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화제

발견 한 달 만에 총살된 6.3m 신종 아나콘다 ‘아나 줄리아’

남아메리카 아마존 열대우림은 세계에서 가장 큰 뱀인 아나콘다의 주요 서식지다.

아나콘다는 워낙 큰 길이 때문에 ‘괴물 아나콘다’라고 불리기도 한다. 독은 없다. 몸길이는 보통 6∼10m로 때로는 12m를 넘는 것도 있고 암컷이 수컷보다 크다. 성질이 온순해서 사람을 해칠 위험성은 적지만 사람을 졸라 죽이거나 잡아먹기도 한다.

2024년 2월 에콰도르 아마존에서 길이 6.3m(몸무게 약 200kg)에 달하는 신종 녹색 아나콘다(암컷)가 발견됐다. 호주 퀸즐랜드 대학 연구팀은 에콰도르의 아마존 일대를 탐험하던 중 이 뱀의 존재를 파악하고 와오라니 부족의 도움을 받아 10일간의 추적 끝에 찾아냈다.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따르면 녹색 아나콘다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뱀으로, 현재까지 기록된 가장 큰 개체는 길이가 8.43m, 무게 227㎏에 달한다.

그동안 야생 녹색 아나콘다는 학명 ‘에우넥테스 무리누스’(남부 종)로 알려진 단 1종만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연구팀이 이번에 발견한 아나콘다는 새로 확인된 종으로 학명은 ‘에우넥테스 아키야마’(북부 종)라고 명명했다. 아울러 ‘아나 줄리아'(Ana Julia)라는 이름도 붙여졌다.

퀸즐랜드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과학 저널 ‘다이버시티’에 실렸다.

연구에 함께 참여한 네덜란드 생물학자 프리크 봉크 암스테르담 자유대 교수는 아나 줄리아와 나란히 헤엄을 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연구팀은 남부 종과 북부 종의 녹색 아나콘다는 생긴 것은 거의 똑같지만, 서로 다른 유전자의 비중이 5.5%에 이르는 만큼 사실상 다른 종이라고 주장했다.

아나콘다 전문가인 브라이언 프라이 호주 퀸즐랜드대 생물학 교수는 “사람과 침팬지의 유전자 차이가 약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두 종의 유전자 차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두 종 아나콘다는 약 1000만년 전에 서로 분화한 이후 급격한 유전자 차이가 벌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아나콘다는 체내에 대량의 석유 관련 중금속이 축적되기 때문에 석유 유출로 인한 생태계 영향을 확인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발생한다. 아나 줄리아가 발견 한 달만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몸에는 여러 발의 총상 자국이 있었다. 연구팀은 누군가의 총에 맞아 죽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런 사실을 SNS를 통해 알린 봉크 교수는 자신과 함께 헤엄쳤던 아나 줄리아의 죽음에 “너무 슬프고 한편으로는 화가 난다. 이렇게 아름답고 특별한 동물에게 이런 짓을 하려면 얼마나 아픈 사람이어야 하나”라며 “이처럼 강에서 헤엄쳐 다니는 거대한 뱀은 그리 많지 않으므로 생물 다양성, 특히 이 종에 대한 타격도 엄청날 것”이라고 분노와 안타까움을 토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