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버스 폭발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주인 구한 반려견

서울시 성동구 행당2동에는 지하철 5호선 행당역이 있다.

2010년 8월9일 오후 4시57분쯤 행당역 인근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대원여객 소속 시내버스의 압축천연가스(CNG) 연료 탱크가 폭발한다.

차량 노후화에 따른 천연가스통 손상으로 밸브가 오작동하며 일어났다. 이 사고로 승객 17명이 부상당하고, 이중 1명은 발목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사고 전 유해석씨(남)는 폭발한 버스 바로 옆에 위치한 동물병원에 있었다. 반려견 ‘뿌꾸’의 건강 문제로 병원에 들린 유씨는 폭발직전까지 병원 전면 유리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뿌꾸가 이상했다. 갑자기 낑낑거리며 자꾸만 나가자고 보채는 것이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나가려던 유씨는 뿌꾸의 불안해하는 모습에 억지로 병원을 나왔다.

뿌꾸에 이끌려 병원을 나서고 병원 앞 횡단보도를 막 건넜을 때였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등 뒤에 있던 버스가 폭발했다. 깜짝 놀란 유씨는 폭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곳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수라장이 돼 있었고, 처참한 모습이었다.

유씨는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동물병원을 보고 기겁했다. 폭발로 인해 병원 유리창이 박살났고, 자신이 앉아 있던 의자를 깨진 유리가 덮쳤기 때문이다.

만약 뿌꾸가 아니었다면 커피 마시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유씨는 그때부터 뿌꾸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며 ‘생명의 은인’으로 여기고 있다. 그는 “개(뿌꾸) 때문에 내가 살았다”고 했고, 그의 아내는 “아무리 동물이지만 너무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은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다. 둥물 행동을 이용한 지진 예측은 기원전부터 시작됐다. 화산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본능적으로 미리 알고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19세기 광부들은 갱도에 들어갈 때 카나리아 세 마리를 새장에 넣어 가져갔다. 작업하다 카나리아가 울지 않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의 이상징후를 보이면 즉각 갱도에서 대피했다.

유독가스에 민감한 카나리아는 은은하게 방출되는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평소 쉴 새 없이 지저귀지만 주변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카나리아를 조기 경보용으로 활용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