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조건만남 ‘트렌스젠더 배살구’ 살인사건

서울시 동작구에 살던 이아무개씨(여‧30)는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성 정체성은 여성이었다. 그는 2005년에 성전환 수술을 하고 원하던 여자가 됐다.

트렌스젠더가 된 이씨는 ‘배살구’라는 가명으로 술집에서 일했다. 그러다 2014년 5월부터 자신이 트렌스젠더임을 밝히고 성매매에 나선다. 약 3개월 후인 7월23일 이씨는 ‘조건만남 남자를 찾는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것을 본 김아무개씨(남‧27)가 답장을 보내왔다.

이씨는 이날 자신의 집에서 김씨와 성매매를 했다. 3일 후인 7월26일 새벽 2시쯤 김씨는 성매매를 위해 두 번째로 이씨 집을 찾았다.

다음 날 오후 8시15분쯤 이씨의 아버지는 딸과 연락이 닿지 않자 딸의 친구를 대동해 거주지를 찾아갔다. 방안에는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딸이 흉기에 수십 차례 찔려 죽어 있었고, 그 옆에는 배를 칼에 찔린 남자(김씨)가 신음하고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김씨는 “괴한이 침입해 나와 배살구를 찌르고 도망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정밀 감식과정에서 수상한 점이 드러난다.

집안에 외부 침입 흔적이 전혀 없었고, 혈흔 분포 등 제3자가 흉기를 휘두르고 도주했다고 볼만한 정황도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를 용의자로 의심하고 당시 상황 등에 대해 집중 추궁을 했더니 말이 엇갈리기 시작하며 모순을 드러냈다. 결국 김씨는 범행을 자백한다.

그는 이씨(배살구)가 성매매 비용을 더 달라고 요구했으나 정해진 가격 이상은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이씨가 김씨를 공격해 오른쪽 손목에 상처를 입혔고, 이후 이씨가 서랍을 뒤지자 더 큰 칼을 찾으려 한다는 두려운 마음에 흉기로 찔러 죽였다고 주장했다.

물론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어디까지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다.

김씨는 칼로 이씨를 무려 23차례나 찔렀다. 이어 괴한이 침입한 것으로 꾸미기 위해 커터칼로 자신의 목을 살짝 긋고 과도로 배를 찔러 자해했다.

김씨는 살인 및 성매매알선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한편, 트랜스젠더들의 대외 활동이 왕성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도 많이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트렌스젠더들은 유흥업소와 성매매에 내몰리고 있다.

성전환수술을 하기 전에는 수술비 마련을 위해, 수술 뒤에는 사회적 편견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 대부분 음지에서 일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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