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사건

충남 서산 김일형군 실종사건

충남 서산시 부석면에 사는 김혜란씨 부부의 시계는 2010년 9월4일에 멈췄다.

대신 평생 지울 수 없는 악몽이 시작됐다. 이날은 태풍 곤파스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물러난 뒤였다.

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서산간척지 주말농장을 운영하고 있던 김씨 부부는 피해를 확인하러 농장으로 갔다. 자폐성 장애(1급)를 앓고 있던 아들 김일형군(10)도 동행했다.

김씨 부부는 태풍에 무너진 농장 시설을 손봤고, 일형이는 엄마가 차려준 점심을 먹고는 근처 간척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주변을 돌아다녔다.

오후 2시가 지나도 아이는 집에 오지 않았지만 부모는 적극 찾지 않았다. 평소에도 저녁이 다 될 때까지 놀다가 귀가할 때도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해가 진 뒤에도 일형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는 그때서야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온 동네를 뒤지고 찾아다녔다. 금세 찾을 줄 알았던 일형이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김씨 부부는 오후 8시30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적극 수색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시내에 있는 집까지 걸어갔을지 모르니 집에 가보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아이가 놀던 장소에서 시내 집 까지는 승용차로 30분 거리다. 이곳까지 아이가 걸어갔을 리 만무했다. 경찰은 실종 당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가만있다가 실종 3일째 되는 월요일에서야 수색 작업에 나섰다.

김씨 부부는 목격자를 찾아 나섰다. 마을주민 3~4명으로부터 실종 당일 오후 5시쯤, 3~4km 떨어진 곳에서 아이가 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을 들었다. 오후 6시에는 자전거 없이 혼자 걸어가는 것을 본 목격자도 있었다.

그 이후의 행방은 묘연했다.

그리고 1주일 뒤 일형이가 타고 나간 자전거만 논두렁에서 진흙이 잔뜩 묻은 채 발견됐다. 이게 일형이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일형이가 사라진 뒤 가족들은 주말이면 전국을 돌며 전단지를 돌렸다 김씨는 남편과 함께 전국의 교회, 사찰, 고아원까지 안 돌아다닌 곳이 없다. 그러나 일형이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일형이는 자폐증을 앓고 있고, 엄마 곁을 떠나서는 한순간도 견디지 못하는 아이였다. 김씨는 일형이가 실종된 후 현관문 앞에 아들이 신던 하얀 운동화를 놓았다. 일형이가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신발은 아직까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제보는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02-963-1256)이나 112, 또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182)로 하면 된다.

김일형군의 친구들이 하루속히 돌아오기를 기원하며 기도하고 있다.(출처=서산뉴스)

범인이 남긴 단서들

1.범죄 또는 사고 관련성 높다
일형이는 좀 더 일찍 찾아나섰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후 6시까지 목격자가 있었기 때문에 오후 2시 집에 오지 않았을 때 적극 찾았다면 실종 상태로 이어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았다.
여기에 실종신고를 접수한 경찰도 수색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지금껏 장기실종으로 남았다. 혼자 길을 가던 아이가 6시 이후에 목격자가 없다는 것은 범죄나 사고를 점쳐볼 수 있다. 누군가 차량에 태워 납치했거나 사고가 나서 신변에 이상이 생겼을 수도 있는 것이다.

2.계획적인 범행은 아니다
일형이는 계획적인 범행보다는 우발적 상황에 맞닥트렸을 가능성이 높다. 보통 돈을 노린 아동 납치범들은 납치 대상을 정해놓고 동선을 파악해 기회를 엿보다가 순식간에 유괴하거나 납치한다. 일형이의 경우 실종 장소가 서산간척지인데다 부모와 떨어져서 오랜시간 혼자 있었고, 목격자도 여럿 있는 것으로 보면 계획 범죄로 보기는 힘들다.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연락이 없었던 것도 이런 추론을 뒷받침한다.
일형이는 나이가 10살 인데다, 자폐성장애 1급아동이었다. 엄마, 아빠, 선생님 정도의 간단한 단어만 구사할 줄 알았기 때문에 대화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누군가 양육을 위해 데려갔다고 보기도 힘든 대목이다. ‘돈’이나 ‘양육’ 보다는 어둠속에서 길을 가다가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

3.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현재 아이의 생사를 짐작하기는 힘들다. 다만, 어딘가에 살아 있어서 부모를 꼭 만나기를 기원할 뿐이다. 일형이 부모도 그 날을 위해 애타는 그리움으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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