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사건

정읍 초등학생 김태극군 실종사건

전북 정읍시 연지동에 살던 김범천씨는 슬하에 일란성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었다.

서울에 살던 김씨는 1998년 IMF 외환위기가 닥쳐오자 팍팍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함께 고향 정읍으로 내려갔다.

그해 9월30일 오후 6시쯤, 김씨 가족은 저녁을 함께 했다.

그런데 어둠이 짙게 내리면서 큰 아들 태극(9)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는지 집안에는 없었다.

김씨 부부는 그때서야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판단하고 집 주변을 찾아다녔다. “태극아!” “태극아!”를 불렀지만 아들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김씨는 정읍천부터 새만금까지 샅샅이 찾았지만 태극이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했으나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목격자도 나오지 않았다.

김씨는 잠시 생업을 접고 아들을 찾는 전단지와 비디오테이프를 만들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곳곳에 현수막도 내걸었지만 신빙성있는 제보는 없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던 태극이는 집 전화번호와 아버지 휴대전화 번호, 부모 이름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누군가 강제로 납치하거나 감금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돌아올 수 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태극이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김씨 부부는 아들이 실종된 후 서로 감정의 골이 깊게 패여가기 시작했다. 사사건건 말다툼이 이어졌고 서로 대화가 단절됐다. 결국 부부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고, 가정도 깨지고 말았다.

태극이의 신체 특징은 둥근 얼굴에 마른 체격이며, 오른쪽 팔꿈치에 찰과상 흉터가 있다. 당황하면 말을 더듬긴 했지만 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비록 헤어지기는 했으나 부모는 지금도 태극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제보는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02-963-1256)이나 112, 또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182)로 하면 된다.

범인이 남긴 단서들

1.아이는 납치‧유괴됐다
서울에서 살던 태극이는 시골로 전학 간 지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은 주변이 낯설었고, 집을 벗어나면 달리 놀 곳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쌍둥이 동생과 어울리는 것이 전부였다.
이런 아이가 저녁 무렵 갑자기 행방불명됐다. 만약 길을 잃고 헤맸다면 목격자가 있어야 하지만 태극이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아이를 차량으로 납치‧유괴하지 않고는 설명이 안 된다.

2.범행 목적은 ‘돈’과 ‘양육’은 아니다
보통 아동을 납치‧유괴하는 범인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아이를 인질로 돈을 요구하거나, 키우기 위해, 그것도 아니면 장기적출 등이다. 하지만 범인은 돈을 요구하는 연락을 해오지 않았다.
태극이가 집과 부모 전화번호를 알고 있었고, 실종 전단지에도 연락처가 있었기 때문에 범인이 돈을 노렸다면 얼마든지 연락이 가능했다.
양육하기 위해 납치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태극이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기 때문에 키우기 위해 데려갈 나이치고는 많다. 양부모를 부모로 받아들이고 성장하기 힘든 나이라는 뜻이다. 이런 정황으로 보면 범인의 목적이 돈이나 양육일 가능성은 낮다.

3.어디로 데려간 것일까
태극이의 생사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범인의 납치 목적을 알 수 없기에 속단할 수는 없다. 다만, 부모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려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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