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사연

현금 1억원 든 종이가방 놓고 홀연히 사라진 90대 할아버지

그는 백발의 할아버지 천사였다.

2022년 11월22일 오후 3시쯤 충북 청주시청 복지정책과에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왔다. 갈색 점퍼를 입고 지팡이를 짚었지만 정정해 보였다.

그는 담당 공무원에게 “기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평소 방송 등에서 기형 등 중증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들을 볼 때마다 너무 아팠다”며 “작은 보탬이지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고, 들고 온 흰색 종이가방을 내밀었다.

종이가방을 열어 본 담당 공무원은 깜짝 놀랐다. 그 안에는 5만원권 현금다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총 2000장, 현금 1억원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담당 공무원이 “행정기관인 시청에서는 현금을 받을 수 없다. 함께 시 금고(농협)로 가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입금하자”고 안내했다.

두 사람은 함께 농협으로 이동했고, 가는 도중 담당 공무원이 할아버지의 인적사항을 물어봤지만 이름과 신분, 연락처 심지어 사는 지역조차도 밝히지 않았다.

기부금 영수증을 받으면 소득공제가 가능하다고 안내했지만 “나는 기부금 영수증도 필요없다. 무엇을 바라고 기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거부했다.

할아버니는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계좌이체 대신 직접 현금을 들고 찾아왔던 것이다.

담당 공무원은 할아버지와 함께 농협을 방문해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1억원을 입금했다. 그는 다시 한 번 기부금 영수증에 대해 안내를 했지만 할아버지는 손사래를 치며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는 장애인 콜택시를 잡아타고 홀연히 사라졌다.

담당 공무원은 “너무 큰 금액이라 놀랐고, 이에 소득공제도 안내했지만 이름을 알리기 싫다면서 이를 강하게 거부하셨다”며 “독지가의 뜻에 따라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기탁금을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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