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사건

‘신원미상’ 미제사건 피해자들 몽타주

국내에는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숱한 미제(未濟)사건이 존재한다.

이 중에는 시신은 있으나 신원을 확인하지 못해 미해결 상태인 것도 있다. 부산 해양대 주차장 맨홀 변사사건, 인천 굴포천 마대자루 변사 사건, 천안 쓰레기봉투 토막살인 사건, 부천 여월동 살인사건 등이다.

도대체 피해자는 누구일까.

토막 살인의 경우 범인이 면식범일 확률이 아주 높다. 특히 신원 확인이 가능한 얼굴이나 양손을 훼손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피해자의 신원이 밝혀지면 가장 먼저 자신이 용의선상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관심과 공유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 역할을 할 수가 있다.

2006년 8월22일, 부산 영도구 동삼동에 있는 한국해양대학교 망양대 주차장에서 인부들이 맨홀 청소작업을 하다가 심하게 부패된 변사체를 발견한다. 맨홀 안에 있던 청색 옥매트 가방 안에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중년 남성의 시신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시신의 얼굴에는 당시 부산지역 할인점이었던 ‘아람마트’라고 적힌 비닐봉지가 얼굴에 씌워져 있었다.
시신 상태로 봐서 최소 6개월~1년 전에 피살당한 것으로 추정됐다.
피해자의 연령은 40대 중반쯤이었고, 키는 165cm 정도였다. 시신에 유일하게 착용하고 있던 팬티의 사이즈는 105XL인데 이로 보아서 체형은 통통하고, 비만인 사람으로 추정됐다.
경찰은 변사자가 입고 있던 속옷과 얼굴에 씌워져 있던 마트 비닐봉지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피해자와 용의자에 대한 단서가 나오지 않아 난항에 빠졌다.

이후 과학수사 기법이 발달하면서 지난 2013년 변사자의 앞니에서 DNA 채취에 성공했지만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다 대조할 수 있는 유족도 없어 수사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고 결국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됐다.
경찰은 초기에는 실종된 학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였으나 관련성이 없었다.
또 당시 한국해양대에서 대규모 신축공사가 한창이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공사장 노동자였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원파악에 주력했지만 이와 관련한 단서가 없었다.
이후 경찰은 변사체 발견 10년만인 2016년 8월, 피해자의 유골을 파묘해 첨단 ‘3D 이미지 스캐닝 기법”으로 피해자의 얼굴을 복원했다. 경찰은 복원된 살인사건 피해자의 얼굴을 공개하고 ‘신원수배’를 내렸다.

2016년 12월8일 오전 11시47분쯤, 인천시 부평구 굴포천에서 환경미화원이 노란색 마대자루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여성의 시신이 들어있었다.
변사자는 키 150cm 정도에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양말은 신고 있었지만 신발은 착용하지 않았다. 경찰은 시신의 복장으로 볼 때 발견되기 몇 개월 전 실내에서 살해된 뒤 마대자루에 담겨 버려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신은 부패가 심해 지문 채취가 불가능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피해자의 연령은 30대에서 40대, 혈액형은 B형으로 나왔다. 사망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이었다. 경추와 늑골이 일부 골절된 사실은 있으나 어디서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경찰은 마대자루에서 단서를 찾기 위해 출처를 추적했고, 그 결과 2011~12년 사이 부평구의 주민센터에서 배포한 것을 확인했다. 시중엔 유통되지 않아 피해자가 부평구에 살았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더 이상의 단서가 없었다. 시신이 발견된 인근 지역의 폐쇄회로(CC)TV를 확인했으나 시신의 신원이나 용의자를 특정할 증거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국과수가 3D 스캐닝 기법으로 몽타주를 작성해 전국 경찰과 공조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피해자의 신원을 밝히지 못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말았다.

2006년 1월10일 오전 9시20분쯤, 충남 천안시 성환읍 한 빌라 쓰레기 적치장에서 토막 난 여성의 시체가 발견됐다.
시신은 참혹한 모습이었다. 예리한 흉기로 목과 다리 등 관절 부분이 7부분으로 잘려 있었고, 얼굴과 다리는 있었지만 팔과 몸통은 없어진 상태였다. 지문이 있을 만한 부분은 따로 유기한 것으로 보였다.
경찰은 나머지 토막 난 부분을 찾기 위해 쓰레기 적치장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더 이상의 시신 부위나 소지품 등은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의 연령은 50대 중후반, 키는 150~155cm, 통통한 체형(77사이즈)으로 나왔다.
국과수는 사망 시각과 관련해 시신을 발견하기 약 1~2일 전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시신이 토막 난 부분에 주목했다. 시신의 훼손 부위는 일반인이 했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정교하고 깔끔하게 관절 부위만 절단돼 있었다.

누가 봐도 전문가 솜씨였다. 경찰은 범인이 의료업계에 종사하거나 아니면 가축을 도축한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추정했다. 시신 토막에 사용한 흉기도 일반 가정에서 쓰는 칼보다는 도축용으로 특수하게 제작한 칼에 더 가깝다고 나왔다.
이를 토대로 인근에 위치한 도축업체와 정육점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였으나 유력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피해자는 치과 치료를 받은 흔적이 있었다. 위 앞니와 왼쪽 아래 어금니 3개를 발치한 후 보철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천안에 있는 치과에서 10만 건 이상의 치과 진료기록을 확보했다. 이를 분석하면 피해자의 신원을 알 수 있는 단서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피해자가 누군지만 알면 금세 해결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양손이 발견되지 않아 지문 대조가 불가능했다. 다만 시신에는 한 가지 특징이 있었다.

앞니에 ‘v자형 홈’이 있었는데, 이것은 중국인이나 중국동포(조선족)의 식습관에서 생기는 것이다.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해바라기씨를 자주 까먹는 식습관이 있다.
이때 씨껍질을 앞니를 이용해 벗기는데 이것으로 인해 홈이 파이는 특징이 있다.
경찰은 여러 정황상 피해자가 한국인보다는 중국인이나 중국동포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성환읍의 경우 지리 특성상 평택과 가까워 중국인이나 중국동포의 입국이 잦았다. 인근이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살던 지역인 것도 이를 뒷받침했다.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시신의 사진을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었다. 피해자는 계란형 얼굴로 이마가 넓고 쌍꺼풀이 없었다. 입이 돌출됐으며 미간 사이에 옅은 점이 있었다.

2011년 6월30일 오후 2시쯤, 경기도 부천시 여월동의 한 주민(여)은 근린공원을 산책하다 8부 능선에 있는 나무숲에서 심하게 부패된 여성의 시신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이 출동해서 보니 시신은 큰 나무 아래 전신이 땅 위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이미 시랍화가 진행되고 있어, 마치 밀랍인형처럼 굳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모두 절단돼 있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잘린 손가락과 발가락 부분이 있는지 주위 야산을 수색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사체 주변에서는 변사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그 어떤 유류품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변사자의 신원과 정확한 사망원인을 알기 위해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했다. 변사자는 40대 여성으로 확인됐다.
키는 158cm 전후이며, 몸무게는 약 33kg에 혈액형은 A형이었다. 신체 특징은 앞 윗니와 아랫니에 각 3개의 보철(브릿지) 시술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오른쪽 엉덩이에는 약 5cm 크기 마름모 형태의 몽고반점이 있었다.
얼굴이나 손가락 등 피해자의 신원 확인이 가능한 부위는 부패가 너무 심해 더 이상의 정보를 알 수 없었다. 사망추정 시점은 시신발견 전까지 최소 2~3개월이 경과된 것으로 추정됐다.
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는 무엇보다 변사자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누구인지만 알면 범인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치과에서 시술을 받은 흔적이 나옴에 따라 치료한 치과 의사를 찾으면 신원을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시술 방법이 다소 특이한 형태와 치료방법이었다는 것에 주목했다. 경찰은 대한치과협회에 검사를 의뢰했으나 신원을 알아내는 것은 실패했다.
경찰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변사자의 얼굴을 복원해서 몽타주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신 전체를 CT 검사하고 두개골을 3D촬영하여 가상 얼굴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경찰은 복원된 얼굴을 토대로 수배 전단을 만들어 부천을 포함한 여러 지역에 공고했지만, 피해자의 신원파악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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