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사연

사고로 하반신 잃고 ‘농구공’ 이식받아 금메달 딴 소녀

1996년 중국 윈난성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첸 홍얀은 가난했지만 행복했다.

4살 때인 2000년 첸은 횡단보도를 건너다 대형 화물차에 치인 후 몸이 차 밑에 깔려 골반 아래를 절단한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휠체어나 의족을 할 형편이 안 됐다. 첸은 꼼짝 못하고 집안에서만 지내는 신세가 됐다.

몸을 땅바닥에 끌고 다니면서 자주 다치는 손녀를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의족 대신 농구공의 윗부분을 잘라 첸의 허리에 묶어주고 나무 허들을 만들어 걸을 수 있게 해줬다.

이후 첸은 농구공 의족을 딛고 동네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이런 첸의 모습은 언론에 보도되면서 많은 이목을 끌었고 ‘농구공 소녀’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정부와 국제자선단체에서는 첸에게 의족을 선물했다.

첸은 우연히 중국 전국장애인스포츠대회를 보고 큰 감명을 받는다.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은 ‘수영 선수’라고 말했다.

이 소식을 들은 윈난성 수영대표팀 감독이 첸을 찾아오면서 수영을 시작한다.이때가 11살이다.

처음에는 두 다리가 없는 몸으로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물에 떠있기 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첸은 포기하지 않았다. 연습에 더욱 매진해 아령 들기, 윗몸 일으키기 외에 팔 힘과 균형능력을 단련했다. 하루 5시간씩 10000m가 넘는 훈련도 견뎌냈다.

2009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전국 장애인 수영선수권대회가 개막했다. 한 선수가 출발선으로 나오자 관중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선수는 두 다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바로 첸이었다.

첸은 이 대회에서 금메달은 물론 은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2011년 전국장애인 경기대회 여자 평형 100m에서도 메달을 추가하며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됐다.

그런데 얼마 후 첸이 가장 의지했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큰 충격을 받은 첸은 돌연 선수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첸은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그동안 경쟁에 치중했음을 깨닫고 자신이 원하는 것은 장애에 굴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는 것임을 알게 된다. 첸은 다시 수영장으로 돌아와 연습에 더욱 매진했고 2014년 9월1일 윈난성 장애인 체육대회 여자 100m 평행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2016년 브라질 리오데자네이루 패럴림픽 여자 평영 100m에서는 9위에 올랐다.

첸은 윈난성 취징시 루량현 장애인 연합회에서 일할 기회도 얻었다. 그녀는 앞으로 장애인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잃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뤄낸 첸 홍얀. 국경을 초월해 수많은 장애인들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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