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베스트클릭

고성 엽기 유사성행위 여성 사망사건

경남 고성군의 한 회사에는 A씨(남‧38)와 B씨(여‧38)가 근무했다.

2011년 2월4일 오후 9시쯤 두 사람은 지역의 한 식당에서 술을 마셨다. 술자리는 약 2시간40분 동안 이어졌고, 둘다 평소 주량을 넘기면서 만취했다.

오후 11시40분쯤 A씨는 B씨를 부축해 식당을 나섰다. B씨가 비틀거리며 넘어지자 A씨는 자신이 거주하던 회사 공동숙소(모텔)로 이동했다.

다음날 오전 0시40분쯤 두 사람은 모텔로 들어왔다. 당시 객실에는 A씨의 회사동료 C씨(남)가 쉬고 있었다. A씨가 그에게 “다른 방에서 자라”고 하자 C씨는 위층으로 옮겼다. 방에는 A씨와 B씨 둘만 남겨졌다.

두 사람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성접촉을 시작했다. A씨에 따르면 서로 키스를 하다가 B씨가 먼저 성관계를 요구했다. “아내 외에는 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B씨가 손으로 해달라고 했다. A씨가 B씨의 허벅지를 이빨로 물어뜯고, 외음부와 항문에 손을 삽입했다.

이때 B씨가 “계속, 더 세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B씨의 자궁 후면에 손이 닿을 정도로 팔꿈치까지 손을 집어넣었다. 또 항문과 연결된 직장을 움켜잡고 잡아당겨 일부를 떼어내기 까지 했다. 약 20~30분 후 A씨가 방안의 불을 켰더니 모텔 안은 피범벅이 돼 있었다.

B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모텔 안을 순찰하던 주인이 물소리가 나는 것을 듣고는 객실 안으로 들어가 A씨의 모습을 목격했다.

당시 A씨는 나체 상태로 침대위에 눕혀져 있던 B씨의 뺨을 때리며 “와 이라노, 와 이라노”하며 말을 건넸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모텔 주인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위층에 있던 A씨 직장동료에게 알리고 신고했다. B씨는 새벽 4시30분쯤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A씨는 경찰에서 “전혀 기억이 안 나고 꿈을 꾼 것 같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했다. 검찰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고 A씨에게 ‘준강제추행치사’와 ‘상해치사’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을 맡은 창원지법 통영지원 형사1부(부장 김성욱)는 “범행수법이 변태적이고 잔혹하다”며 심신미약은 인정하지 않았다. ‘준강제추행치사죄’는 무죄를 선고하고, ‘상해치사죄’는 징역 5년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주취로 인하여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추행하려는 의사가 있었다는 증거가 확실치도 않다”며 준강제추행치사죄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B씨가 식당 앞 계단에서 발을 헛디뎌 넘어진 뒤에도 스스로 일어나 큰 도로로 걸어갔다는 주변인 진술, B씨가 스스로 모텔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는 진술, 두 사람이 짤막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를 들었다는 회사 동료의 진술 등을 제시했다.

반면 “A씨의 성행위가 통상의 정도를 넘어 음부에 주먹을 삽입하고 자궁 후면까지 팔꿈치를 넣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직장을 움켜잡고 항문 밖으로 잡아 당겨 직장 일부를 떼어낸 점 등을 종합해 상해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술에 취해 과도한 성행위 도중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이고, 형사처벌 전력이 없으며,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을 위해 2억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1심과 달리 A씨의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4년으로 감형했다. 부산고법 창원1형사부(부장 허부열)는 “A씨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봤다. A씨는 범행당시 평소 주량인 소주 1병보다 많은 소주 3병을 마셔 만취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A씨의 엽기 성행위 자체가 심신미약 인정의 이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먹을 피해자의 몸속에 넣고 휘젓고, 마구 손을 쑤셔 장기를 만지고 직장을 뜯어내는 행위 자체에 의하더라도 당시 A씨가 온전한 판단능력이 있는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항소심의 손을 들어줬다.

과거 속에 사라질 듯 했던 이 사건은 2018년 10월22일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다시 부활했다. 청원인은 ‘5년 전 여성의 질과 항문에 팔을 넣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한다’며 당시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해자의 진술만으로 준유사강간치사 혐의가 무죄가 되고 심신미약이 인정됐다”고 지적했다. 이 청원은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동의 인원 20만 명을 훌쩍 넘겼다. ■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