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전 여자친구 살해한 킥복서 ‘구미 니킥 살인사건’

경북 구미에 살던 송아무개씨(24)는 전직 킥복싱 선수다.

그는 자신 보다 3살 많은 조아무개씨(여·27)를 만나 사귀었다.

활활 타오르는 장작 같았던 두 사람의 만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송씨에게 조씨는 징검다리에 놓인 하나의 돌덩이에 불과했다. 이별의 아픔이란 것이 없었다.

송씨가 조씨와 헤어진 후 금세 연상의 김아무개씨(여·32)를 만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 것이 그랬다. 이런 사실을 안 조씨는 배신감이 느껴졌다. 손수건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또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것에 화가 났다. 자신이 송씨의 장난감처럼 느껴지기도 하며 기분이 상했다.

조씨는 두 사람의 관계에 고춧가루를 뿌리고 싶었다. 그래서 SNS 등에 “송씨가 8살이나 많은 여자랑 사귄다”고 올렸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는 송씨에 대해 좋지 않게 얘기했다.

송씨는 이런 조씨가 너무 미웠다. 그래도 잠시나마 좋아했던 사이였는데, 자신을 험담하고 다니자 화가 났던 것이다. 이렇게 한때의 연인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시쳇말로 ‘원수’가 됐다.

송씨는 조씨를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졌다. 그대로 가만 두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 여자친구인 김씨도 송씨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2015년 6월23일 송씨는 경북 구미시 오태동의 한 원룸으로 조씨를 불러들였다. 오후 6시쯤 조씨가 원룸을 방문하자 송씨와 여자친구 김씨가 있었다. 두 사람의 표정은 상당히 일그러져 있었다. 특히 김씨는 당장이라도 머리채를 잡을 표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김씨는 조씨에게 다가가더니 손바닥으로 뺨을 두 차례 때렸다.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한 조씨가 “어, 나를 때렸어, 그래 내가 가만둘 줄 알어”하며 휴대전화를 꺼내들었다. “어디 경찰서에 가서도 이러는가 보자”며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

이때 이런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송씨가 나섰다. 그는 니킥(무릎으로 얼굴을 가격)으로 조씨의 얼굴을 세게 가격했다. 조씨는 그대로 바닥에 나가 떨어졌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그녀는 머리를 감싸쥐며 고통스런 신음 소리를 냈다. 찢어진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송씨는 이성을 잃은 듯 주먹과 발로 조씨의 얼굴과 목을 사정없이 차고 짓밟았다.

마치 킥복싱 링에 올라 상대를 코너로 몰아치는 듯 했다. 송씨의 무차별 폭행에 조씨의 몸은 샌드백 신세에 불과했다. 전문적인 격투기 훈련을 받은 송씨의 몸놀림은 살기가 가득했다. 조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송씨의 폭행은 약 1시간 동안 계속됐다. 조씨는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조씨가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자 송씨는 그제서야 폭행을 멈췄다.

송씨와 김씨는 한동안 원룸에 머문 뒤 조씨를 내버려둔 채 밖으로 나갔다. 조씨는 약 3시간 정도 원룸에 방치됐다가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이미 숨이 멎은 상태였다.

경찰은 송씨와 김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하고 이들을 추적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공원에서 배회하던 두 사람을 체포했다.

부검결과 조씨의 사망원인은 ‘뇌진탕’으로 나왔다. 온 몸이 성 한 곳이 없었다. 뇌출혈, 두부 손상, 갈비뼈 골절 등의 상처를 입었다. 검찰은 송씨를 살인 혐의로, 김씨를 상해치사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몸 자체가 흉기라고 볼 수 있는 킥복싱 선수 출신인 송씨가 피해자를 샌드백처럼 마구 때렸고, 죽을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송씨는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를 때릴 당시 주먹과 발로 얼굴을 때리면 죽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고, 죽어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기소된 이후에는 1심과 2심 재판부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며 억지 주장을 폈다.

1, 2심 재판부는 송씨에게 징역 15년, 김씨에게는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살인의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무차별 폭행당한 피해자가 넘어지면서 머리가 찢어져 많은 피를 흘린 상태에서도 목과 배를 밟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 4시간 동안 폭행을 계속한 뒤 구호 조치 없이 방치한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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