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사연

돌고래의 지극한 모성애

바다에 서식하는 돌고래는 고래 중에서도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다. 지능이 매우 높아 7~8세 어린이 정도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성이 남달라 가족이나 친척 등으로 구성된 무리와 함께 행동한다. 수컷끼리 서로 도와 다른 암컷과의 짝짓기를 유도하는 행동을 하고, 어린 새끼를 공동으로 키우기도 한다. 특히 무리 중 아픈 돌고래를 위해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 물 위로 올려주는 일을 한다.

2020년 6월11일 제주시 구좌읍 연안에서 특이한 모습이 관찰됐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는 이날 남방큰돌고래 생태를 관찰하던 중 어미 돌고래가 죽은 새끼 곁을 떠나지 못하고 등에 업고 다니는 모습을 발견하고 영상으로 촬영했다.

영상을 보면 태어난 직후 죽은 것으로 보이는 새끼 돌고래는 꼬리지느러미와 꼬리자루를 제외하고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

어미 돌고래는 자신의 몸에서 새끼의 사체가 멀어지면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와 새끼를 위에 얹거나 등에 업고 유영하기를 반복했다.

죽은 새끼의 크기나 상태를 고려할 때 어미 돌고래가 2주 이상 이런 행동을 반복해 온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약 5분간 어미의 행동을 촬영했으며, 돌고래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조사를 종료했다.

고래연구센터에 구축된 DB자료에서 검색한 결과, 해당 어미 돌고래는 2008년 4월 처음 발견돼 ‘JBD085’라는 이름으로 기록됐고, 과거에도 출산 경험이 있는 암컷 성체로 확인됐다.

어미 돌고래가 죽은 새끼를 한동안 포기하지 않는 모습은 세계 곳곳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특이 행동이다. 2017년과 2018년 제주도 남방큰돌고래 무리에서도 한 차례씩 관찰됐다.

돌고래는 사람처럼 포유류에 속하며 허파로 숨을 쉰다. 아가미로 호흡하는 다른 수생 동물과는 달리 수면 밖으로 나와, 대기 중에서 숨을 쉬어야 살 수 있다.

어미 뱃속에서 태어난 직후엔 유영 능력이 떨어져 수면 위로 잘 올라가지 못 하는데, 어미 돌고래가 주둥이로 새끼를 들쳐 등쪽에 올리는 이유도 바로 새끼가 숨을 쉬는 것을 돕기 위한 행동이다.

남방큰돌고래는 태어난 새끼를 2년간 옆에 붙어 보살피는 등 모성애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관계자는 “과학자들은 죽은 새끼에 대한 어미의 애착 행동을 방어 행동의 일종으로 추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도 연안에서 돌고래를 쉽게 볼 수 있는데 돌고래 무리를 만나면 다가가거나 진로를 방해하지 말고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 주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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