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사건

강릉서 극단선택한 연인이 숨긴 ‘살인의 비밀’

그들의 죽음에는 비밀이 있었다.

2021년 6월18일 오후 3시3분쯤 강원도 강릉시 포남동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 A씨와 30대 여성 B씨, 60대 여성, 그리고 반려견 한 마리가 숨진 채 발견된다.

이들 중 A,B씨는 연인사이였고, 나머지 한 명은 A씨의 어머니였다. 이들은 서울에서 렌터가를 타고 강릉을 찾은 후 함께 죽음을 선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왜 강릉까지 와서 동반 자살을 한 것일까.

경찰은 변사사건을 처리하던 중 B씨의 휴대전화에서 “문제가 생겼다. 죽음으로 사죄하려 한다”는 미심쩍은 메시지를 발견했다. 집주인이 세입자인 B씨에게 ‘집 안에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확인해 달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도 있었다.

강릉경찰서는 B씨 주소지인 서울 송파경찰서에 공조수사를 요청했고, B씨가 살던 빌라에서 30대 남성 C씨의 시신을 발견한다. 경찰은 이 남성의 죽음과 A씨 등이 연관이 있다고 보고 정식 수사에 들어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C씨는 선후배 사이였고, 세 사람은 2018년부터 3년여 간 온라인에서 반려동물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동업관계였다. B씨가 살던 빌라는 이들의 사무실이었다.

B씨의 휴대전화에서는 A씨가 C씨를 질책하는 영상이 추가로 발견됐다. A씨가 C씨에게 ‘일을 똑바로 하라’고 경고하며 각서를 쓰라고 요구하는 모습이다. C씨 얼굴에 상처 자국이 흐릿하게 있는 것으로 봐서 폭행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폭행이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A씨와 B씨는 다음날 아침 C씨의 사망을 확인한 후 자수 대신 도피를 선택한다. 이들은 곧바로 렌터카를 빌렸고 이때 B씨 어머니도 동행한다.

경찰은 신용카드 결제내역 등을 통해 이들의 동선을 확인했다. 그렇게 며칠동안 전국을 떠돌던 일행은 강릉으로 이동한 후 13층 높이의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것으로 마지막 선택을 했다.

경찰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한 결과 C씨의 사인은 ‘경부 압박 질식 가능성 및 둔력에 의한 손상’이었다. 즉 누군가 목을 졸랐거나 둔기로 강하게 내리쳐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B씨 집안에 있던 진공청소기 파이프에서 C씨의 유전자가 발견된 것도 이런 정황을 뒷받침했다.

경찰은 사건 퍼즐을 맞춰 A씨와 B씨가 6월5~6일쯤 C씨를 때려 숨지게 한 뒤 7일부터 렌터카를 타고 전국을 전전하다가 강릉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의 어머니는 이 사건과 관련은 없지만 이들과 함께 다니다가 죽음을 함께한 것으로 결론내렸다. 경찰은 해당 사건을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한 뒤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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