프로에서도 정상헌을 탐냈다. 그는 고려대를 선택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은 불행의 시작이었다. 정상헌은 빛을 잃기 시작했다. 규율이 센 대학 농구팀의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고, 선후배 관계도 좋지 않았다. 결국 정상헌은 잦은 팀 이탈을 반복했고, 3학년 때 자퇴하면서 대학 생활을 청산했다.

프로농구팀에서는 정상헌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어떻게든 자기 팀에 합류시켜 전력을 보강하려고 했다. 정상헌에게 적극적으로 입단 제의를 한 팀은 대구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였다. 이 팀은 2005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정상헌을 전체 순위 8번으로 깜짝 지명했다.


코트 뒤로 사라졌던 정상헌의 이름이 거론되자 농구계는 깜짝 놀랐다.

그도 다시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서 뛸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2005~2006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또 다시 팀을 이탈하는 돌출 행동을 반복했다. 정씨는 입단한 지 7개월 만에 합숙 훈련을 하던 도중 팀을 이탈하며 명성에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그해 9월 초에는 훈련 도중 부상을 이유로 숙소를 떠났고, 3주 정도 연락을 끊고 잠적했다. 이후 또 한 번 팀을 이탈하자 오리온스는 정상헌을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했다. 정상헌은 팀워크와 자기관리가 엄격해야 하는 프로팀에서 불성실한 태도에다가 나약한 정신자세로 조직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도 정상헌에게는 아직 코트에서 뛸 기회가 있었다. 이번에는 울산 모비스가 손을 내밀었다. 임의탈퇴 선수는 탈퇴한 팀에서만 뛸 수 있다. 하지만 정상헌은 모비스와의 트레이드 형식을 통해 재기를 노렸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2006년 울산 모비스 유니폼을 입었다.

2007년에는 3년간 열애한 한 살 연상의 아내와 결혼하면서 생활에도 안정을 찾는 듯 했다. 2008년 모비스에 입단한 정상헌은 다음해인 2009년에 상무로 군에 입대해 군 복무를 마쳤다.


제대 후 모비스에 복귀했지만 잦은 음주와 팀 이탈 등으로 번번이 팀 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구단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잠적하는 일도 반복했다. 더 이상 참다못한 구단이 2009년 임의탈퇴 시키면서 쓸쓸히 프로 무대 뒤안길로 떠났다.

정상헌은 ‘농구 천재’로 불릴 정도로 신체조건이나 스피드 등이 완벽했지만, 팀에 적응하지 못하고 팀원들과 어울리지 못하면서 농구 코트를 떠나야만 했다. 그도 더 이상 농구에 미련을 두지 않았다.

농구를 그만 둔 정상헌은 은퇴 후에도 일정한 직업이나 고정 수입 없이 방황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경기도 화성의 처가에서 생활하며 폐차 관련 일을 했다. 정상헌의 아내에게는 쌍둥이 언니가 있었다.

정상헌은 아내와 처형이 공동 운영했던 상가 권리금 문제로 처형과 자주 다퉜다. 처형은 결혼 후 생활능력 없이 빈둥거리는 정상헌을 못 마땅해하며 무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당히 오랫동안 갈등하며 반목했다. 두 사람의 갈등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깊어만 갔다.

처형과의 갈등은 결국 살인으로 이어졌다. 2013년 5월 26일 오전 11시~12시 쯤 정상헌과 처형 최 아무개씨(32)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심하게 다퉜다. 이날 최씨는 작심한 듯 정상헌에게 독설을 쏟아냈다. 한창 목소리가 높아가면서 “너 같은 놈 만날 것 같아 시집을 안 간다”며 정씨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에 격분한 정상헌은 화를 참지 못하고 처형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최씨는 제대로 반항하지 못한 채 점점 힘을 잃어갔고, 결국 숨이 끊겼다. 정상헌은 처음에는 우발적으로 살인했지만 이후에는 ‘완전 범죄’를 노렸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형의 시신을 감쪽같이 처리해야만 했다. 그는 암매장하기로 마음먹고 처형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넣고는 차에 실었다. 그리고 차를 몰아 처가에서 약 9km 떨어진 오산시 가장동 야산으로 이동해 그곳에 암매장했다.

정씨는 처형을 살해한 지 5일째가 되자 아내와 함께 미귀가 신고를 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사망한 최씨가 타고 다니던 벤츠 승용차가 중고차 매매시장에서 1200만원에 매매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차량을 판 당사자가 바로 정상헌이었다.

경찰은 정씨에게 경찰서로 나와 조사를 받으라며 출석을 요구했고, 그를 추궁한 끝에 “내가 죽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경기 화성동부경찰서는 정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 했다. 경찰은 정씨의 자백을 토대로 시신 수색에 나섰고, 오산시 가장동 야산에서 최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그런데 정상헌은 “처형이 자신을 무시해 홧김에 살해했다”고한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 송치 하루 전 “살해하기 전날 아내가 처형을 죽이라고 부탁했다”며 아내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내와 독신인 쌍둥이 언니가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으며 자주 말다툼을 했다“고 덧붙였다.


살인의 원인을 자신한테서 아내와 처형의 문제로 물타기 해 형량을 줄이기 위한 꼼수였다. 경찰은 아내 최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벌이는 등 정씨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에 들어갔다.

여기에 정씨가 처형 소유의 벤츠 승용차를 대부업자에게 처분한 후 남은 돈을 부인과 나눠가졌다는 진술도 나와 정씨 부부의 은행거래 내역을 살펴봤다.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판단불능’으로 나왔고, 금융거래 내용에서도 ‘공모’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정황은 나오지 않았다.

승용차에 처형 시신을 싣고 이동하는 정상헌.

경찰은 최씨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하고 내사 종결했다. 정상헌은 ‘살인’과 ‘사체은닉’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는 정씨가 숨진 처형의 휴대전화로 지인들에게 문자를 보내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정씨는 항소했고 2심에서는 우발적 범행인 점을 고려해 20년으로 형량을 낮췄다. 2014년 7월에 열린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와의 관계나 범행 동기, 수단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정씨는 교도소에서 현재 복역 중에 있다. 이로써 농구천재 정상헌은 처형을 살해한 살인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코트를 떠났던 비운의 농구천재는 이렇게 4년 만에 잔인한 살인자로 세상에 다시 등장했던 것이다. 정상헌의 추락은 이미 오래 전에 예고된 비극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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