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생활연재

‘중부권 물류기지’ 풀리지 않은 의혹들

중부권 물류기지의 입지선정이 우여곡절 끝에 최종 결정됐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몇 가지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도 않았다. 나는 건교부에서 입지선정을 최종 발표하기 전에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추적하고 있었다.

교통개발연구원(KOTI) 연구용역팀에서 임명한 평가위원 8명 중 1명이 사업지구내의 이권에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해당 평가위원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있었다. 이를 위해 평가위원 명단과 이들이 평가회의에 참석해 매긴 점수표도 입수했다.

그 후 평가위원들을 개별 접촉 중이었다. 만약 해당 평가위원이 누구이며, 평가위원에 선정된 경위, 이권에 개입하게 된 시점과 배경, 건교부와 KOTI는 이런 사실을 처음부터 몰랐는지 등을 명확하게 밝히려고 했다.

또 하나는 국책사업을 농단함으로써 막대한 국민혈세 낭비와 지자체간, 지역 간 불신을 초래한 장본인들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했다. 당시 청와대 하명수사를 수행하던 경찰 ‘사직동팀’은 건교부 담당공무원, KOTI 용역팀에 대해 계좌추적 등 금품수수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나는 이들에 대한 수사결과를 입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입지선정이 최종 발표되면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뿐 만이 아니다. 정부 발표에는 경제논리에 의한 입지선정이라고 포장돼 있으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입지후보지로 선정된 충북 갈산과 충남 응암지구의 통합지구는 3개 후보지 중 가장 우수한 후보지라는 것은 전문가들이나 필자의 생각이 같았다. 그렇다고 ‘좋은 게 좋다’며 모든 것을 덮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먼저 발표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지역 전문가 공청회’ 또는 ‘설명회’를 통해 KOTI의 평가결과와 해당지역의 선정경위 등이 공개돼야 하는데 보도자료 하나만을 내놓고는 일체의 언급도 없었다.

여기에 1차 연구시 최적후보지로 발표된 충남 명학지구가 2순위와 3순위에 밀려 완전 배재된 이유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

또 용역을 맡은 KOTI는 95년 사업지구선정에서부터 1,2차 후보지 용역을 맡으면서 용역부실을 드러냈고, 2차 용역시에는 국민혈세 약 2억8000만원이 용역비로 들어갔는데도 용역결과에 대한 아무런 해명도 없었다.

건교부의 관리감독소홀, KOTI의 엉터리 용역 등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야 향후 또 다른 분란을 막을 수 있었다.

특히 KOTI는 국책연구기관인데도 연구의 전문성 결여는 물론이고,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 도덕 윤리성, 신뢰성 등 모든 자질을 상실한 채 용역을 수행한 것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런데도 최종 후보지가 발표된 후 ‘서로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정작 책임지는 곳도, 책임지려는 사람도 없었다. 이와 함께 정치인들의 로비 행태도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입지선정 결과 발표와 함께 사실상 이와 관련한 취재는 끝냈다. 하지만 앞으로 제2,제3의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기록으로 남겨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기자수첩 ‘중부권 내륙화물기지-풀리지 않은 의혹들’이란 제목으로 자세하게 남겼다.■