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락인 기자님께 은혜를 입은 사람입니다

자유게시판(방명록)
작성자
김남규
작성일
2024-04-06 00:41
조회
228
정락인 기자님 안녕하세요
공주에 사는 김남규라고 합니다.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2000년대 초반 지입사기를 당한 피해자입니다. 군에서 제대한 후 부모님께서 빚내 주신 돈으로 이것저것 해봤다가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땐 왜 그렇게 운이 없었는지, 하는 일마다 잘 안됐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생활정보지에서 차량지입 광고를 보게 됐는데 조건이 너무 좋았습니다. 전화로 상담했더니 여직원(사기 조직원)이 조건이 좋아서 지금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며 빨리 계약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네들은 대기업 물류회사와 거래한다는 것을 몇번이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고 부모님에게 이건 내차를 갖고 들어가는 것이어서 망할 일이 없으니 한번만 더 아니 마지막으로 도와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돈을 빌려서 1200만원을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수원에 있는 회사에 가서 계약을 하고 말았습니다. 계약금 차값 번호판 값 등 이런저런 명목으로 천만원이 넘게 들어갔습니다.
계약서를 쓰고 나니 부장이란 놈(사기 조직원)이 일할 때가 되면 연락할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고 했고, 그 말을 믿고 집에 내려갔고 이제나 저제나 연락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어서 회사로 전화했더니 짜증내며 그것도 못기다리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치더군요.
10일 넘어도 아무 연락이 없기에 그때부터 불안하기 시작했습니다. PC방에 가서 지입,사기 등으로 검색하다 우연히 정기자님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때 그곳에 있던 사기수법 등을 보고 가슴이 철썩 내려앉았습니다. 제 사정과 너무 똑같았습니다. 설마 설마 하다 밤을 뜬눈으로 샜습니다.
만약 제가 사기 당한 것이라면 저는 더 이상 살 희망이 없었습니다. 부모님 뵐 면목도 없었고, 그저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무조건 정기자님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날이 밝자마자 계약서류를 챙겨 집에서 나와 한참동안 방황하다 서울행 고속버스를 타고 용산에 있는 물류신문으로 찾아갔습니다.
마침 정기자님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연락도 안 하고 불쑥 찾아갔는데도 따뜻하게 맞아주셨습니다. 제 얘기를 다 들으시고는 한참 말씀이 없으시다가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가슴이 또 한번 내려앉았습니다.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고 한동안 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정기자님도 저보다 더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동안 말씀이 없으셨지요. 그러다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 그놈들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는지 물었고, 제가 그들에게서 받은 명함을 줬더니 곧바로 전화를 하셨습니다.
그러더니 나 물류신문 정락인 기자야, 거기 바지사장 있지, 빨리 바꿔!라고 말했고, 그쪽에서 피하는지 바꿔주지 않으려고 하니까 니들 이 시간에 모두 사무실에 있는거 아니까 빨리 바꿔. 안 그러면 가만 안 둔다고 했고, 그놈들이 겁을 먹었던지 바지사장과 통화가 됐습니다.
정기자님은 이미 사기 조직을 훤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았고, 바지사장 이름을 대며 누구 똘마니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거기 피해자(계약자) 중에 김남규씨가 있는데, 이 분 오후 3시까지 사무실에 가실테니 돈 모두 돌려주라고 했고, 안 그러면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테니 각오하라고 했습니다.
나이도 젊으신 분이 사기조직을 들었다 놨다 가지고 노는 것 같았습니다. 얼르고 달래다가 윽박지르고 욕은 또 어찌그리 찰지게 잘 하시던지^^ 정기자님이 조직의 보스 같았습니다.
전화를 끊고는 그놈들이 돈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으니 너무 염려마라며 저를 위로해주셨습니다.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솔직히 반신반의 햇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나가려고 하는데, 저를 붙잡으셨습니다. 점심시간이 다 됐으니 식사하고 가라고 했고, 저는 괜찮다고 했는데도 억지로라도 밥을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다며 회사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안내를 하셨지요.
그땐 사기당한 돈 생각뿐이어서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갈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제가 궁금하고 걱정되고 해서 사기조직원들에게 반말을 해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정기자님왈 매일 죽인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며 그놈들 습성상 처음부터 기를 꺾어놓지 않으면 싸울 수가 없다고 하셧습니다. 이 말을 듣고 참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보통 사람 아니 누구도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나중에서야 지입사기 조직이 조폭이 낀 엄청 큰 조직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날 김치찌개에 소주 한 병을 사주셨는데, 제게는 눈물의 점심이었습니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거기(사기업체) 가서 절대 기죽지 마시고 만약 그놈들이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하면 그놈들 앞에서 제게 전화하세요. 그리고 돈 찾으시면 꼭 연락주세요라고 말씀하셨지요. 정기자님과 헤어지고나서 한참동안 뒷 모습을 바라보며 돈 찾으면 꼭 은혜갚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조마조마한 가슴으로 수원에 있는 사기업체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부장이란 놈과 바지사장이란 놈이 엄청 짜증을 내고 정기자님 욕을 한참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들이 돈을 돌려주면 엄청손해라느니 하면서 질질 끌었고, 제가 그럼 정락인 기자한테 전화할테니 직접 말하라고 큰 소리쳤더니 그제서야 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계약금 등 사기당한 돈 거의 다 찾았습니다. 진짜 사기당한 돈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이렇게 찾고 보니 모든 것이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때 돈을 찾은 다음 정기자님께 바로 연락을 드려 알려드리고 감사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연락을 못 드렸습니다. 그땐 왜 그랬는지 시간이 흘러가니 마음만 있고 차마 전화 걸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큰 은혜를 입었는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정기자님의 은혜를 잊은 것은 아닙니다. 항상 제 가슴에 남아 있었고, 잊지 않았습니다. 그때 만약 그 돈을 찾지 못했다면 아마 저는 자살했을 지도 모릅니다. 부모님도 충격으로 쓰러지셨을 겁니다. 저희 가족에게는 큰 위기가 닥쳤을 것입니다. 따지고보면 정기자님이 저희 가족의 생명의 은인입니다.
저는 그때 사기당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았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일해서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결혼해서 자식들 낳고 잘 살고 있습니다. 이 모든게 다 정기자님 덕분입니다. 정기자님 은혜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고 잊지 않겠습니다. 제 아내와 자식들에게도 기회봐서 말해주려고 합니다.
그동안 제 가슴속에 있던 것을 이렇게 풀어놓으니 조금은 후련하고 마음의 짐도 덜었습니다. 정기자님 다시 한번 은혜에 감사드리고 저도 지금보다 더 베풀면서 살겠습니다.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그리고 기회가 되면 그때 먹었던 눈물의 김치찌개와 소주, 이번에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전체 2

  • 2024-04-07 21:25

    그때 회사에 찾아오셨을 때의 기억이 납니다.
    사기업체에 전화해서 돈 돌려주라고 경고한 것도, 백경식당에 가서 김치찌개에 소주 마신 것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전화가 없으셔서 궁금했었지만 잘 돼서 전화를 안 하시는 것이겠지,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모두 되찾으셨군요. 그거면 됐습니다.
    그때의 일이 전화위복이 돼서 하시는 일 잘 되고, 지금 잘 사신다니 제 마음이 뿌듯합니다. 오랜 세월동안 잊지 않으시고 이렇게 글 까지 남겨주셨으니 제가 감사드려야지요. 이젠 마음 쓰실 것 없습니다.
    사실 그때는 지입사기조직과 홀로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였고, 매일 전국에서 피해자들이 회사로 찾아왔답니다. 그분들도 김남규님과 같은 심정이었습니다.
    제 나름대로 사기조직에 경고도 하고 협박도 하고 이간계도 써가며 최대한 피해자들 돈을 찾아주려고 했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 찾아주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미안하고 죄송스런 마음입니다.
    사기조직 입장에서는 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고, 저를 손 떼게 하려고 끊임없이 협박과 회유를 했었지요. 그럴수록 저는 더 강하게 나갔고, 사기두목과 조직원 253명과 사기업체 약 200개를 실명으로 공개하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피해자를 막을 수가 없다고 판단했었지요. 이걸 공개할 때는 칼을 맞거나 수갑을 차는 것을 각오 했습니다.
    결국 그놈들은 저를 형사 고소했고 저는 '죄형법정주의'를 어긴 죄목으로 국가에서 전과자라는 훈장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제가 이겼습니다^^
    김남규님, 이젠 오래 전 고통스럽고 가슴아팠던 기억은 묻어두세요. 가족들과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세요. 그리고 하시는 일도 더욱 번창하길 바라며 가족 모두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눈물의 김치찌개와 소주'는 먼 훗날에 기약하겠습니다!!!


    • 2024-04-19 22:15

      정기자님,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야 오랜 마음의 짐을 던 것 같습니다. 저도 열심히 살겠습니다. 정기자님도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앞으로는 사기로 인한 피해자가 없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세상이 될지 모르겠네요. 아무튼 정기자님을 만난 것은 제 인생의 최대 행운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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