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심령‧공포

심령술사에게 빙의돼 자신을 죽인 범인 지목한 소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파인타운에는 미르나 조이 아켄(여‧18)이 살았다.

타이피스트였던 그녀는 1956년 10월2일 퇴근 후 집에 가다가 실종된다. 가족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쉽사리 단서가 확보되지 않았다.

그나마 어렵게 확보한 한 목격자는 “미르나가 한 남자와 말다툼 하는 것을 봤다”고 했지만 그가 누군지 파악하지 못했다.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었다.

이때 미르나의 남동생은 심령술사였던 친구 아버지 넬슨 팔머에게 도움을 요청하자고 제안한다. 팔머는 미르나의 속옷을 손에 쥔 순간 살해된 채 배수로에 버려져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된다.

경찰은 사건발생 8일 만인 10월10일 팔머의 안내를 받아 더반에서 남쪽으로 100km 떨어진 국도 아래 빗물 배수구에서 발가벗겨진 채 숨진 미르나의 시신을 발견한다. 시신에는 여러 군데에 총상이 있었다.

경찰은 시신에 남겨진 근거로 바탕으로 미르나의 집 근처에 거주하던 클라렌스 고든 반 뷰렌(남‧33)을 살인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클라렌스가 미르나를 납치하려다 살해했다고 밝혔다.

클라렌스는 재판을 거쳐 생일 전날인 1957년 6월10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 사건은 미르나의 영혼이 심령술사에게 빙의돼 범인을 검거한 것으로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큰 화제가 됐다.

당시 8살 소년이었던 크리스 마너윅은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 사건을 알게 된다. 그후 크리스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사형당한 클라렌스가 크리스의 꿈에 계속 나타나 자신은 범인이 아니고 미르나를 죽이지 않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세월히 흘러 성인이 된 크리스는 변호사가 됐다. 그는 그동안 마음에 두고 있었던 클라렌스 사건을 재조사했고 몇 가지 이상한 점을 포착한다.

먼저 사건 기록이 중간에 수십 페이지나 사라져 있었으며, 당시 목격자는 자신의 진술을 번복했지만 경찰은 이를 묵살했다. 클라렌스도 끝까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억울함을 항변했다.

사건을 취재했던 ‘데일리 뉴스’ 기자 게리 슈트라우스에 따르면 클라렌스의 집에서 발견된 권총이 실제 범행에 사용된 것인지 경찰은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

클라렌스는 죽기 전 슈트라우스 기자에게 “나는 그 여자를 죽이지 않았고 시신만 처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돈을 벌기 위해 시신을 처리했을 뿐이었다는 것이다. 클라렌스는 이 사실을 경찰에게도 진술했으나 누가 자신에게 시신 처리를 지시했는지 알 수 없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지 언론에 보도된 관련 기사.

2011년 크리스는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심령술사의 말만 믿고 클라렌스를 범인으로 단정지었으며 사건 종결을 위해 이야기를 끼워 맞춘 것”이라며 사건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러 의문에도 불구하고 현지 경찰은 사건을 재조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크리스는 이 사건의 문제를 파헤친 ‘클라렌스 반 뷰렌’을 출간하기도 했다.미르나 조이 아켄 살인사건의 진실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 사건은 죽은 소녀가 심령술사에게 빙의돼 사건을 해결했다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제니 랜들스와 피터 휴가 함께 쓴 ‘심령수사’에서는 이 사건을 심령술을 활용해 범죄사건을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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