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주인 목숨 살리고 보신탕집에서 생을 마감한 복순이

전북 정읍에는 삽살개 종으로 추정되는 ‘복순이’라는 강아지가 살았다.

과거 주인(남)이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크게 짖어 목숨을 살리면서 동네의 마스코트로 불렸다. 복순이라는 이름도 이때 지어졌다.

2022년 8월24일 오후 2시쯤, 정읍시 연지동의 한 음식점 앞에서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는 강아지가 행인에게 발견된다. 놀랍게도 복순이였다.

당시 복순이는 날카로운 흉기에 의해 학대를 당한 듯 코와 가슴 일부가 잘려있었다. 출혈이 심해 치료가 시급했다.

이후 복순이가 발견된 곳은 동물병원이 아닌 보신탕집 냉동고였다. 이미 싸늘한 사체가 돼 있었다.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견주(여, 64)에게 해명을 요구하자 “죽어서 보신탕집 주인(70)에 갖다 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짓이었다.

단체가 확인해보니 주인은 (학대당한) 복순이를 병원에 데려갔다가 치료비가 150만원 정도 나온다고 하자 보신탕집 업주를 불러 복순이를 인계한 것으로 밝혀졌다.

보신탕집 주인은 다친 복순이를 노끈으로 묶은 뒤 나무에 매달아 죽게 했다. 단체는 보신탕집 업주로부터 복순이를 돌려받아 화장을 해주고 명복을 빌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이후 단체는 살아있는 복순이를 보신탕 가게에 넘긴 정황과 입증자료를 확보하고, 견주와 보신탕집 주인을 경찰에 동물보호법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단체 관계자는 “가족을 죽음에서 구해준 복순이를 최소한의 응급처치도 없이 치료를 포기하고 보신탕 업주에게 연락해 복순이를 도축한 행위는 결코 용서받지 못할 반인륜적 범죄행위”라면서 “엄벌에 처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복순이 학대사건’이 반려견 간의 싸움으로 인한 상대 견주의 보복이라고 밝혔다. 용의자인 동네 주민 A씨(67)는 경찰에서 “내가 키우는 반려견을 물어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견주와 보신당집 주인은 기소유예 처분했다. 피의자들의 혐의가 인정되지만 정상 참작을 통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검찰은 “사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으나 피의자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고 고령인 데다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선처했다.

견주(여)가 장애수당과 노령수당을 받아 생활하고 있었고, 남편은 뇌경색으로 투병 중이어서 치료비가 부담스럽다고 본 것이다. 또 보신탕집 주인에 대해서는 복순이를 나무에 매달기는 했지만, 학대하지 않았고 보신탕을 판매하지 않겠다고 진술한 점을 참작했다.

이에 대해 비글구조네트워크는 동물을 잔인하게 죽여도 가벼운 처분을 받는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검찰의 처분에 반발했다.

복순이를 학대한 A씨는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이거나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를 한 자에게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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