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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 연구하라며 시신 기증하고 떠난 유명 개그맨

국내 풍자 개그의 대부 김형곤.

그는 동국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2학년 때인 1980년 제2회 TBC 개그콘서트 은상을 수상하며 대학생 개그맨 시대를 열었다. 데뷔하자마자 뚱뚱한 몸에 동그랗고 귀여운 얼굴, 재치있는 입담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김형곤은 통통한 체형을 코미디에 적극 활용하며 ‘공포의 삼겹살’이란 별명이 붙었다.

1980년대 암울했던 시절 KBS <유머 1번지>, <유머극장>, <한바탕 웃음으로> 등에서 ‘회장님, 회장님, 우리회장님’ ‘꽁자 가라사대’ 등 시사 풍자코미디를 선보였다.

당시에는 주로 몸을 이용해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대부분이었으나 김형곤은 ‘시사 풍자 개그’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정치적 사건이나 비리, 부정부패 등을 그만의 특유한 해학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풍자해 단순한 웃음이 아닌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1987년 당시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이던 <유머 1번지>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코너에서 다양한 정치‧사회 문제를 이슈화시켰다.

김형곤은 2000년대 들어 건강 다이어트를 하며 체중 감량에 나선다.

그러던 2006년 3월11일 오전 9시쯤, 평소처럼 자택인근인 서울 성동구 자양동의 한 헬스클럽을 찾았다. 헬스사우나에서 샤워를 한 후 러닝머신에서 운동을 한 뒤 화장실을 찾았다가 바닥에 쓰러진 채 발견된다.

화장실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쳐 출혈이 심했다. 인근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숨이 멎은 상태였다. 사인은 돌연사로 판명났는데, 스트레스 등 복합적 원인에 의한 것으로 판단됐다. 향년 46세.

앞서 김형곤은 1999년 3월 가톨릭의대에 해부 실습용으로 시신 기증 의사를 밝혔다.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그대로 받들었다. 이에 따라 영결식을 마친 후 시신은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에 기증됐다.

한승호 가톨릭의대 해부학교실 교수는 “김형곤씨의 시신 기증으로 기증문화 발전에 큰 도움이됐다”며 “의미있는 일을 선택한 고인의 뜻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형곤은 우리에게 줬던 웃음만큼 사후에도 감동을 주고 간 것이다. 코미디를 통한 현실 참여, 그는 죽어서도 그 뜻을 실천했다.

동료 코미디언 엄용수는 “의학적인 분야에서 많은 시신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톨릭의대에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서약을 했고, 국민과 한 약속이기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가 끝난 뒤인 2007년 11월 정식으로 장례식을 치른 후 화장한 뒤 생전 절친했던 후배 개그맨 양종철이 있는 일산 청아공원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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