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사건

중랑 유치원생 신규진군 실종사건

1988년 2월29일 서울 중랑구 면목3동에 살던 신규진군(7)이 행방불명됐다.

이날 신군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유치원에 다녀온 뒤 놀이터에 가려고 했다. 이때 엄마 강영자씨가 “날씨가 너무 추워서 안 돼”라고 가로 막았다.

하지만 신군은 점퍼도 입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 신군은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신발도 벗지 않고 안방으로 들어와 점퍼를 입고 다시 밖으로 향했다. 집 근처에서 누나와 마주치자 “안녕”이라고 하면서 손을 흔들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때까지도 엄마 강씨와 누나는 아이의 행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렇게 나간 아이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부모는 곧바로 경찰에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아들을 찾아 나섰다.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TV와 라디오 등 방송에도 소개됐으나 성과가 없었다. 처음에는 이곳저곳에서 제보가 쏟아졌으나 달려가 보면 헛걸음만 쳤다.

한 번은 집으로 이상한 편지가 날아들었다.

발신지는 없고 “내가 잘 키우고 있으니 찾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지문 채취도 어려워서 누가 보낸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장난 편지인지, 진짜 아이를 데리고 있는 사람이 보낸 것인지 파악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부모는 아이와 살던 집을 떠나지 않은 채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신군의 신체특징은 오른쪽 눈 끝에 수두자국이 있고, 속눈썹이 길고 짙은 편이다.

제보는 전국미아실종가족찾기시민의모임(전미찾모, 02-963-1256)이나 112, 또는 경찰청 실종아동찾기센터(182)로 하면 된다.

범인이 남긴 단서들

1.아이는 유괴됐다.
아이가 다시 집에 들어왔다가 급하게 나간 행동이 석연치 않다. 누나에게 이별을 고하듯 ‘안녕’이라고 말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아이가 길을 헤매고 있었거나 길에서 방황하고 있었다면 본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목격자는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정황을 보면 아이는 집을 나가면서 갈 곳이 있었다고 보여진다. 부모도 “놀이터에서 놀다가 누군가 옷을 입고 오라고 시켜서 데려간 것 같다”고 보는 이유다.

2.범인에게 ‘몸값 요구’ 없었다.
아이가 사라진 후 돈을 요구하는 연락은 없었다. 범인이 부모에게 연락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전단지에 연락처가 있었고, 아이도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었다.
만약 아이가 유괴된 것이라면 몸값을 노린 범행은 아닌 것이다. 불특정인이 부모에게 보낸 편지가 사실이라면 범인의 목적은 ‘양육’일 가능성이 높다.

3.어디에 있을까.
현재 아이의 생사를 판단할 수는 없다. 만약 양육을 위해 데려간 것이라면 어딘가에 살아있을 확률이 높다. 부디 어딘가에 살아 있어서 부모와 꼭 만나기를 기원할 뿐이다. 가족들도 그 날 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저작권자 ⓒ정락인의 사건추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