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새끼 때 구해준 주인에게 9년 후 은혜갚은 비단구렁이

중국 하이난성 충하이시의 한 시골마을에는 황개녕이라는 남성이 살고 있다.

1996년 8월17일 23살인 황씨는 밭에서 제초 작업을 하다 상처 입은 작은 뱀 한 마리를 발견한다. 그는 어린 뱀을 가엾고 측은하게 여겨 집에 데려왔다. 상처가 다 나으면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황씨는 깨끗한 물로 뱀의 상처를 씻고 약을 바르고 화장지로 감싸고 실로 부드럽게 감았다. 새장처럼 뱀집을 만들어 그 안에 넣었고, 밭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마다 지렁이와 메뚜기 등 작은 벌레를 잡았다.

황씨는 뱀에게 ‘아재’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외아들인 황씨는 어릴적부터 외롭게 자랐다. 아재를 집에 데려온 후 황씨는 뱀과 함께 노는 것이 일상이 됐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처는 빠르게 나았고, 뱀도 놀랄만큼 커지기 시작했다. 황씨가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니 아재는 ‘비단 구렁이’였다.

아재의 몸집이 커지면서 먹이를 챙겨주는 것도 큰 일이 됐다. 황씨는 뱀의 먹이를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황씨 부모는 이런 아들이 못마땅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밭에 일하러 간 사이 아재를 멀리 보내기로 하고 산기슭으로 데려가 놔주었다.

그날 저녁 밭에서 돌아온 황씨는 아재가 사라진 것을 알고 집 밖으로 나가서 여기저기 찾아다녔다. 부모는 “아재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졌다”고 둘러댔다. 황씨는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루며 아재를 걱정했다.

아재가 사라진 지 3일째 되던 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황씨가 아침에 방문을 열었는데 문 앞에 아재가 엎드려 있었던 것이다. 이 모습을 보고 기겁한 것은 황씨 부모였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황씨 부모는 아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집에서 살게 했다.

아재가 황씨 집에 온지 어느 덧 2년이 넘었고 몸집도 더욱 커졌다. 하지만 한 번도 황씨와 황씨 집안에 해를 입힌 적이 없었다. 배가 아무리 고파도 집에 있는 작은 동물을 잡아 먹지 않았다. 황씨 가족이 먹이를 줄때만 음식을 먹었다.

대신 아재가 집에 살면서 쥐나 다른 뱀이 접근하지 않았고, 닭을 훔쳐가던 족재비도 얼씬거리지 못했다.

아재가 집에 온 지 4년 째인 2000년 27살이 된 황씨는 이웃마을 처녀와 결혼한다. 이 여성도 아재를 겁내거나 무서워하지 않고 아주 친근하게 지냈다. 얼마 후 부부사이에 아들 황흥단도 태어났다.

황흥단에게 아재는 친구이자 장난감이었다. 막 걸음마를 배울 때 아재는 머리를 숙여 아이를 목에 태운 뒤 천천히 기어다녔고, 아이는 아재의 몸 위에서 잠들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본 마을 사람들도 신기하게 생각했다.

어느 덧 아재는 마을의 명물이 된다.

아재를 데려다 키운지 9년째인 2005년 여름 황흥단은 동네 아이들 몇몇과 개울가에 가서 물놀이를 했다. 아재도 따라갔다. 한참 물놀이를 하던 황흥단이 갑자기 물살이 센 곳으로 빨려들어가 위험한 순간을 맞이했다.

바로 그때였다. 근처에 있던 아재가 재빨리 물속으로 들어가 황흥단을 머리에 이고 물가로 나온 것이다. 아재 덕분에 황흥단은 위급한 상황에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아재가 부상당한 자기를 데려와 키워준 주인에게 은혜를 갚은 것이다.

그리고 얼마 후 황씨 집에 도둑이 들었다. 타지에서 원정온 도둑은 황씨 집에 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숨어들었다. 침입자가 들자 아재가 도둑의 몸을 감싸고 꼼짝하지 못하게 했고, 황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경찰에 넘겨줬다.

이런 사실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16년 하이난성의 기업가가 황씨 집을 찾아와 8만위안(약 1517만원)에 팔라고 했으나 황씨는 단번에 거절했다. 아재는 지금도 황씨 집에서 한 가족으로 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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