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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문제로 다투다 애인 살해한 엽기 군인

경기도의 한 육군 사단에서 복무 중이던 김아무개 중사(32)에게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던 애인 유아무개씨(29)가 있었다.

이들은 2004년 11월 지인인 여군 하사관의 소개로 만나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유씨에게는 고민이 있었는데 ‘만성 피부병’이다. 김 중사는 이것을 늘 못 마땅하게 생각했다.

2005년 1월부터는 사사건건 피부병을 트집 잡았고, 이로 인해 둘은 매주 2~3회 말다툼을 벌였다.

이들의 관계는 살얼음판을 걸으면서도 계속 이어졌다. 2007년 1월27일, 대구에 살던 유씨는 김 중사를 만나기 위해 경기도 일산의 한 아파트에 왔다. 두 사람은 이날도 결혼 문제로 다투기 시작했다.

유씨가 “빨리 결혼하자”고 재촉하자 김 중사는 피부병을 거론하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둘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말다툼으로 이어졌다. 김 중사가 유씨에게 욕설을 내뱉으며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1월28일 새벽 1시30분쯤, 화를 참지 못한 김 중사는 유씨를 마구 폭행해 살해한다. 김 중사는 자수 대신 완전범죄를 꿈꿨다. 먼저 유씨의 시신을 화장실로 끌고 가 훼손하기 시작했다.

시신 훼손을 위해 엽기적인 방법이 동원됐다. 김 중사는 집안에 있던 과도, 주방 가위, 톱 등을 도구로 사용했다.

과도를 이용해 살점을 도려내고 주방 가위로 조각조각 잘라내 화장실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흘려보냈다. 또 잘라낸 살점을 냄비에 넣고 끊인 뒤 믹서기에 갈아 가루로 만들었다. 쇠톱으로 뼈를 절단해 무려 80여 조각으로 완전히 해체했다.

화장실에서 처리하지 못한 토막시신은 밖으로 갖고 나와 공중화장실 변기와 맨홀에 버리고, 나머지는 자신이 근무하던 고양시 군부대 인근 야산 10여 곳에 나눠 암매장했다.

김 중사는 화장실에 범행 흔적이 남지 않도록 깨끗이 닦았다. 유씨가 입고 있던 옷은 재활용 수거함에 넣어 버렸다.

김 중사는 범행 은폐를 위해 5일 후 광주광역시로 내려가 숨진 유씨의 휴대전화로 유씨 언니에게 ‘지금 지방에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치밀함도 보였다.

유씨 집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다”고 나간 뒤부터 연락이 두절됐기 때문이다. 먼저 김 중사에게 전화했으나 “오지 않았다”며 시치미를 뗐다. 유씨 오빠는 실종 3일째인 1월30일 경찰에 “동생이 남자친구를 만나러 간 뒤 연락이 끊겼다”며 가출 신고를 했다.

경찰은 유씨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확인한 뒤 김 중사의 행적 조사에 나섰다. 경찰은 김 중사를 참고인으로 불러 당일 행적 등을 추궁했다.

하지만 조작된 알리바이가 있었고,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찰은 김 중사의 집안에서 혈흔반응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거실과 욕실 등에서 유씨의 혈흔이 발견됐다. 또 범행 당일 김씨가 자동차 세정제와 욕실 솔을 구입한 사실이 밝혀졌다.

김 중사는 심리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더 이상 빠져나가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그는 “말다툼하다 애인이 약을 과다 복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너무 놀라 신고하지 못했고, 살인자로 오해받을까봐 시신을 은닉했다”고 주장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약물복용이 직접적인 사인이 됐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김 중사의 컴퓨터에서 사건 발생 후 인터넷에서 ‘자살방조’, ‘CCTV보존기간’ 등의 자료를 검색한 것이 드러났다.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대구 성서경찰서 형사과장은 “(김씨가) 의무병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군부대에서 거의 의무생활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사체를 다루는 솜씨가 다른 어떤 사람들하고 달라서 아주 기술이 뛰어났다”며 혀를 내둘렀다.

유씨의 가족들은 갈기갈기 찢긴 토막 난 시신을 보며 오열했다.

가족들은 김 중사를 결혼할 사이로만 알고 있었다. 유씨의 아버지는 대구에 내려온 김 중사에게 “또 보자”며 등을 다독거리기까지 했다.

보통군사법원은 “피고인은 응급구조사 2급자격증이 있음에도 유씨가 약을 먹고 의식을 잃었을 때 구조 의무를 저버렸기 때문에 ‘부작위에 의한 살인’에 해당한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한다.

그러나 고등군사법원은 “피해자가 자살을 시도할 동기가 없고, 시신의 이 두 개가 하늘방향으로 꺾인 데 대해 ‘약을 먹고 발작할 때 혀를 깨물지 못하게 손가락을 넣었다가 뺐다’는 피고인의 주장도 신빙성이 없고, 치밀하게 시신을 훼손한 행동을 봤을 때 경황이 없었다는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김 중사가 불상의 방법으로 유씨를 살해했다고 판단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증명력이 있다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시신을 80여 조각으로 훼손한 것은 경험칙상 범행을 은폐하기 위한 행위일 가능성이 높고, 이가 꺾여있는 점, 피해자와 다투는 과정에서 살해할 충분한 동기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인이 살해했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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