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사연

89세 어머니 업고 다니는 51세 아들 최동훈씨

대구광역시 달서구에는 어머니 심부소씨(89)와 아들 최동훈씨(51)가 살고 있다.

16살에 가난한 집에 시집 온 심씨는 농사일도 하고, 나물을 뜯어 시장 바닥에 놓고 팔았고, 터미널에서 떡 장사를 하며 6남매를 꿋꿋하게 키워냈다.

그중 유난히 속을 썩였던 아들이 동훈씨다. 어머니에게는 ‘아픈 손가락’이었다. 자식들 뒷바라지 하느라 고생했던 심씨는 몸이 많이 불편하다. 뇌경색으로 왼쪽 다리에 마비가 온 데다 사고로 오른쪽 다리의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걷지를 못한다.

게다가 지병으로 무릎 관절염까지 있어서 혼자서는 팔을 들 수도, 화장실에 갈 수도 없다. 처방 받은 약만 10종류가 넘을 정도다. 동훈씨는 20년 넘게 이런 어머니의 손과 발이 돼 주었다. 다행히 최씨가 지극정성으로 어머니를 보살펴 더 나빠지지는 않았다.

동훈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머니를 업고 다닌다. 버스 안에서도, 시장에서도 심지어 집안에서도 하루에 수십 번씩 어머니를 업고 한몸처럼 지낸다.

어깨가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목욕도 손수 해드린다. 어머니는 “맨날 씻겨주고 병원에 데려가고 자식이라도 죄송스럽다”고 하자 동훈씨는 ”자식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말한다.

동훈씨는 병원에 갈 때나 먼 거리를 갈 때는 버스를 이용한다. 등에 업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버스를 타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대중교통 외에 별다른 교통수단이 없는 모자에게는 이 방법이 최선이다.

주변에서는 휠체어를 이용하라고 권하지만 동훈씨는 손사래를 친다.

그는 “휠체어 이용하면 편리하긴 한데,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하면 다시 차 안에 싣고하는 게 번거롭다“며 ”어머니하고 같이 붙어있으면서 체온을 느끼고 같이 스킨십 하면서 지내는 것이 저도 어머니한테도 좋을 것 같아서 힘들어도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동훈씨도 몸에 장애가 있다.

그는 오래 전 뇌경색이 오고 경추 디스크가 있어서 상당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증상은 더 심해지고 있다. 의사는 “조그만 외상에도 급격하게 신경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수술을 권한다.

하지만 그는 “내가 수술하면 어머니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수술은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다리를 절룩거리면서도 60km에 달하는 어머니를 매일 업고 다녀야 하는 것이다.

동훈씨는 어머니 앞에서는 절대로 아픈 내색을 하지 않는다. 아프면 천천히 쉬엄쉬엄 가면 그만이란다. 힘들어도 어머니를 업을 때는 힘이 난다고 말하는 아들.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가벼운 걸음이다.

경제적인 문제도 걱정거리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고 있지만 병원비로 인해 생활비가 부족하다. 그는 집에 돌아오면 쉴 시간도 없다. 어머니에게는 “3~4시간 나갔가 온다”고 외출한 후 시내 주택가를 돌며 전단지 붙이는 일을 한다.

물론 어머니 몰래 한다. 다리가 불편해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어머니는 힘들게 아들에게 편지 한 통을 쓴다.

사랑하는 아들아!
내가 아파서 네가 고생이 많다.
내가 좀 나아야 네가 편안할 텐데,
미안하고 사랑한다 우리 아들.

정성으로 한 자 한 자 적은 어머니의 편지에 결국 눈물을 보인 아들.

모자에게 소원이 있다면 어머니는 “우리 아들 몸 건강하고 잘 되는 것”이고, 아들은 “오래오래 어머니가 제 곁에 머물러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동훈씨는 ‘어부바 효자’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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